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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 이일하 교수의 아주 특별한 식물학 에세이 ㅣ 지식벽돌
이일하 지음 / 초봄책방 / 2026년 3월
평점 :
_동물의 행동에 해당하는 것이 식물의 생장인 셈입니다. 따라서 식물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곧 끊임없는 성장을 의미하는 생명체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5백 년 넘게 살아온 고목이 자라고, 그 고목들이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새순을 틔우고 무성한 꽃을 피웁니다._p24
식물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인간의 시선으로 보면 거의 움직임이 없어 보이는 식물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가고 있었다. 그래서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고 있었던 #식물의시간은천천히흐른다 . 감상적인 면을 떠나 #이일하 식물학자가 알려주는 이들의 세계는 전문적인 내용도 많아서 종종 메모도 하면서 읽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고나 할까!
아주 오래전 생물시간에 살짝 엿보았던 내용도 심도 있게 알 수 있어서 반가우면서도 재미있었고, 몰랐던 것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보았다. 역시 자연에 관한 내용은 즐거웠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식물이더라도 빛 환경에 따라 잎의 모양을 변화시키는 작은 변화로 스스로 가소적 변화를 하는 생장 가소성, 산불 이후(회생가능 자연산불이겠다) 식물의 발아를 촉진하는 신호 분자인 카리킨의 생리학 작용, 생체시계 존재를 입증하는 광주기 현상의 발견과 연구 역사,
많이 알려져 있지만 새삼 알차게 복습할 수 있었던 잎과 꽃 배열의 비밀인 피보나치 수열에 따른 황금각, 식물학 전문분야 차원으로 설명해놓아서 폭풍집중해서 본 “꽃을 만들어라”는 명령을 내리는 마스터 스위치 리피 유전자 파트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이대로 끝이 아니였다. 저자의 식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후반부 챕터들에서 잘 느껴져서 좋은 책이였다. 식물이 어떻게 서로 소통하며 진화해 왔는지, 그 과정 중에 인류와 함께 한 부분들까지... 후반부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기억하고 싶다. 영화 아바타1에서 나무를 중심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자연 그 자체인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책 속의 식물과 곰팡이의 공생, 군집으로 연결된 이들을 보면서 그 장면이 떠올랐다. 얼마나 경이로운지... 아주 몰랐던 내용도 아닌데 훨씬 더 깊은 감동이였다.
조용하고 느리게 보였던 식물의 세계는 생각보다도 훨씬 다이내믹하고 다채로웠다. 누가 인간보다 식물이 하위에 있다고 하겠는가! 인류의 파트너로 지구 생태계를 함께 구성하고 있는 친구로 생각하고 싶다.
_..식물은 각 조직이 독립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 신호를 주고받으며 전체 수준에서 조정합니다. 줄기와 뿌리는 정보를 통합하고 판단하는 일종의 ‘식물의 뇌’역할을 합니다._p151
_..곰팡이는 바위틈 속 무기염을 흡수하는데 능했습니다. 그래서 식물은 곰팡이와 손을 잡고, 그들의 균사를 ‘영양 흡수의 팔’로 삼아 육상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오늘날 지구의 모든 숲은 곰팡이 덕분에 태어난 문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Wood Wide Web, 땅속의 거대한 대화망: 최근 연구들은 땅속 곰팡이의 균사가 여러 식물의 뿌리를 서로 연결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은 양분과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그늘 속의 어린 묘목은 이웃 나무가 보내주는 탄소를 받아 생존하고, 병든 나무는 위험 신호를 보내 이웃이 미리 방어 유전자를 켜게 만듭니다.
과학자들은 이 놀라운 시스템을 ‘Wood Wide Web'이라 부릅니다. 보이지 않는 지하의 네트워크, 그곳에서 식물들은 서로를 돕고, 경고하고, 나누며 살아갑니다._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