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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배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1~3 세트 - 전3권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21년 11월
평점 :
_놀랍게도 사내 역시 한쪽은 검은 눈동자를, 다른 쪽은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마주 서서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마주 서서 한참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무당은 망토를 벗어 검은 옷 사내의 발치에 떨어뜨렸다. 망토는 죽음을 맞을 때의 경련처럼, 혹은 분노할 때의 발작처럼 부르르 떨었다._ [‘B 쌍둥이 호수의 바일라바이칼’에서]
맨 처음 동화책을 접했을 때 이런 기분이였을까?
환상적인 삽화들과 신화, 전설, 민담 같은 이야기로 엮어져 있는 모험담, <오르베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알파벳순으로 1,2,3권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알파벳이 의미한 바는 각 알파벳 모양의 섬을 가리킨다. 1권은 A부터 I 모양 섬들, 2권은 J부터 Q까지, 3권은 R부터 Z 모양의 섬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 많은 섬들을 여행하듯 읽다보면, 왜 이 책을 현대판 오디세이아라고 칭했는지 짐작 가능해 진다. 아니 개인적으로는 다루고 있는 문화가 더 넓은 듯 했다. 왜냐하면 많이 본 듯한 오리엔탈 문화도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나중에 작가의 작업내용을 보니, 이 시리즈를 위해 저자 프랑수아 플라스는 아메리카 대륙과 중남미, 폴리네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북극, 유럽, 인도 등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자연과 지형, 기후와 풍물, 종교와 문화, 역사 등의 다양한 자료를 수집하였다고 한다.
한 권, 한 권, 따라가다보니, 지도라는 것이 단순히 지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이 특별한 지도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살아있었고, 삽화들을 통해 재탄생하고 있었다.
이 속의 장소들이 실재하는 지 여부는 계속 헷갈린다. 이런 생명체들이, 사람들이 상상인지 여부가 계속 궁금해진다. 익숙함과 신기함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이다. 문득 ‘80일간의 세계일주’도 떠올랐던 행로는,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의 기쁨도 있었다.
긴 겨울밤을 지루함에서 구해줬던 동화 같은 지도책이였다. 삽화자체도 매우 예뻐서 완전 소장각이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강추하고픈 이야기책이다.
_얼마나 달렸을까, 석양빛이 물드는 저녁 무렵, 그들이 다다른 곳은 커다란 성채가 우뚝 솟아 있는 절벽이었다.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몰라 초조해하던 알비니우스의 눈에 상인방[문이나 창을 가로지르는 나무]에 새겨진 소르도가이의 문장이 들어왔다._ [‘H 웅갈릴족의 나라’에서]
_자오 팅은 인사를 하고 나서 잠자리를 준비했다. 밤은 물가의 갈대밭 위로 안개가 내리듯 그렇게 그들의 눈꺼풀 위로 미끄러져 내렸다.
밤과 함께 다음 날까지 미끄러져 가세나. 내일 붉은 소나무 숲의 황금빛 그늘 아래서 다시 만나세._[‘J 비취 나라’에서]
_니르당 파샤의 정맥 속으로, 느리고 무거운 검은 피가 길을 찾으며 흐르고 있었고, 이 암흑의 수액을 순환하게 할 두 번째 심장이 그에게로 들어왔다. 마법사는 낭송을 계속하면서 몸을 숙여 파샤의 무거워진 눈꺼풀을 올려주었다._ [‘M 만드라고르산맥’에서]
_일곱 번째 밤, 드디어 맹렬호가 다른 전차들을 제치고 단독 선두에 나섰다. 수면 부족으로 눈이 빨갛게 충형된 오네심 티폴로는 눈앞에 펼쳐진 사막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_ [‘U 울티마 사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