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가는 대로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평소와 다름없이 청소를 하던 날, TV받침대 뒤에서 한권의 노트를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언제 쓰여진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사는게 고달팠던 시기, 엄마는 죽음을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고 철없는 두 딸이 남아 있다. 당시 엄마로서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펜을 들어 한글자씩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두서없는 내용이었지만,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읽는동안 가슴이 답답해져오고, 눈물이 났다. 그러기를 몇번이나 반복하고 사는게 조금은 괜찮아졌을 무렵, 엄마의 기억 속에서 이 노트는 지워진 듯 보였다.

 엄마가 몇자 끼적여 놓은 이 노트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나는,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이 노트를 간직하기로 했다. 한때는 시간이 날때마다 들여다보았지만 몇년전부터는 꺼내 본 적이 없다. 매번 똑같은 글에서 자극을 느끼지 못했던 바, 더이상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산나 타마로의 <마음가는대로> 라는 책을 읽고 난 후 까마득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전까지는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이 났고, 오래된 노트를 다시금 펼쳐보게 되었다. 삶과, 사랑과, 운명에 관한 성찰과 고백을 이야기했다는 것이 비슷하나 세세한 부분은 다르다. 지금부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모든 엄마는 한때 딸이었고, 모든 딸들은 훗날 엄마가 된다", 작가 공지영과 기욤뮈소가 인용, 추천한 소설 <마음가는대로>

 띠지에 쓰인 문구에 혹해서 읽게 된 책이지만 크게 실망스럽지 않다. 밑줄을 긋고 마음에 새길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고, 잘 짜여진 구성과 함께 섬세한 표현들이 이 책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생각치도 못했던 내용에 놀라기도 하고, 흡입력이 강했던 책이었다. 반면, 처음 읽고나서는 뭐가 뭔지 정확히 깨달을 수가 없었다. 아리송한 기분에 사로잡혀 중요한 핵심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여인이 전하는 메시지 속에는 알 듯 모를듯한 것들이 많았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기를 성찰하는 부분에 있어서 무엇을 깨달아야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그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무겁게 남는 법이란다.' 죽음을 앞두고 멀리 떨어진 손녀에게 편지를 쓰는 할머니의 이야기로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나온 날을 회상하며,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할머니에게는 딸이자, 손녀에게는 엄마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많은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데, 그 속에 숨은 의미 속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할머니로부터 손녀까지 여성 3대의 삶을 그렸는데, 할머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성장해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시름 시름 앓던 그녀는 여행길에 올라 의사와의 짧은 사랑과 이별을 맞보게 되고, 딸아이를 낳게 된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자유분방하게 자란 딸은 어느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남겨진 어린 손녀는 할머니의 손에 길러진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출생의 비밀과 관련하여 딸의 혼란스러움과 숨기고 싶었던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일상속에 있어.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복잡한 생각들을 버리고,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보는 데서부터 출발하면 돼. 진정한 내 것이 아닌 것들, 외부에서 들어온 것을 버리기 시작했다면 넌 제대로 가고 있는 거야. - p94 를 비롯한, 짧지만 와닿는 문장들이 곳곳에 있었다. 드러내놓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들은 없었지만, 잔잔하게 많은 것들을 담아놓은 것 같다. 이 책을 백퍼센트 이해하기에는 지금의 나는 많이 부족하다. 몇문장 와닿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감동이 없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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