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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_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들 중 다수가 이 목숨을 건 처절한 결투에서 한 사내가 죽는 것뿐만 아니라 한 여자가 처형당하는 광경을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_
_마르그리트는 아직 법적으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아니었지만, 사형 판결을 받은 상태에서 결투를 관람하고, 남편이 결투에서 목숨을 잃을 경우는 그 즉시 처형될 예정이었다._
카루주 가문의 장 3세의 장남인 장 드 카루주 4세는 타고난 전사였다고 한다. 종기사였던 장 4세는 잔과 정략결혼을 하고 아들을 얻어, 고향인 카루주의 성에 살고 있었다.
카루주와 비슷한 연배에 오래된 친구 사이로, 새로운 주군인 피에르 백작을 같이 따르는 동료 종기사, 자크 르그리가 있는데, 그는 평민계급 출신으로 그의 가문은 카루주 가문 만큼 유서 깊지는 않았다. 피에르 백작의 총애를 경쟁하던 중에 서로 의가 상하게 되고, 엎친데 겹친 격으로 카루주는 아내 잔과 어린 아들을 연달아 잃게 되었다.
영토전쟁, 권력전쟁이 생활이였던 중세시대, 자칫 대가 끊길 수도 있겠다는 위험을 느끼고 재혼을 결심하게 된 카루주... 이 대목에서 드디어 이 이야기의 중심 ‘마르그리트’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젊고 부유한 귀족의 딸인데 굉장한 미인이기까지 한 그녀는 여러 가지 면에서 탐나는 신부감으로 딱이였다.
마르그리트에 대한 흑심과 카루주에 대한 복수와 질투로 르그리는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았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그러다 카루주의 장기 출타라는 타이밍이 왔고 성범죄를 저지른다.
당시의 시대상과 이 두 인물을 쫓아온 스토리는 이 사건을 기점으로 방향이 확 바뀌게 된다. 이 이후로는 여성에게 저지러진 성폭행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 법정에서 내려지는 판결들, 피해 당사자에 대한 의심과 배려없음 등 이러한 시점으로 책을 읽어가게 된다.
사건의 진위여부가 결투의 승패에 좌우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
만약 그녀의 남편 카루주가 결투에서 패한다면 피해자인 여자도 같이 처형당해야 하는 부당한 처사,
볼거리로 전락한 결투는, 진정 누구를 위한 결투인지 의문스러워진다....
장 드 카루주와 자크 르그리 사이에서 벌어진 이 목숨을 건 결투는 파리 고등법원이 허가한 최후의 결투 재판이 되었다고 한다. 제목은 이 점에서 가져온 듯 하다.
실화라는 것에 더 놀랐고, 역사서로도 훌륭했던 책이였다. 영화로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역사 속의 이 장면과 심리를 촘촘히 적어놓은 글자들을 실사로 어떻게 옮겨 놓았을지 정말 궁금하다. 이 책에서는 결투 후의 역사 속 기록들까지 다루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어느 선까지 다루고 있을지 궁금하다.
마르그리트를 마음 놓고 응원하고 싶다.
중세시대,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대한 이상한 착각들이 지금의 그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또 한 번 충격 받게 된다.
많은 이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실화 소설이다.
_여성들은 실은 성폭행당하는 것을 즐기기까지 한다는 당대의 속설에 대해 공공연하게 반론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진 중세 여성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진취적인 여성 중 한 명이었던 크리스틴 드 피장은 <여인들의 도시(1405)>에서 여자들이 “강간당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경우는 전무하며, 강간은 그들을 최악의 비탄에 빠뜨리는 행위”라고 썼다.
.....
강간은 이론상으로는 중한 처벌을 받는 중죄였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처벌을 받지도 않고, 고소당하지도 않고, 보고조차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_
_이 유명한 결투 직후 태어나서 향후 몇 세기에 걸쳐 연대기 작가나 역사가들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은 이 수상쩍은 전설이 앞으로도 끈질기게 살아남으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역사의 책갈피를 통해 계속 후세에 전해지고, 논쟁의 대상이 되고, 되풀이되는 한은 말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