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로운 조선시대 -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역사
조민기 지음 / 텍스트CUBE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궁녀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역사 속 그녀들을 따라가자. 궁인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그 이면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을지라도 치열하게 살아온 흔적들을 느낄 수 있다.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이들이 있는가 하면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들이 있다.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들의 삶을 추측해보건대 생계를 위해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이 악물며 버틴 모습들이 그려진다. 죽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는 궁에서의 시간들을 생각해보지만 그 무게감을 짐작하기 어렵다.

궁녀에 대한 모든 것

궁에 상주하는 궁녀는 왕과 왕실 가족을 위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일을 도맡으며 배치된 부서에 따라 하는 업무가 달랐다. 지밀, 침방, 소주방, 생과방, 세수간 등 부서별 업무에 따라 승진도 대우도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숙식이 무상으로 제공됐다.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상전에게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이었으나, 연애와 결혼의 제약을 받았다.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궁 생활이지만 무엇이 이들을 견디게 만들었을까? 왕의 승은을 받아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 중 이름을 남긴 궁녀의 수가 현저히 적을지라도 자기의 소임을 다한 이들이 있기에 왕실이 보다 잘 굴러가지 않았겠는가 한다.

전지적 궁녀 시점으로 살아보는 조선시대

이 책에 등장하는 6명의 궁녀들 가운데 눈에 가장 익는 두 사람은 희빈 장씨, 장옥정과 의빈 성씨, 성덕임 이다. 숙종과 정조와의 로맨스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많이 소개되었기에 인물들이 조금 더 가깝게 다가왔다. 궁녀 출신으로 왕비의 자리에 오른 유일무이한 여인 장옥정(희빈 장씨)은 미색이 뛰어나고 간악하다고 알려져있으나 이는 비난으로 가득한 소설 속에 그러한 인물로 자리했을 뿐이다. 숙종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그녀의 생은 때론 영광과 환희로 가득찼으니 어느 한 프레임에 갇혀 인물을 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희빈 장씨는 숙종 27년 10월 8일 자진했다. 그가 자진하기 하루 전인 10월 7일, 숙종은 '후궁은 왕비가 될 수 없다'고 법제화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 이 법령을 들은 희빈 장씨의 마음은 어땠을까. -p95

조선 왕실과 사대부 사회가 만들어놓은 단단한 장벽 안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냈고 그 흔적을 역사에 오롯이 남겼다. 역사의 진정한 승리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인현왕후전>속 빌런이 아닌, 한 인간이자 여인으로서 희빈 장씨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p98

궁녀로서의 자질과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곱씹게 만드는 <궁녀로운 조선시대>는 왕의 총애를 얻고자 궁중 암투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처세술을 생각하기에 이른다. 상전을 위해 기어이 자신을 낮추는가 하면, 후궁이 되고나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관용으로 대하고 질투하거나 교만하지 않고 살기 위해 애써야 했다. 사랑과 권력에 좌우되어 이용하고 이용당하며 힘겨운 삶을 살았을 왕실 일가와 후궁들의 삶이 고달프게 여겨졌다.

후궁의 품계 변동은 임금의 총애 및 정치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p44

승은을 입은 것에서 나아가 왕의 사랑과 권력을 쟁취하고자 했던 이들로만 기억하기에는 평생을 왕실에서 헌신했던 궁녀들의 모습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표지 속 자기개성이 뚜렷한 그녀처럼 때로는 강렬하게 자신을 표현했고, 희미하게나마 존재감을 드러내며 궁궐을 거침없이 누빈 이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