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인
정윈만 지음, 김소희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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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홍콩은 참 희한한 곳이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업무 겸 여행으로 여러 번 오가면서, 그곳에서 머물면서 먹고 자고 걷는 것은 다른 곳들과 다를 바 없지만 막상 떠나와서 다른 나라에 있다 보면 몹시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고향도 아닌데 가끔 앓곤 한다. ‘참 희한한 곳이야... 이런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홍콩을 계속 찾게 하는 것일까?’..

 

내가 본 마지막 홍콩은, 본토의 간섭이 심해지면서 산발적인 시위에 군데군데 진압군이 있으면서 길이 봉쇄되어 돌아서 다녔던,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 직전이였다. 이미 예전의 분위기를 많이 잃어서 안타깝기도 하고 살짝 허탈한 기분이었다. '곧 다시 와야지'하며 비행기를 탔었는데 글로벌적인 국경봉쇄로 국내에 발이 묶여서 시간이 흐르고 벌써 오늘에 이르렀다.

 

사적인 경험과 어렸을 때 봤었던 홍콩영화의 향수로도 가득한 곳으로 나에게 자리 잡고 있는 이 곳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막연한 감정들을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소설이 #정원만 의 #유심인 이었다. 홍콩에서 태어난 작가가 -홍콩 아이콘 중 하나인- 고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와 노래 제목으로 쓴 13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책이다.

 

잠시 머무는 여행자가 아니라, 홍콩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오늘을 담아내고 있었다. 온갖 굴곡이 많은 홍콩을 지켜내고 있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는 나의 현재와 다르지 않았다. 상실과 건강이 걱정되는 반려묘, 내 의지와 상관없는 현실에 영향 받는 이들, 오늘 나와 함께 살지만 내일 격려하며 헤어질 인연도 있었다. 한 세대가 지나 다음 세대로 넘어오며 그 갭을 알 수 있는 대화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홍콩이 생각나는, 잦은 태풍의 전조와 냄새, 아침으로 먹었던 딤섬과 자스민차, 달달한 디저트와 맛있는 밀크티 등이 생각나는 음식들과 겨울에도 벽이 울고 있나싶었던 높은 습도가 몸으로 떠올리게 되는 풍경이 가득해서 혼자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진한 밀도의 녹진한 소설을 읽고 나면 몸이 노곤하면서도 지친다. 이 책이 그랬다. 단편집이여서 더 여운이 있었고 장국영의 이미지와 닮아서 그가 그리워졌다. 결국은 굴곡진 삶 속에서도 오늘을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다.

 

 

_“잘 알겠지만, 저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서요.”

제니가 신중하게 단어를 골랐다.

 

그러니까, 자유롭게 드나드는 삶을 살고 싶거든요. 누군가에게 봉쇄당하지 않고 또 내가 누군가를 봉쇄하지도 않는 그런 삶.”_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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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풍경
마치에이 미크노 지음, 발렌티나 고타르디 그림, 김시형 옮김 / 모스그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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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의 공간 속에 삽니다.

 

바빠서, 힘들어서, 때로는 필요가 없어서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갖지 못하지만, 고개를 들어 살짝 위로만 봐도 풍경이 달라집니다. 그렇게 들어온 것들은 내 안에서 느낌으로 생각으로 감정으로 흘러가지요. 바로 내가 되는 순간입니다.

 

이런 점들을 책으로 잘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우리가사는풍경 의 글과 그림들 였습니다.

 

기술 등의 발달로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의 변화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자연을 돌아보고, 풍경이 어떻게 우리 안으로 스며들고 해석되는 지를 아름다운 그림들과 글로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보다보면 저절로 관찰일기를 기록해가고 싶어지는 책이였습니다. 내가 사는 풍경으로 담아내고 싶어지는 순간들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하늘을 내 안에서 한 번 걸려내고 부드럽게 그리고, 책의 한 부분을 필사하고 내 생각하나도 함께 그림에 적어 넣으면서 마무리 하였습니다. 참 다정한 시간이었답니다

.

