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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평점 :
_이 여자들은 ‘보이는 자’에서 ‘보는 자’가 되길 포기하지 않는다. 겉모습은 비슷해도 내 20대와 이들이 정반대인 까닭이다. 화장을 지우고 ‘보이는 몸’이 아니라 ‘움직이는 몸’을 느낀다. 관계와 삶 전체 계획이 변한다. <탈코르셋>의 저자 이민경은 바지를 살 때마다 옷에 맞지 않은 제 다리가 부끄러웠다. 이제는 ‘무슨 바지를 이렇게 만드냐’하고 말할 수 있단다._p58
_밥 먹을 때마다, 똥 쌀 때마다, 숨 쉴 때마다 먼지처럼 쌓이는 차별은 시나브로 자아를 무너뜨린다._p61
_..."어떤 고정관념을 내면화하느냐에 따라 본인의 역량이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_p75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최근 읽은 책 중에 책분량 비례해서 이렇게 많은 인덱스를 붙인 도서가 있었을까 싶다. 모든 챕터를 다 기억하고 싶고, 모두에게 권하고 싶고, 문장들을 옮기려니 이 한 권 전체를 옮겨 쓸 판이다.
여성이라는 학습된 틀로,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에 익숙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던 챕터1, 관리당하는 몸, 나름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모순들이 있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자라서 그래’에서 시작하여 월경에 대하여 불결하다고 학습되는 행태와 인식, 나이 들어서도 씌워져지는 프레임을 넘어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시작점에 대한 내용까지... 이 챕터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는 시선을 바꾸게 하고 있었다.
_“우리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그러니까 우리 자신의 몸으로부터 숨는 일은 그만두지 않는다면 우리가 서로 사랑할 수 없으리라.”(마사 누스바움,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_p85
챕터2, 추방당하는 몸에서는, 다른 사람의 몸을 보는 우리네 패러다임에 관한 내용이였다. 이것은 특권과도 연결되며, 백인은 추앙하면서 동남아인들은 무시해도 되는 부족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 여기에 장애인에 관한 내용까지..... 읽을수록 내게도 잠재되어 습성화 되어 있었던 많은 말과 생각들이 부끄러워졌다. 또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얼마나 비겁해 질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던 챕터였다.
_성 정체성, 인종, 성별 등으로 차별하지 말자는 데 합의가 된 사회라면 애초에 차별금지법이 필요 없다. 동물의 권리를 존중하자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사회라면 애초에 개식용 금지법이 필요 없다. 누가 누구와 합의하면 되는 걸까? ...... 그 법이 필요한지 물어야 할 대상이 있다면 지금 고통당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개들에게는 어떻게 묻느냐고? 개들은 예전에 합의했다._p145
_어떤 사람의 목소리는 죽어야 들인다._p139
그리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돌봄과 관계에 대한 내용의 챕터 3, 돌보는 몸과 챕터 4,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얘기들에 내 자신을, 가족을, 친구를, 이웃을..... 대입시켜보았던 시간이였다.
_"'누가 나를 돌봐줄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나는 누구를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과 연동시키지 않는다면 그러한 논의는 윤리적이지 않을뿐더러 유의미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_p188
_류머티즘을 앓는 친구는 증세가 나아지자 교육받고 장애인 활동지원사(활동보조인)가 됐다.
“건널목에서 걷지 못해 혼자 남겨졌을 때 그게 무슨 느낌인지 알게 됐거든.”_p189
결국 저자는 이 챕터 3,4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지 않았나 싶다. 몸에 대하여 시작했지만 그 궁극적인 종착역은 돌봄을 통한 관계인 것 같다. 그 시선은 다양한 몸을 관통해서 사랑과 관심으로 귀결되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사유와 행동반경에 변화를 경험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러면 우리가 바라는 사회로 한 발자국 가까워 질 수 있지 않을까?!
_나는 몽덕이가 내 곁에 있어주는 걸로 족하다.
사랑은 무언가를 할 수 있기에 얻는 것이 아니라는 걸, 존재 자체로 받는 것이란 걸 몽덕이는 내게 가르쳐줬다._p240
_"이 우주에는 단 하나의 구분, 단 하나의 진정한 이분법이 있구나. 삶과 죽음. 다른 모든 것들은 그저 녹아 없어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한 사람을 다른 이와 구별 짓는 특성은 그만이 갖는 모순이다._p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