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쓸모 - 개츠비에서 히스클리프까지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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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하게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다. 크고 작은, 고귀하고, 격정적인, 애틋한 저마다의 이름으로 누군가의 가슴깊이 추억으로 자리하였는가 하면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그 의미를 내게 묻는다면 '순 우리말 다솜이 사랑이다' 라고 밖에 말하지 못하리. 뼈아프게 사무칠 일도, 황홀했던 기억도 없다. 감정에 크게 동하지 않는 편이니 사설은 이쯤 하자.

문학 속에서 발견한 사랑,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하다

고전 속에서 발견한 사랑은 왜 이다지도 지리멸렬한 것일까?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인물의 감정이 결코 와닿지 않았던 작품들을 다시금 이해해보고자 노력한 시간이다. <위대한 개츠비>, <마담 보바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안나 카레리나> 등 단순히 활자를 읽는 것을 넘어 아름답고, 가슴아픈, 때론 불가사의한 사랑이라는 감정들에 대해 이토록 섬세하게 파고 들 수 있음에 놀랍다. 저자처럼 날카로운 지적 통찰을 갖고 작품을 살펴본 적이 없었던터라 이미 읽었던 책들도 새롭게 다가왔다. 유명한 고전들이 계속해서 읽혀지지만 무엇을 중심으로 읽고 바라봐야하는지 몰랐다면 그 의미를 조금은 알 것도 같다.

도덕심을 갖되 도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도덕적인 삶을 살려면 도덕 판단의 기준을 잘 살펴봐야 한다. 과거의 기준만을 고수하면 도덕은 인습으로 우리를 억압한다. 도덕 판단의 기준은 변하기 마련이다. 오래된 생각이라고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도덕의 허울을 쓴 인습에 억눌려 신음하는 안나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 -p316 (안나 카레리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작품을 들여다보다

시대와 문화는 달라도 변하지 않는 작품의 소재는 사랑이다. 이는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갈망하고, 상처받고 회복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세계문학작품 속 사랑이란 키워드를 통해 작품의 줄거리를 알고 보니 몇몇 책들은 궁금해졌다. 익히 알던 책이 아닌 <첫사랑>, <질투>, <피아노 치는 여자>, <연인> 등 생소한 작품들을 이번 기회에 읽고 싶어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내 책장 속에 오랜시간 잠들어있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눈길이 갔다. 중년 여성 폴은 로제와 사귀고 있으나, 연하의 미남 변호사 시몽의 고백에 흔들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느낀다. 그녀는 사랑받는 여자로서 시몽을 선택했으나 어딘가 허전감을 느끼는데... 그녀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이해받는 기분과 사랑받는 기분은 다르다. 사랑받으면 행복감, 이해받으면 지금의 나도괜찮은 사람이라는 안심이 든다. 시몽은 폴은 사랑하나 폴은 이해받는 기분을 갖지 못했고, 로제가 그리워졌다. (중략) 전남편이나 시몽,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유는 달라도 견뎌야 하는 외로움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p158

애틋하고, 위태롭고, 모호하기도 한 사랑이라는 단어와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수많은 감정선들이 얽혀 있어 많은 것을 풀어 쓰고 싶은 동시에 무엇하나 써내려가지 못한다. 사랑이 충만하길 바라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다해도 너무 아파하지 않고 성숙한 사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었음을,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 속에 담긴 17편의 명작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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