_...

풍경은 우리 삶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로 그 풍경 속에 푹 빠져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지요. 풍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연극의 단순한 배경이나 무늬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에게 무언가를 하고, 느끼고,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그런 힘을 빼앗아 가기도 하는 중요한 주인공중 하나랍니다.

 

아름답든, 혹은 조금 밉게 생겼든 상관없이, 풍경은 우리 마음속에 여러 가지 감정과 느낌을 퐁퐁 불러일으켜요.

...

이 모든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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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민에 칸트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 흔들리는 선택의 순간, 나를 지키는 생각 매뉴얼
아키모토 야스타카 지음, 김슬기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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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호기심으로 가득찬 세상이 궁금증으로 다가왔다면, 나이 들면서는 왜 이렇게 고민이 많아지고 가치를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지.... 일정 나이가 되면 편안해 지겠지 하며 살아왔지만 그 나이가 되어도 여전히 매순간 흔들리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럴 때 어떤 기준을 가지느냐에 따라 인생의 결과 방향성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통해서 봐도 철학적인 사유와 질문, 기준에 대한 주제를 인간이 꾸준히 잡고 온 것을 보면 아마도 공통적인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그 기준을 #아키모토야스타카 의 #그고민에칸트라면이렇게말할것이다 를 통해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딱딱하고 어려운 이론적인 말로 #칸트 의 윤리학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떠올리게 되는 질문들을 칸트의 생각에 비추어 차근차근 답을 찾아보고 있었다.

 

들어는 봤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해야 하나 싶었던 문장과 칸트철학이 내 곁으로 와서 그냥 관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해 왔던 것들에 깊이를 주고 그냥 살지 말라는 충고를 해주는 것 같았다.

 

다 읽고 난 지금도, 사실 여전히 쉽지 않은 질문들이 많지만, 이 책을 종종 열어보며 나와 타인을 어떻게 볼지, 매일의 삶을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갈 지를 짚어보고 싶다.

 

_“오류를 피하려면 우리는 오류의 원천, 환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설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일을 수행한 철학자는 극히 드물다. 그들은 오류의 원천인 환상을 지적하지 않고, 단지 오류 자체만을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진리를 위해서는, 환상을 발견하지 않고 오류만을 반박하는 것보다, 환상을 찾아내는 일이 훨씬 더 큰 공로가 된다.”

 

오류는 결국 표면적입니다. 그래서 칸트는 드러난 오류 자체를 지적하기보다, 그 아래에 자리한 환상을 밝혀내는 일, 즉 그 밑바탕에 잠재한 주관적 근거와 이기성의 작동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이 훨씬 더 본질에 가깝다고 말합니다._104

 

 

_“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는 이 명백한 거짓의 밑바탕에 있는 환상조차 명백하지 않다. 그런 사람에게 우리는 먼저 이 환상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가 고집한다면, 물론 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는 더 이상 그 사람을 어떻게 할 수도 없다.”

 

칸트는 비합리적 말을 하는 사람에게 환상, 즉 이기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해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전제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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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경지식 한 권 교양 - 모든 경험이 지식이 되는 질문 수업
유선경 지음 / 앤의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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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를 통해 그 쓸모부터 해석, 감정 표현의 미묘한 깊이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주었던 #유선경 작가가 이번에는 든든한 지식 지원군’ #내인생의배경지식한권교양 을 들고 나왔다.

 

문학, , 자연, 과학, 역사, 예술, 신화, 7개 챕터를 통해서 140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면서 세상의 지식을 통합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책이었다.

