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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평점 :
_아무도 오늘 아침,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못 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내 감정을 타인에게 숨기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아마 누구나 곧 알게 될 것이다. 그게 내가 가진 능력이니까._
40대 중반에 평범한 안정적인 직장인인 그녀는, 대도시에 자리를 잡고 평안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직장생활이 그닥 막 즐겁지는 않다. 동료들은 더 그렇다. 그래서 딱히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없어 보인다. ‘내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 받은 엄마의 부고 소식, 일단 오늘은 출근을 하자.... 주변에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동생 에드워드가 영 불안하다. 일이 끝나고 얼른 엄마집에 가봐야겠다. 가는 중에 받은 유언장의 내용은 정말 ... 동생에게 다 주겠다고? 엄마!!!!
엎친데 겹친다고 했던가... ‘계획에 없던 변화가 내 몸에 생겼다. 임신이다!!’ 12년간 만나온 리처드와는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었다. 그와 관계를 방금 끝내버렸지만... 그와 대화를 하면서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다.
단순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던 한 여성인 임신을 계기로, 아니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겪게 되는 과정들과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발견하게 된 내 엄마의 비밀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였다.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꼭 결혼으로 결론이 나지 않아도 좋고, 각자의 생활을 존중해주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줘서 좋았다. 아직은 한국정서와 맞지 않아서 화제가 되었던 사유리의 결정도 같이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일찍 가정을 이룬 이들은 주인공의 생각이나 사회생활 같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하지 않고 혼자가 오래된 이들은 이해가 되는 상황들과 생각도 많았다. 그냥 저절로 혼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_전화를 내려놓은 나는 정확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감정을 느꼈다. 정확히 실망감은 아니었다. 초대를 거절한 건 나였으므로 실망은 말이 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그저 약간은 우울한 느낌이었다. 내가 내린 결정이 순전한 불가피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새해를 기념한 적이 없다. 친한 친구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지인들 역시 나를 새해 파티에 초대해준 적도 없다._
예측 가능한 매일이 안정적이지만, 때론 갑작스런 변화들이 내 삶에 활력을 주기도 하고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런 인생의 신비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였고, 일반적인 가족이야기가 아니여서 공감이 더 되었다.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부터 내가 지금 얻었고 잃은 것들은 무언가에 대한 생각까지 이르렀다.
시대는 바뀌었고, ‘가족’의 다양한 형태도 이상하지 않는 분위기가 빨리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외로운 삶들도 더 적어지지 않을까?
냉소적인 면도 있었지만 결국 따뜻한 소설이였다.
_내가 이렇게 불명예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 건 다 그와의 관계 때문이었다. 생물학적으로 봐도, 남자는 아무것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난 우리가 계획하지 않은 임신 때문에 사회가 만들어놓은 진부한 역할에 빠질 가능성 따위를 회피하고 싶었다.
.... 나는 리처드에게 임신 사실을 털어놓고 그는 내가 고의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아이를 빌미로 우리 관계를 이어나가거나 아이를 원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