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 아들이 살해당한 후, 남은 가족의 끝나지 않은 고통을 추적한 충격 에세이
오쿠노 슈지 지음, 서영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강호순 사건 당시 범죄자의 인권을 운운하며 모두가 시끄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인권과 관련된 내용이 연일 끊이지 않았고, 며칠 뒤 언론에서 사진이 나오면서 그곳에 집중되었다. 반면, 남은 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것에는 큰 비중이 차지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글을 본 것 외에는 달리 기억나는게 없다. 신문, TV 온갖 매체에서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위로의 말은 전해졌으나, 이들의 깊은 아픔을 이해하며, 상처를 치유할 시스템문제는 크게 언급이 되지 않았다. 가해자의 인권문제 못지않게,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좀 더 세심한 신경을 써야했으나 그렇지 못했다. 여기서는 이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유가족들의 고통을 통해 드러내보이는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는데,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고, 모두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기억해야 겠다.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라며, 한시라도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들이 죽은 그날, 나도 죽었다!"

 가가미 히로시는 화창한 봄날 학교 근처 진달래밭에서 평소 장난치며 지내온 같은 반 A군에게 총 47군데를 칼로 난자당한 채 이유 없는 죽임을 당한다. 소년 A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게되고, 훗날 놀랍게도 성공한 변호사가 되어 살고 있다. 히로시의 부모는 아들을 잃은 이후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 눕고, 오빠를 잃은 동생은 방황하기 시작하고, 한 가정은 살아도 사는게 아닌 삶을 살게 된다. [……] 30년이 지나도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히로시의 가족들과, 변호사로 ’갱생’한 살인자의 이야기는 르포를 통해 이 세상에 나온다.

 끔찍했던 그날로 되돌아가서 하나하나 되새겨보는 이야기는 가슴이 아프다. 유가족들의 뼈아픈 고통속에, 병들고 앓아가는 것을 무엇으로 표현 할 수 있을까? 공황상태에 빠진 가족들 모두는 힘든 삶을 살아간다. 몸저 누운 어머니 구니코는 때때로 발작을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 아버지 츠요시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가 하면, 가장이기에 그 슬픔을 꿋꿋이 눌러 삼킨다. 여동생 미유키는 갖은 반항으로 사춘기를 보내고, 자신 스스로의 몸에 자해를 하기도 한다. 살아도 사는게 아닌 삶 속에서 다시금 일어서기까지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여 있어 읽는내내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아들을 잃은 유가족의 비통함과 범죄의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여주는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청소년을 감싸고 도는 청소년보호법과 보호감호소의 문제점이다. A는 친구를 살해했지만 그에게 전과기록이 남지 않았다. 아무런 문제될 것도 없이 사회로 돌아와 떳떳이 변호사로 살아가는 그 모습에 경악할 뿐이다.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법은 가해자를 보호하는 한편, 피해자를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형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이 불문하고 살인에는 똑같은 형량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지금의 어른들이 알던 그 옛날 순수하던 아이들이 아니다. 일찍이 담배피고, 술먹고, 남녀노소 같이 한방에 모여 지내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그러한데도 우리는 단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어린 아이들의 순간적인 실수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봐야할 것이다. 또한 무조건 방치하기엔 그 폐혜가 심각한 상황에서 19세 이하의 아이들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현행법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아이들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법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소년법을 면죄부 삼아 가해자와 그 부모가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면 소년법은 역시 어딘가 잘못된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가해자의 인권에는 세심한 배려를 하면서도 피해자 유족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없고 더욱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시스템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것은 자식의 목숨을 빼앗긴 부모들의 원통함과 슬픔을 치유하는 일이며, 소년법을 개정한다면 바로 이런 점을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p248


※ 생각해볼내용이 참으로 많았던 책이다. 전체적으로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내용을 썼지만, 가해자에 대해서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서 쓰지 않았다. A씨의 가정적 문제에 대해서 조금은 언급되었던 책이었으나, 모든 사건이 일어날때면 우리는 가정의 탓, 사회의 탓으로 돌리고 한다. 이런점이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다. 살인은 몇사람의 인생을 망치는가 깊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책.※

"시간이 모든걸 해결해줄거라고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한다. 그러나 자식은, 그것도 잔인하게 살해된 자식은 30년이 흘러도 밤마다 꿈에 나타나 피를 흘린다."

 이 책 곳곳에서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는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히로시와 소년 A와의 관계를 짚고 넘어가면 둘은 친한 친구는 아니다. 종종 괴롭힘을 당하는 A는 히로시와, 그의 친구들을 따라다닌다. 놀림을 당해도 내색하나 하지 않던 A는 어느날 히로시를 살인하기에 이른다.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사체를 훼손한 A는 곧장 학교로 돌아와 자신 역시도 제3의 인물들에게 공격당했다며 이야기한다. 죄를 짓고도 태연한 행동을 하는 것에 분노가 앞선다.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며 섬뜩하다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책을 읽는동안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던 장면이 많다. 첫번째로 학교측에서는 학생을 무작정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학교를 지키기 위한 것인지 뻔히 내다보이는데도, 학생을 감싸고 도는 장면이있어 우스웠다. 증거물들이 쏟아져도 발뺌하는 A나,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학교나 하는짓이 피차일반처럼 느껴진다. 문제되는 사건을 은폐하고 싶은 마음이야 백번 천번 이해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기에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겠다.


젊음은 때때로 잔혹한 짓을 저지르도록 충동질한다. 무심코 한 장난이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것은 성장하면서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도가 지나쳐서 소년 에이에세 호된 반격을 당했던 것일까, 아니면 소년이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과잉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어느 쪽이든 면죄부가 되지 못한 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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