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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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을 다녀왔던 지인은 말한다. '류시화 시인 책 때문에 떠날 수 있었고, 값진 경험을 했다' 고 말이다. 겁없이 떠날 수 있었던 젊음의 패기는 이제 없지만 그 곳에서 보낸 시간은 가슴 깊게 남아 있다고 하니 나도 한 번쯤 인도를 다녀오고 싶어진다. 그러나 책에서 보여지는 것과 현실은 많이 다르기에 나는 유튜브로 만족한다고... 그렇다고... (겁쟁이)

시인 류시화가 이토록 인도에 미쳐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심각한 빈부 차이, 교통 혼잡, 바가지요금, 오염된 물이 여행자를 위협하지만 변함없이 지혜와 깨달음을 간직한 영적인 나라이기 때문일까? 저자는 인도 여행의 백미는 다름 아닌 사두들과의 대화이며 그들의 명언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라 말한다. 직접 경험하지 못해 그 마음 백 퍼센트 이해하지 못하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 하나 하나 머리속에 그려진다.

"서둘러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어. 서두르다간 오히려 잃기 마련이지." -p21

"당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면, 황금으로 만든 샤워 꼭지를 갖는다 해도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오!" -p47

'노 프라블럼'을 외치며, 모든 곳에 신이 있다 말하는 인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보고 나니 두 가지 생각이 함께 밀려왔다. 저마다 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언행을 조심히 하자는 것과, 번지르르한 말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가 하는 것이다. 명쾌한 답변 대신 두루뭉술한 대답으로 혼을 쏙 빼놓는 사람들에 지천에 있어 인도의 첫 이미지는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는가에 많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는 인도 생각하고, 네팔에서는 네팔만 생각할 것!" 여행자들은 서로 만나면 자신이 여행한 다른 장소를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대부분의 삶이 그렇듯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살면서도 언제나 어제와 내일을 이야기한다. -p101

행복하기 위해 떠난 길, 그 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저자를 어디로 데려다놨을까 궁금해진다. 이 책은 인도를 알리는 단순한 여행서가 아닌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엉뚱하고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때론 황당해서 실소를 머금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도 벌어지지만 이 역시 상황을 달리 이해해보고자 한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인도 특유의 느긋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내면의 고요와 평화로움에 대한 마음수련을 위해 인도를 직접 방문하고 싶은 마음 반, 치안문제 이외에도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도 하여 여행을 한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삶에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우리는 잃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나는 이러이러한 것을 잃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라고 말하라. 그러면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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