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무비 - 조승희 프로파일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송병선 옮김 / 꾸리에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각 언론매체를 비롯하여 모두가 시끌벅적 떠들어댔던 그때, 주변일에 무관심했던 나는 소란스러움을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었다. 대학이라는 큰 산을 앞두고, 방황을 겪었던 시기,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떠들썩거리는 주변에 무신경했었던 그때와는 다르게 내 신경을 자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9년 묻지마 살인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러웠다. 강호순 사건이라 이름불리며 그 끔찍함에 몸서리를 치는 사람들틈에 내가 있었다. 불과 2년전의 사건과는 다르게 나는 그 잔혹함을, 비인간적인 모습을 두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다. 잊지말아야 한다. 참혹한 전쟁은 아니었지만, 분명 끔찍한 일이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911 테러 사건과 더불어 잊혀지지 못할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묻지마 살인을 접하면서 문득 2년전의 사건도 생각났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어떻게 잊을수 있을까? 자세히는 알고 있지 못하지만 어렴풋이나마 기억이 난다. 그때의 참담했던 상황들이!

 이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일일이 신문을 뒤지지 않고도 사건을 정확하게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읽고싶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사실에 근접해가며 설명하는 이 책은 사건의 재현뿐만 아니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쉽게 타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것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여러 참사를 접할때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잊지 말아야지!' 싶은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나 나와 연관된 일이 아니었기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고만다. 1주기, 2주기 소리를 들으면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싶으면서 감각이 무뎌지는게 사실이다. 잊혀져가는 사건을 기억하고 예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정작 수많은 자료를 찾아 정리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한권의 책을 통해 그 때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다. 후세의 아이들에게 이러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있어서 영상못지 않은게 바로 책이니 말이다.

 이 책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 조승희 프로파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스페인 작가로서 기자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추리 작가인 그는 이 사건을 접하는것과 동시에 논픽션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범죄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사실에 가깝게 접근해가며, 설득력있게 이야기해나간다. 사건 당일 그의 흔적을 쫓아가면서 시작되는 이 책은 전체적인 모습들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도록, 설계도면 및 인물 사진을 포함시키고 있다.

 조승희의 흔적을 따라다니다보면 인상이 찌푸려지는것은 다반사이고, 그 잔혹한 모습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져오는 탓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놓이게 된다. 잔혹하다, 끔찍하다는 말 이상의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무자비한 총격앞에서 이성적, 합리적일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긴장, 초조,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은 어떤 판단도 제대로 내릴 수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만, 이런 위험한 사태에서 영웅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책을 읽는 동안 몇 사람이 눈에 띄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리비우 교수였다. 3.5미터 밖을 향해, 창문으로 뛰는 학생들 사이에 누군가 한 사람은 강의실을 들어오고자 하는 조승희와 맞서있어야 했다. 교수는 학생들을 위해 희생했고, 총에 맞아 숨졌다.

 저명한 과학자를 비롯, 장래가 촉망한 학생들의 목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안타깝고, 슬프다. 무엇으로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해야하는것일까? 죽지 못해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떻게해야할까? 이 책은 다방면으로 생각할 문제를 많이 이야기 하고있다. 처음 사건이 터진 후 학교 측 대응방식을 비롯, 경찰의 초기진압, 언론의 돈벌이, 총기 구매등 깊숙히 파고들어간다면 헤아릴 수없이 많은것들이 있다. 하나하나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시각을 넓히는데 있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첫번재 살인은 그 어떤 경우에라도 우발적이 될 수 없습니다. 조승희는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몇 달에 걸쳐 그걸 준비했습니다. 경찰은 이 문제를 대충 덮어버리면서 실수를 범합니다. 그건 처음에 조승희가 힐스처에게 버림받은 애인이라고 지적했다는 죄책감에서 파생된 반동효과에 불과합니다. 젊은 여학생 주변의 사람들은 당시 경찰의 추정을 몹시 못마땅해 했습니다. (...) 옹 박사는 조승희가 수많은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출발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문화적 스트레스, 언어장벽, 가난과 차별, 이런 모든것이 그의 정신질환과 결합되어 천천히 그를 벼랑으로 밀어버렸던 것입니다.

 <매드무비> 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건이 일어난 과정에 있지 않다. '왜' 그같은 비극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보며 두번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사건을 이야기하며, 예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주는데 의의가 있는듯하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 책을 끝내고자 한다. 일이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음을 기억하며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과 같은 악몽의 시간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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