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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조성준 저자는 예술가의 일과 삶을 담고 있는 이 책, <예술가의 일>에 3년을 매달렸다고 한다. 33명의 예술가들이 등장하는데 익숙한 이름들이 많아서 많이 반가웠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기분에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거짓말 같이 세상을 떠난 장국영을 만나 반가웠고, 그림만 몇 점 알고 있었던 천경자 화가는 그 개인사에 마음 아팠다. 어려운 시기에 사회적 편견에도 굳건했던 나혜석 화가에서 발견한 ‘82년생 김지영’ 주제도 와 닿았다.
검은 피카소라고 불린 바스키아도 있어서 좋았고, 비난에 가까운 평가에도 20세기 예술의 수호자로 미술 컬렉터로 활약한 폐기 구겐하임이 존경스러웠다. 얼마 전 읽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도 다시 만났는데 같은 사람 좀 다른 내용이 새로웠다. 좋아하는 건축가 가우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데이비드 보위, 존 레논, 뭉크, 글렌 굴드, 이타미 준, 수잔 발라동, 등등... 모든 스토리들이 그들 각각을 이해할 수 있게 잘 도와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가슴 속 깊은 곳을 때리는 무언가가 느껴졌는데, 시, 소설 같은 순수문학 쪽이 아님에도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 의외였다. 어쩌면 글쓴이의 마음이 이 안에 녹아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아는 지식과 자료를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각 인물들에게서 떠올려지는 내용들과 애정을 글 속에 잘 녹여놓았다.
그것이 온전히 내게 전달되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_그 어떤 이유가 됐든 장국영이 떠났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장국영의 노래, 영화와 함께 80년대, 90년대를 통과한 팬들은 우리의 청춘도 끝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 그를 좋아했던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서, 1분처럼 빠르게 지나가버린 청춘을 되돌아보면서, 이 모든 것이 짓궂은 농담 같다는 생각한다. 다음해 4월 1일이 되면 같은 생각을 되풀이하면서, 또 한 번 장국영을 기억할 것이다._[‘바람과 함께 사라진 청춘, 장국영’에서]
_.. 관객은 마그리트 작품 앞에서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 누군가는 이런 것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일상이라는 커튼 뒤에는 영원히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의문이 가득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죽음이라는 미지로 향하는 우리의 삶 자체가 수수께끼라는 사실을._[‘수수께끼를 그린 화가, 르네 마그리트’에서]
_비비안의 사진은 모든 맥락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마음을 잡아끈다. 세련된 구도는 미감을 자극하고, 생생한 피사체는 저마다 할 말이 있어 보인다._[‘어둠을 수집한 보모, 비비안 마이어’에서]
_발라동은 누드화를 많이 남겼다. 모델은 자신이었다. 여성의 몸을 주제로 한 예술 작품은 고대시대부터 있었다. 그것들 대부분엔 남성의 욕망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 발라동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나이가 들며 얼굴에 주름이 늘고, 몸 구석구석에 군살이 붙고, 가슴도 쳐졌다. 발라동은 그런 몸을 덤덤하게 묘사했다.
저 아래 밑바닥에서 시작해 고군분투하며 삶을 개척한 사람 특유의 강인함이 느껴지는 그림들이다._[‘여자의 몸은 여자가 그린다, 수잔 발라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