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맞추기 -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임미정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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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맞춰 끼워지는 퍼즐의 한 조각처럼 살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들어갈 곳을 찾지못한 채 헤매이는 이들의 이야기다. <퍼즐 맞추기> 속 일곱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스스로를 이방인의 경계에 놓는다. 평범한 삶을 바라지만 사람이, 상황이 그들을 끝없이 벼랑 끝으로 몰고 외롭게 만든다. 사는 일이 결코 녹록치 않지만 묵묵히 하루를 견디는 수많은 이방인들의 그림자를 엿보게 만드는 이 책은 나에게 위로였다. 어떤 자리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 이 책이 낯선 곳에서 기대 잠시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일곱 편의 단편속 인물들은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경계를 정한다.[#한국어수업, #샨샨] 속 진유는 자신의 억양 때문에 해고를 당했다고 여기고, [다섯번째 타이어] 속 현수는 차별 금지 팻말을 들고 일인 시위를 나서며, [첫배달] 속 감자는 은둔형 외톨이로 가면 속에 얼굴을 숨기고 일상을 이어간다. 저마다의 이유로 혼자 남은 사람들이 타인과 소통하고 살고자 한 발을 내딛는 과정들이 힘겹기만 하다. 불협화음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잘해보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엉성함이  안쓰러웠을 뿐이다.


"괜찮은 척 애쓰며 사는 게 힘들어서."

"네가 아직 세상을 몰라서 그래. 나 일하는 데서 한 달만 알바해 봐. 그런 말 못할걸."

"너는 정말, 나를 지나가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p97 [퍼즐 맞추기]


상반된 두 아이, 김군과 준의 이야기가 꽤 오래 잔상에 남았다. 학교생활, 집안환경 등이 잿빛 회색과 밝은 오렌지색처럼 서로 달랐던 두 아이는 같은 그늘을 공유했지만 부당함을 해결하는 방식이 달랐다. 문제를 만들기보다 피하는 것을 최선이라 여긴 김군과 달리 맞서 싸운 준은 장애를 갖게 된다. 시간이 흘러  "신경 꺼. 걔도 이젠 달라졌겠지" 라는 말에 난색을 표하는 준의 마음이 잘 와닿았다. 가해자, 피해자, 목격자는 그 날, 그 시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처한 상황에 따라 대상을 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 무게 역시 짐작하기 힘들며 다양한 색상과 그림자를 가진 개개인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까마득했다.


쉬이 어울리지 못하는 이방인들처럼 저마다 삶의 고충을 누군들 알아줄 수 있을까 싶다. 비슷한 상처를 지녔다 해도 회복탄력성이 다르고, 느끼는 바가 천차만별이다. 등장인물들이 처한 아픔이 모두 공감되지는 않더라도 퍼즐의 한 조각으로 그 곳에 끼워맞춰져 살아가고 싶은 그 마음이 시리도록 아팠다. 조금 더 괜찮은 삶을 살고 싶어서 노력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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