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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지음, 이문영 옮김 / 들녘 / 2024년 11월
평점 :
_“미국에 가면 날 닮은 딸을 낳을 거야. 그곳 사람들은 여자의 위상은 그 남편이 트림을 얼마나 크게 하나 들어보면 나다는 둥 뭐 그 따위 소리는 안 하겠지. 그 애를 낮잡아 보는 사람도 없을 거야. 그 애가 완벽한 미국식 영어만 하게끔 가르칠 거니까. 그곳에서는 늘상 풍족할 테니 슬픔으로 배 채울 일도 없어. 내 딸은 내 말을 알 거야.....”_p10
딸은 “나는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 고 하고, 엄마는 “내 딸 만큼은 나 같은 경험하지 않고 잘 살기를 바란다” 고 한다. 엄마와 딸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갈등으로 서로를 원망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는 애증의 관계라고들 한다.
엄마와 딸이 나오는 소설, #조이럭클럽 은 대표적인 디아스포라 작품이자 여성 문학 작품으로도 꼽힌다. 여기에 나오는 엄마들은 중국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 시기에 희망을 품고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들이다. 경유를 거듭하여 도착한 미국땅에서 정착한 엄마들은, 딸들을 낳게 되었다.
‘조이 럭 클럽’은 이 엄마들이 만든 마작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마음껏 먹고 마시고 실컷 웃으며 마작을 한다. 세상의 찌든 때를 여기에서 다 털어내 버리겠다는 것처럼.... 좋은 것들만 생각하면서... 하지만 각자의 깊은 내면에는 중국에서 겪었던 아픔이 담겨 있다.
엄마의 이런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미국에서 자란 딸 징메이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조이 럭 클럽’ 에 참여하여, 엄마의 자리에 앉아서 마작을 하게 된다.
_나를 보고 “이쪽이 네 엄마가 앉던 자리야. 여기에 앉으렴” 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나는 엄마가 마작 테이블에서 동쪽을 맡았다는 것을 안다.
동쪽은 모든 것이 시작하는 곳이지. 언젠가 엄마는 말했다. 동쪽, 해가 떠오르는 방향, 바람이 불어오는 곳._p35
징메이는 비로소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전쟁통에 잃어버린 두 딸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엄마의 진실을 깨닫게 될까?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딸에게, 마침내 자신의 아픈 과거를 들려주겠노라 결심한 엄마, 혹은 딸의 불행이 절망으로 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충고하는 엄마.....
소설은 중국 풍습과 동양 신화적인 모티브를 차용해서 이들의 스토리를 긴밀하게 연결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약간은 현실이 아닌듯한 느낌도 들면서 몰입감 있게 빠져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삶인 것 같지만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이들의 삶, 등장인물들에게 무리없이 공감되는 것, 모두가 그 자체로 감동이였다.
만만해서 더 소홀히 하게 되는 엄마, 엄마의 삶에 대하여 이해해보려고 해본 적이 있었나? 어떤 생각과 경험으로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진득하게 대화를 나눠보거나 마음을 나눠본 적이 있었던가? 흔히 딸은 엄마의 삶을 되물림 하게 된다고들 말한다. 소설 속의 엄마들도 이런 불안감에 더 딸들을 채근 했었으리라... 하지만 애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삶은 시대를 넘어선 여성의 계보이고 이들의 소망은 여전히 품고 가야하는 실타래 같은 것일 듯싶다.
아주 오래전 영화로 보았던 '조이 럭 클럽' 을 글로 만났던 시간은, 그동안 흐른 시간만큼이나 깊이 있게 다가왔다. 엄마 그리워지는 책, 엄마가 애틋하고 든든해지는 소설이다.
_하지만 오늘밤 린도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는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구나. 각자 서로가 하는 말을 해석하되, 나는 엄마가 실제로 의도한 것보다 더 적은 의미만을 받아들였고, 반면 엄마는 내 말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_p43
_사실 이 책에 나오는 위험들 중 하나만 알아도 충분했다. 아이들은 생일에 따라 각각 한 가지 위험에만 대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전부 다 걱정했다._p179
_"이 안을 들여다보렴. 엄마 말이 틀렸니? 이 거울 안에는 내 미래의 손주가 들어있어. 내년 봄쯤에는 이미 내 무릎에 앉아 있겠구나.“ 딸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거기 있었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_p215
_".... 고맙습니다, 꼬마 태후 마마. 그리고 반드시 제 딸에게도 가르쳐주셔야 해요. 순수함을 잃더라도 희망만은 잃지 않는 방법을, 영원히 웃을 수 있는 방법을요.“_p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