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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지도 -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3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대전으로 올라갔다. 가족들과 떨어진채 올 겨울방학은 외할머니와 이모가 있는 대전에서 보내기로 가족들과 사전합의를 했기에 문제될건 없었다. 다만, 가족들은 나혼자 대전으로 보내는게 외로워하지는 않을지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할만큼 나는 건강하게 지내다 왔다.
방학이 끝나고 본래 살던곳으로 오게된 후,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전에서 살아야한다고! 나는 그곳에서 살아야 즐겁고 행복할거 같다는 생각이들었다. 부모님께 끝없이 이야기를했고, 결국 5학년때 대전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 전보다는 행복할꺼야' 라는 생각은 불과 몇개월만에 사그라들었다. 전보다 못한것은 없었지만, 더할나위 없이 좋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곳에서 살아보기전에는 너무나도 환상같고 꿈처럼 보였던 곳이었지만, 막상 살고보니 그렇지도 않다는걸 느꼈고, 또다시 새로운곳을 꿈꿨다. 이곳이 아니라, 다른곳이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 하지만 여러번의 이사를 하면서 사실상 그 꿈은 환상에 불과하다는것을 깨달았다. 행복한곳. 그런곳은 없다고!
<행복의 지도>는 뉴욕타임스 기자, NPR 해외특파원등으로 활동한 저널리스트 에릭 와이너가 한가지 의문을 갖게되면서 궁금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이 전하는 소식들의 대부분이 불행한 나라들의 부정적인 소식들뿐이라는것을 느끼고 반대의 이야기를 전해보고싶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무엇을 통해 행복하다고 느끼는가? 행복의 정체를 밝히는 모험을 떠나기로 한다.
1년동안 10개의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들은것을 담아냈는데 행복에 대한 정의를 각각 달리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은 내면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해준다. 네덜란드, 스위스, 카타르, 인도 등.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법! 그 어떤곳도 완벽한곳은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있는그대로를 어떻게 받아들일것인가의 문제며, 서로간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행복에 이르는것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듣고 느낀점을 이야기 하는데 있어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잖아 있었다. 사소한 이야기들이 재미없기도했지만, 훗날 여행할때 알아둘 수 있는 몇가지 정보들도 눈에 띄어서 좋았다. 각 나라에서 무엇이 합법이며, 어떤 음식은 먹되, 먹지 말아야할 음식은 무엇인지 페이지를 넘기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인만큼, 책속에는 다양한 행복론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 교훈적인 말들이 많이 담겨져있었는데, 과연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저런걸 깨우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인상깊은 문구가 참 많았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바로 이거다. "이 빛이 보여요?" 램프를 가리키며 한 남자가 묻는다. "예. 보여요." 에릭이 대답했다. 다시 A라는 사람이 말하길, "하지만 증명할 수는 없죠. 태어날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빛을 못봐요. 증거를 원한다면, 결코 깨달음을 얻지 못할꺼에요."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무엇때문에 행복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증거들은 그저 무시하고 보여지는것들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소유하고있는 집, 셀수없이 많은돈, 원하는 직장에 들어갔을때 등. 증거를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을 깨닫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행복은 보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는것이기에 말이다. 사람을 겉만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행동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그런 행동을 하게 된 의도만 보아야하듯, 진정한 행복을 증거로 판단하면 안될듯싶다.
무조건적인 내면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곳곳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를 되새겨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끝으로 책속에서 와닿는 말을 하나 써야겠다. 세상에 이런일이 있을수가 싶을정도로 세상이 흉흉해지는 요즘 나 역시 두려움을 느끼는 바다. 행복의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어쩌면 이 때문인것도 아닐까? 범죄가 줄어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조금은 평온하고 행복해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강도를 당하거나 폭행을 당한 사람은 당연히 행복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전체 인구 중에서 범죄 피해자는 극소수일 뿐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렇다) 어떤 나라를 불행하게 만드는 건 범죄 그 자체가 아니다. 모든 사람의 삶, 심지어 범죄에 희생된 적도 없고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도 별로 없는 사람들의 삶에까지 퍼져 있는 두려움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