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다 과학을 믿게 되었을까 - 노벨 물리학상으로 읽는 의심과 논쟁, 합의의 역사
이근희.김갑진 지음 / 모어사이언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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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어쩌다과학을믿게되었을까 , 그러게 말이야, 어쩌다 우리는 과학이라는 말이 붙으면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단순히 말장난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었던 과학자들의 의심, 호기심, 질문과 증명의 기록들로 설명해 놓은 책이었다.

 

여러 과학 분야 중에서도, 120년 노벨 물리학상이 기록한 증명과 합의의 내용을 다뤄주고 있었다.

 

지금은 우리가 당연하게 만나고 있는, 빛의 파동성, 원자 스펙트럼과 전자/중성미자 파동성, 물상의 계속적인 정의(?), 양자 역학, 블랙홀과 일반/특수 상대성 이론 & 사건의 지평선, 우주/별 탄생과 핵융합 등이,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과 연구, 증명과 증명을 거듭하며 합의의 과정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렀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그 연결고리에 있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이력을 소개해주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특히 각 챕터 마지막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 내력차트와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금을 만들 수 있다’, ‘원자시계와 GPS’, ‘고온 초전도체 이야기’, ‘디지털 문명의 밑그림을 그린 강대원 박사’, '물리 상수들은 정말 변하지 않을까?‘, ‘노벨상 메이커 이휘소 박사’ 등을 넣어놓았는데 무척 재미있었다-이 책의 추천 포인트 중 하나-.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서 평소 물리학에 관심이 없던 이라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각각의 내용보다는 과학적인 사고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각 분야의 과학자들이 나와서 이런저런 재미있는 주제로 서로 이야기 나누는 유튜브 하나를 즐겨보고 있는데,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이들의 대화에 임하는 태도와 반응에는 반발이나 고집 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한 솔직함과 알아가는 즐거움이 기본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평소 이렇게 느끼고 있었던 것을 이 책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컨펌을 받은 기분이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가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사고법일 것이다. 여기에서 더 주목할 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과학의 세계는 계속 질문을 던지며 증명법을 찾으면서 계속 변화중이라는 것이다. 진짜 발전을 이렇게 만들어 지는 거라 생각한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자’ 는 현대 물리학의 조언은 나의 시간에도 적용해보고 싶다.

 

 

_과학은 이렇게 언제든 수정될 수 있는 덕분에 힘을 가진다. 돌턴 이후의 물리학자들이 그랬듯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에 더 정교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야말로 과학의 본질이다. 과학은 앞으로도 계속될 끝없는 탐구라는 점을 독자들이 마음 한 켠에 담아두었으면 한다._p139

 

_강대원 박사는 모하메드 아탈라와 함께 완전히 다른 발상의 트랜지스터를 제안한다. 전류로 전류를 제어하던 기존 방식이 아니라 전압으로 전류를 조절하는 구조, 그리고 실리콘 표면에 형성된 얇은 산화막을 이용해 전자의 흐름을 정밀하게 다루는 방식이었다. 이 소자가 모스펫이다.

 

...당시 반도체 산업이 던지고 있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었다. ‘트랜지스터를 끝없이 작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모스펫은 이렇게 답했다. ‘가능하다!’_p203

 

_물리학자는 권위를 믿지 않는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의 주장이라 하더라도 실험과 논리에 따라 의심하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의심할 수 있는 용기, 질문할 수 있는 용기로 인류는 자연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의 물리학을 만들었다._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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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현 옮김 / 클로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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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체호프 #단편소설집 으로 만나는 러시아 문학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랑에대하여 를 비롯해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구스베리’, ‘복권’, ‘학생’, ‘슬픔’ 등 12편의 단편으로 ‘사랑’에 대한 체호프의 생각을 모두 담아내어 주고 있었다.

 

실린 차례대로, 사랑이 시작될 때의 가능성에 대한 무한한 기대를 만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집착과 허세로 읽는 이까지 뜨끔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사는게 뭔지...를 외치게 되는 씁쓸함, 마지막으로 사랑 이후에 남는 것을 통해서는 사랑의 본질과 어쩔 수 없이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고독으로 다다른다.

