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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_경사 지형에 건물 일부를 묻는 것은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꾀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산 밖으로 드러난 곳과 산 안으로 숨은 공간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산 밖은 해가 들고 바람이 지나가는 밝고 쾌청한 영역이다. 산속은 그늘이 지고 소리가 울리는 어둡고 눅눅한 영역이다. 두 영역의 대비는 테르메 발스에서 잘 나타난다._ [‘산, 돌, 물’에서]
참 아름다운 산보길을 만났다. 바로 이 책, <그림자의 위로>....
저자 건축가 김종진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지역을 여행 다니며 건축 작품들을 답사했던 여정을 담아놓았다. 저자는 이 행보를 ‘빛을 향한 순례’라고 칭하고 있는데, 차분히 따라 읽다보니 마치 구도하는 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흔히 알고 있던 유명 여행지들이 아니라, 생각지 못했던 도서관, 수도원, 기념비, 공원묘지가 등장하는데, 각 장소가 주는 경건함을 건축가의 시선으로 보는 지적 재미가 내용에 차별성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건축책이라기보다는 공간에서 발견하는 철학책 같았던 내용은 그 광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느낌이 들었고 참 아름다웠다. 뭐라 이 벅찬 감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이 책..... 빛과 그림자의 음영이 도드라지는 흑백사진들도 잔상이 오래 남는다. 건축가들의 관점과 시선은 항상 신비롭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집소개 프로들을 보면 ‘빛설계’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빛과 그림자가 공간에 미치는 영향,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단상에 이르렀다.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_토르네 수도원의 침묵 속에서 체험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짙은 음영 속에 물체와 공간의 윤곽이 모호했던 순간, 알 수 없는 공명이 느껴졌고 온 공간이 살아 있었다. 어느 순간 나라는 자아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사라졌다._ [‘밤을 바라보는 밤’에서]
_텅 빈 예배당에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공간 분위기가 감돌았다. 신비로웠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며 변했다. 빛과 공간의 현상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 같았다. 빛의 생명체.... 토로네 수도원에서 보았던 꿈틀거렸던 노란빛이 떠올랐다._ [‘스스로 드러나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