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6
돌프 페르로엔 지음, 이옥용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2백년 전 악녀들은 지금과 무엇이 달랐을까? 궁금함에서 비롯되어 읽기 시작한 책은 생각보다 얇았다. 손에 들었을 때 너무 가벼워서 어딘가 허전함마저 감돌았던 이 책은 총 104 페이지로 끝을 맺으나 내용은 글씨크기와 그림, 여백을 포함시키면 100 페이지도 채 안되는 분량이다. 한시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금방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쉬운 문장들로 글은 쓰여졌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꽤나 오랜 시간 생각을 필요로 한다.

아는 만큼만 보이고, 보이는 만큼만 생각한다. 2백년 전 악녀일기. 

 19세기 남아메리가 수리남의 부유한 농장주의 딸 마리아는 성인이 된 기념으로 흑인 노예 꼬꼬와 채찍을 선물받는다. 그녀는 꼬꼬로 인해 생활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금만 엉망이어도 화가 나기 시작하고, 수틀리면 채찍을 들기도 한다. 작은 것에서 희열을 느끼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예를 함부로 대하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 역시 이에 아무렇지 않은 듯 반응하고 더 심하게 노예를 대한다. 

 '내게 주어진 특권을 누렸을 뿐이고, 그 당시에는 누구나 다 그랬으니까!' 아무런 거리낌없었던 그 당시의 일상을 마리아는 이야기한다. 죄의식도 없고 천진난만 순수한 어린아이라고 보기도 힘든 이 아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처음에는 깊은 한숨이 내쉬어졌다. 나에게 주어진 선물을 즐기고, 누구도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이 하나 없는 상황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을까? 어린 나이, 시대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물 흐르듯 따라가는 아이를 탓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연한 권리를 누렸고, 일회용 혹은 질릴때까지만 쓰고 버리는 장난감처럼 노예를 대했던 당시의 수많은 사람들. 기분 내키는대로 그들을 부리며 쓸모가 없으면 헌신짝처럼 버리고, 경우에 따라 새로운 노예로 바꿔오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는 한편, 당시의 나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치가 떨리기도 한다. '어쩔 수 없었어. 그때는 다 그렇게 생활했어' 라는 말로 스스로를 보호하려 들지는 않을까 생각하면 무섭다.

 늑대의 탈을 쓴 인간, 인간의 탈을 쓴 늑대라는 표현이 들어맞는 그들에게 조금의 양심이라도 있었는지 모르겠다.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하지는 못했을텐데- 끝없는 질문이 머릿속에 이어진다. 단순하지만 복잡한 문제들의 연속, 한번에 답을 찾아내기란 너무도 어려운 숙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공부를 하되 끝없이 묻고, 악한 행위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노예를 다루는 사람들의 잔혹함과, 노예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힘들고 슬픈 삶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내용이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많지만 정리가 되지 않고, 한 문장 써내려갈수록 힘겹기만 하기에 여기서 간추린다. 노예와 관련한 신분의 문제, 약육강식의 세계, 현 정치와도 떼놓기 힘든 다양한 문제점들이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노예문제와 관련하여 그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엿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면 더 나아가서 많은 것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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