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인문학자의 미술독법, 개정증보판 미술관에 간 지식인
안현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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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파리에 가고 싶기도 하고, 그림에 관심이 생겼으며, 인문학 책을 즐겨 읽는다. 그 모든 것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를 읽고 나니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갈증이 조금은 해소된 듯하다. 그림을 읽고 즐기는 것은 여전히 버겁지만 깊고 장대한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듯 도 하다.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와 배경지식을 토대로 살펴보고, 해석해 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은 여전히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흥미를 갖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을수록 나 역시 누군가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그림 속 상징들을 이해해 나가다 보면, 그림이 단순히 보이는 게 아니라 읽히기 시작합니다. 이때 그림은 한 편의 서사시나 소설처럼 다가옵니다. 읽히는 대상이 텍스트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저는 미술관에서 깨달았습니다. -p221


예술가의 고뇌와 진심이 담긴 작품은 신화와 성경에 나오는 모든 장치를 장식화하여 나타내었지만 그동안의 나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여 작품에 대한 설명들을 읽어도 머지 않아 휘발되었다. 배경지식 없이 그림을 보는 것보다 조금 더 공부하고 관찰하여 읽다보면 그림은 무척 재미있어진다. 


표현해내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였던 것만큼,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정성이 필요합니다. 예술 작품은 보고, 느끼고, 질문하는 사람에게만 속내를 드러냅니다. -p7


개정증보판으로서 이전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각도로 그림과 조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 이 책은 거대한 루브르 박물관을 탐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직접 방문해본 적이 없어 그 웅장함과 압도되는 작품들에 놀랍다 말할 수는 없겠으나, 읽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책장을 넘겨 볼 수 있기에 한 작품을 오래도록 눈에 담게 담기에 이른다. 동시대의 많은 작품들 틈에서 예술로 인정받은 작품들이 무엇이며, 그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어려웠으나 고전, 신화, 문화, 역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교양과 지식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나리자에 이어 두번째로 관람객의 발길을 많이 사로잡는 작품 <사모트라케의 슬링의 여신상>(이하 <니케상>)이 기억에 남는다. 그밖에도 익숙하고 생경했던 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지나치지 말아야 할 소품들과 역사 속 배경지식을 토대로 호기심을 갖는다면 미술이 보다 즐겁지 않을까 한다. 지금의 나는 작품해설에 기댈 수 밖에 없지만 그것이 꼭 정답은 아니다.


루브르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유물 수는 방대하고, 핵심이 되는 작품들 이외에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니 배움의 재미까지 더해진다. 보고 듣고 느끼고 설명할 수 있을 때 어떤 작품을 조금이나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매우 부족하기에 책을 가까이 두며 그림을 보고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손길이 닿는 곳에 두고 자주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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