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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8월
평점 :
‘초현실주의’는 미술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는데, 원래는 예술 운동이 아니라 철학 개념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본래 삶의 방식 전체를 가리킨다고 한다. 1차 세계 대전으로 전 세계를 내몬 기존 체제에 든 반기라고 하니, 깊이 들어가면 얼마나 폭넓은 스펙트럼을 포함하고 있을지 미루어 짐작 가능하다.
데즈먼드 모리스는 그 유명한 ‘털 없는 원숭이’의 저자로,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생태학자 이다. 이런 과학자이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초현실주의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32명의 시각 예술 초현실주의자들에 관한 스토리를 모아놓은 책이 바로 이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이다.
작품들만 보면, 너무 난해한 초현실주의 작품들..... 다행히 이 책은 초현실주의 시각 예술가들의 개인사와 작품활동의 배경들 위주로 넣어놓아서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격동의 시기와 맞물러 있어서 비극적인 삶과 활동들이 그들도 그냥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구나 하게 되는 지점들도 있었고, 뜻밖에 계산적인 인물도 있어서 놀랐다.
대부분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들인데, 아마도 저자는 이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한 사조가 형성되는 계기 및 유의미한 행적들에 대하여 설명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에일린 아거와 메레트 오펜하임, 도로시아 태닝 과 같은 여성작가들을 알게 된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여전히 여성이라는 편견과 차별이 많았던 시대에, 불안한 시대상과 맞물린, 여성 예술가의 삶들이 인상 깊었다.
_오펜하임이 처음 유명해진 것은 1933년 만 레이가 기획한 사진전에서였다. 그는 그녀를 커다란 인쇄기 옆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왼쪽 팔과 손에만 인쇄기 잉크가 묻은 모습이었다. 그녀는 마치 남자처럼 검은 머리를 짧게 잘랐고, 얼굴은 웃음도 없이 무표정했다.
그녀는 인쇄기라는 무거운 기계에 어떤 모호한 방식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어떤 모호한 의식의 희생자처럼 보였다.
지금은 유명해진 이 사진전에 참여함으로써 그녀는 초현실주의자가 여성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보여 주는 또 따른 사례가 된 듯했다. 뮤즈이자 성욕 배출구이고, 장식용이면서 부수적인 인물로서 말이다._[‘메레트 오펜하임’에서]
예술 활동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는 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 첫 번째가 당시의 시대상과 활동을 이끈 예술가들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비전공자들이 초현실주의 시각 예술가들에 대해 적당한 깊이로 알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들을 이해하다보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당시 예술품들도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비교적 페이지는 잘 넘어갔고, 각 인물들에게 인간적인 감정이 실리게 된다. 편하고 간결하게 읽을 수 있는 예술서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