 

연꽃의 씨앗은 천 년이 지나도 어떻게 꽃을 피울까?,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줬을까?, 추사는 왜 수선화가 매화보다 한 수 위라고 했을까, ‘주름 잡는다는 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사이비는 속어일까 아닐까?, 징크스가 정말 징크스일까?, 언제 철들까?, 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 있을까? 갸날픈 꽃 코스모스에 왜 우주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별도 소리를 낼까?, 나이가 들면 왜 잠이 없어질까?, 우리는 정말 뇌의 10%만 사용할까?, 누가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을까?, 한국인은 언제부터 쌀을 먹었을까?, 고대에 광선총을 발명한 사람을 누구일까? 한민족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 중국의 시를 차용한 클래식 음악이 무엇일까?, 뉴턴이 말한 거인들의 어깨에서 거인은 누구일까?, 사람의 눈은 왜 두 개일까?, 지혜에 대한 동서양의 관점이 어떻게 다를까? 등등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이 많아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그냥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식으로만 존재하는 내용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연결되어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상력도 한 스푼 넣어서 알려주고 저자 자신의 철학과 생각도 포함시켜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는 경우도 많은 점이 이 책의 큰 장점 중 하나였다.

 

마치 저자가 말하듯이 풀어주고 있어서 지루함 하나도 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슬픈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미역국을 먹었다의 어원, 추사가 즐겨 마셨다는 우리차인 초의차에 관한 자세한 내용과 옛 시와 글, 비엔나 커피 유래, 뇌사용량에 관한 것, 노래가 생각나는 삼천갑자 동박삭의 긴 이름과 전설, 등이 기억에 남는다.

 

보다보면 결국 모든 지식의 고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분야를 핑계로 경계 지을 수 없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재미있다. 술술 읽어만 봐도 좋은 책이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다.

 

_강제 해산 당한 데다 동료까지 읽은 조선의 병사들은 해산하고 미역국을 먹는 풍속과 연관 지어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했습니다. “우리더러 미역국이나 먹으란 말이냐.”

 

뜻도 어원도 참 슬픈 말 미역국을 먹다’, 징크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나라가 망해서 벌어진 일이었지요._p158

 

_... 재차 강조하지만 인간이 정말로 뇌기능의 단 10%만 쓰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며 우리의 뇌는 언제나, 심지어 잠을 자는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잠재력에 대해서라면 10%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말이 맞을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잠재력은 본인의 재능과 노력, 환경과 조건, 여기에 운까지 더하면 100% 그 이상 발휘될 수 있지요._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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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답게 죽기로 했습니다
나이토 이즈미 지음, 위지영 옮김 / 마음의숲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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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아침에 생각하기 좋다는 말이 있다. 죽음이라는 것이 필멸의 존재인 인간에게는 불투명하고 두려운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기를 터부시 하지만, 오히려 지금을 살아낼 수 있게 하는 기본값 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다해서 본인도 타인이 보기에도 충분히 살았다 싶을 때 조용히 가면 좋겠지만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죽는 것도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헌데 시한부를 선고받는 환자들의 죽음은 어떠할까? 어떻게 준비하고 싶어할까?...

 

#나는나답게죽기로했습니다 를 통해 그 언덕을 다녀왔다. 재택 호스피스 의사 #나이토이즈미 가 본인의 경험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전달해 주고 있었다. 분명 읽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삶의 이야기였다.

 

요양원이나 병원에서의 마지막이 일반화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에 꼭 자리잡았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재택 호스피스여서 주의깊게 자세히 읽었고, 섬세하게 다뤄진 많은 등장인물들이 눈물나게 감동적이여서 좋았다.

 

_대부분의 환자는 단지 조금 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길 선택합니다. 죽음을 앞둔 비장함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남은 생명을 쥐어짜듯 애쓰지도 않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지내다가 그 과정에서 혹시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그저 다행이다하고 받아들이는 느낌입니다._p39

 

가만히 내 마음에 돌 하나 묵직하게 건네주면서 차분하게 만들어준 책, 죽음을 생각하느라 힘 빠지는 것 보다는 오늘을 소중하게 만드는 시간을 선물 받았다. 남은 삶, 모두가 충만한 순간을 가질 수 있기를...

 

_그렇다면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오늘 해야 할 일을 오늘 해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는 누구에게나 주어집니다. 해야 할 일은 누구에게나 많아서, 그것을 모두 끝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전부를 미루기보다 하나라도 좋으니 오늘 해두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_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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