 

거의 한 달 동안 문장들을 읽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음미하며 보낸 시간들을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러시아 문학의 힘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인간 심리를 분석하고 해체 하는 데는 사랑도 예외가 없었다.

 

다시 만난 안톤 체호프는 그래왔듯이 시대를 넘어 자리를 지키며 분홍빛 바램의 이면을 꼬집어 주고 있었다. 고전은 언제 읽어도 여운이 있다.

 

 

_그리고 바로 그때, 저는 쓰라리게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사랑을 가로막아 왔던 모든 것들은 실은 아무 의미도 없었고, 모두 거짓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흔히 말하는 행복과 불행, 선과 악의 잣대로 당신들의 사랑을 재단하지 말라.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훨씬 더 고귀한 기준으로 사랑의 깊이를 가늠하라. 그렇지 않다면, 차라히 판단하려 들지 말라.’

 

제가 사랑에 대해 깨달은 것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지막 키스를 하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영원히. 기차는 이미 출발해 달리고 있었지요._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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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그리기 - 석정현 부부 짧은 글 화집
석정현 지음 / 성안당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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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비록 서로 좋아하는 술과 안주의 종류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내 가장 가까운 술친구는 역시 마누라다.

술잔을 두고 같은 관심사에 대해 아웅다웅 하는 재미도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은, 꽐라가 돼도 집에 데려다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_p51

 

인생을 함께 하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하여 호기심, 애정, 경이로움을 고스란히 느끼며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참 표현하기 힘들 것 같은 이 일을 #석정현 (석가 Stonehouse) 전문 그림꾼이 해냈다.

 

석정현 부부 짧은 글 화집, #마누라그리기 에는 소소한 에피소드나 찰나에 담긴 동반자를 짤막한 문장과 그림 한 컷으로 담겨져 있었다. 보는 이까지 이 매력적인 캐릭터에 궁금증이 생기게 하고, 인생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짚어보게도 하고 있었다. 간간히 보이는 그림에 대한 철학, 삶을 살아가는 법에 대한 깨달음은 깊은 감동도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글 화집이 되었다.

 

이 저자의 그림을 아직 모른다 하더라도, 좋은 친구 같은 #그림에세이 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_자고로 그림이란, 오래 두고 보고 싶은 대상이나 풍경을 그리는 일이다._p11

 

_마누라는 항상 많은 생각에 잠겨 있다.

마누라로, 엄마로, 딸로, 며느리로, 학생으로, 작가로, 여성으로...

나처럼 한 가지의 생각에만 꽂혀 사는 사람에겐 상상도 잘 안 되는 일이다.

그런 나를 바라보면 얼마나 부럽고도 답답할까 생각을 좀 해본다._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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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새랑 눈이 마주쳤다니까요
이이은 지음 / 보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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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새를 그리거나 만들 때 나름의 기준이 있다. 가장 첫 번째는 새의 얼굴을 정면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새를 바라보듯, 새 역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서로를 인식하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새와 동등한 위치에서 관계를 맺고 싶다는 바람도 있고, 모든 관심과 애정은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에 일부러 새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치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표현하려 한다._p41

 

새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잘 전달되어 오는 이 문단은, 탐조를 즐기다가 탐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치치-칫을 만든 #이이은 의 에세이, #진짜새랑눈이마주쳤다니까요 에 들어있다.

 

“알았다고요~” 혹은 “신기해요, 이야기해주세요!” 하며 대답해주고 싶은 책제목에 일단 반했고, 신호등 속의 참새발견, 집 앞 작은 연못의 까만 점, 쇠물닭 관찰육아, 휑한 정수리가 걱정되었던 귀가 중에 만난 까치, 소리로 구분한다는 직박구리..등 생활 속에 스며든 새 사랑과 자연 생명에 대한 철학에 진심으로 공감되었다.

 

좋아하면 사랑하게 되고, 꾸준히 하게 되면 뭐라도 일을 저지르게 된다. 이렇게 시간이 쌓이다가 탐조 브랜드까지 만드는 과정은 돈이 되냐 아니냐만 따지는 경제논리를 넘어서서 감동적이었다. 무엇이냐를 넘어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대입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관찰일기에 관심이 가면서 탐조의 세계에 자꾸 눈이 가던 차에, 참 반가운 책이었고 자연을 알아가며 인정하는 시간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던 내용이었다. 또한 흔히 보는 내 주변 새들의 생김새, 소리, 걷는 모습까지도 눈여겨보는 새로운 즐거움이 추가될 것 같다.

