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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 ㅣ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
원오 극근 지음, 혜원 옮김 / 김영사 / 2021년 5월
평점 :
선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벽암록>은 깨달음의 경지를 이끌어 내는 ‘종문 제일서’ 로서,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매우 힘들다. 선은 본래 언어, 문자의 한계를 벗어나 스승과 제자의 문답으로 이루어지는데, 송대 이후에 옛 선사들의 이런 기록들을 문자로 기록한 ‘공안’을 통해 수행하는 ‘공안선’, ‘문자선’이 유행하게 되었고, 이것에 대한 강의록인 원오의 <벽암록>이 그 문자선의 백미로 여겨진다고 한다.
선에 대한 관심을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제대로 접해본 적은 없어서 신청하게 된 이 책, 어떻게 이해를 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은 확실히 일반인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힘쓰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설두 중현이 선별한 총 100칙으로 이뤄져 있으며,
수시를 통해 본칙에 들어가기 전 배경을 알려주었고,
본칙에서 주요 내용을 한글로 잘 풀어주면서 송고에 깨달음을 한시로 적은 것을 현대어로 해석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해설을 더해서 독자의 총괄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원전의 한자들도 한글 음까지 넣어주고 있어서 필요하면 옥편에서 잘 찾아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정독을 하는 것은 마치 나를 한 껍질 벗겨내는 과정인 듯한 느낌을 주었지만, 정독이 정독 그대로 충분히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로서는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되풀이해서 펼쳐볼 수 있을 정도로, 풀이를 잘 해주고 있고, 나오는 인물들의 문답상황이 재밌기도 하였다. 어지러운 시기일수록 참된 ‘도’를 찾아 따라가는 일이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길을 밝히고 있는 선인들의 가르침이 있으니, 이 내용도 그 중요한 맥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선’, ‘벽암록’ 등에 대하여 관심 있었는데 어렵게 생각되어 망설이고 있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본문에서>
_“겹겹의 산, 첩첩의 봉우리, 담장에 부딪치고 벽에 들이받는다. 생각을 쉬고 작용이 그쳐도, 이 보두 굴욕일 뿐이다.” 이것은 운수가 공부하는 모습이다. 산더미 같은 의문을 끌어안고, 무턱대고 문제에 부딪치고, 사량분별이 쉬어져 마음의 작용이 멈추어도, 아직도 자신의 일대사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굴욕스럽기 짝이 없음을 비관한다._ [‘제20칙, 용아, 서래의’에서]
_돈과 점은 선 수행에서 깨침으로 향하는 도정을 말한다. ‘점’은 점차로 이끄는 방편의 가르침이다. ..... ... 세속에 있으면서 자유자재하게 지내는 것을 뜻한다. 희로애락으로 소란한 시중에서도 자유자재의 경지를 읽지 않는 것이 도에 계합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돈’을 논한다면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고 한다. ‘돈’은 궁극의 진리를 일거에 깨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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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참된 본선은 석가나 달마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자신이 깨쳤다고 자부한다면 천마외도이다. 선에서는 반드시 명사의 점검이 필요하다._[‘제38칙, 풍혈, 조사심인’에서]
_조주는 “급류 위에서 공을 친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무심’으로, 육근의 작용이 무공용의 작용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일어나는 생각이 앞뒤가 절단된, ‘절대 지금’의 움직임을 말한 것이다.
조주의 대답에 승은 아연실색했다. 그래서 다시 투자에게 갔다. 똑같은 질문을 했다. 투자는 아주 정직하게 대답했다. “일념일념, 흐름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또한 무공용의 작용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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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무심은 집착이 없는 경계에서 보고 듣는 것이다. 그것이 참된 무공용으로, 때에 따라 자유자재로 작용한다. 이것을 조주는 “급류 위에서 공을 친다”라고 하였고, 투자는 “일념일념, 흐름이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염념상속’이라는 말이다. 일념 즉 영원이며 영원 즉 일념임을 보이고 있다. _[‘제80칙, 조주, 갓 태어난 아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