 

참 행복해지는 책이다.

 

 

_내 작업물을 접한 누군가가 길가의 작은 존재를 보며 ‘너도 너만의 시간이 있겠구나.’ 하고 단 일 초라도 시선이 머무르게 된다면, 내 예민한 감각은 피곤하긴 해도 세상에 꽤 유용한 것이 된다. 이제 이 선명한 시력은 나를 외롭게만 하는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조금 더 섬세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 시선을 빌려주는, 나만의 다정한 초대장이다._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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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 - 어원으로 찾아낸 감각의 생물학
박재용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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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의 학명을 보면 처음 발견한 사람부터 분류까지 라틴어가 참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접근하기 힘든데, 어원으로 학술명을 짚어주는 생물학 도서, #생명은각자다른세계를산다 를 만났다.

 

개인적으로 어원관련 내용을 무척 좋아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학술명에 대한 거부감을 씻어버릴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고양이의 학명 펠리스 실베스트리스 카투스(Felis silvestris catus)에서, 펠리스는 고대 라틴어로 고양이처럼 생긴 동물 전체를, 실베스트리스는 숲을 뜻하는 라틴어 실바(silva)와 ‘~에 속하는’이란 뜻의 어미 ‘-estris'의 합성어, 카투스(catus)는 고대 라틴어로 사람이 기르는 고양이로 영어 cat의 어원이기도 하다고 한다. 이렇듯 고양이와 이어서 나오는 개의 학명 어원을 읽는데 이미 재미있었다.

 

#박재용 저자는 학명의 어원을 설명해주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세포 발현부터 진화 까지, 생물학 전반적인 내용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훌륭한 과학서로 책을 완성하고 있었다.

 

인간은 따개비보다는 멍게와 더 가깝고, 느타리버섯은 느티나무 보다 인간에 가깝다. 영화 아바타에서 나무가 연결되는 것을 보며 떠올렸던 균체로 연결된 이들의 협력 네트워크는 이 책에서 어원과 함께 만나니 또 새롭고 여전히 경이로웠다. 그리고 생물의 성은 물론 슬픔/애도에 관한 내용도 있었는데 마치 에세이처럼 기억에 남는 챕터였다.

 

_실제로 애도의 핵심은 기억입니다. .... 뇌가 복잡하고 기억력이 뛰어난 동물일수록 더 복잡한 애도 행동을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런 면에서 애도의 또 다른 감정은 연민(compass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통(passion)을 함께(com) 느낀다는 뜻이지요. ‘함께’를 뜻하는 접두사와 ‘고통받다’를 뜻하는 라틴어 pati에서 나온 말로, 타자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민은 공감(empathy)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_p179

 

 

마지막 챕터 10장은 ‘움벨트’, 어쩌면 이것을 말하기 위하여 앞에서 발생학적, 생태적, 어원 등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RGB 색상체계는 지극히 인간이 보는 것 위주이고 다른 생물들은 전혀 다른 세계를 본다는 말이 생각나는 챕터였다. 바로 ‘종에 따라 서로 다른 세계를 감각할 수 밖에 없고 다른 종이 어떤 세계를 감각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세계에 대한 더 큰 이해를 위한 중요한 단서’라는 것.

 

생물학에서 움벨트(umwelt)란, 각자 감각을 통해서 세계를 이식하는데 그 인식의 감각의 조건에 따라 아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한다. 주위를 의미하는 독일어 움과 세계를 뜻하는 벨트가 합성된 말이라고 한다. 참 멋진 용어였다. 주관적이고 각 개체가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경험으로 쌓은 각각의 고유세계라는 뜻한다.

 

모든 생물이 이런 움벨트를 가진 존재들이며 존중받고 이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사랑하지 않을 생명체가 없다. 단순히 어원을 통한 생물학 도서로 시작했다가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연결을 발견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알게 되어 인간만의 특별함 주장이 얼마나 오만한가를 깨닫게 하는 책이었다.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질문들이 남는 도서였다. #생물학, 인문학, 어원..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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