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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안시내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5월
평점 :
_나는 종종 일상을 치르다 그 겨울을 떠올린다. 가장 물렁했던 순간, 내가 보내던 비슷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특별했는지 알아챘던 긴 겨울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을. 묵묵히 버텨가는 사람들의 커다란 위로를. 눈물에 담긴 진심을. 다정한 목소리의 힘을. 잠이 주는 온기를. 바람이 불고 겨울나무의 흔적을.
너무나 특별한,
보통의 하루를 떠올린다._p162
어떤 글은 읽다보면, 특히 에세이류, 이 저자는 천상 작가구나 혹은 이런 사람이 글쓰기를 업으로 가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의 글에는, 나이불문, 뭔가 범접하기 힘든 에너지가 들어있는데, 이 힘은 읽는 보람을 느끼게도 하고 내가 쓰는 문장 한 줄에 대한 참담함을 동시에 가지게 하기도 한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런 생각을 들게 한 안시내 작가의 에세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는>.
저자는 여행, 사람, 떠남의 굴레 속에서 혼란스러웠던 20대를 마치며 그간 써내려간 글들을 정리해서 이 책을 내었다고 한다. 여행 에세이인가 싶다가 일기 같기도 하고 고백서, 성장기록 같기도 했었던 내용은 독자들이 조용히 스며들게 하기에 충분하게 감성적이였으며, 심하게 내밀한 내용도 어색하지 않아서 마치 내 것만 같았다.
누구나 겪었을 이야기를 좀 다른 감수성으로 만나고 싶은 이들은 이 책에 푹 빠져봐도 좋을 듯하다...
_나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못 하겠지만, 걱정해도 괜찮다고. 내가 함께 들어줄 테니, 다시 같이 길을 걸어보자고. 이제야 당신의 삶을 이해해서 미안하다고.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당신의 모든 모난 부분을 사랑할 것이라고. 엄마 덕에 이렇게 잘 클 수 있었다고._p21
_.. 나는 사랑,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랑 후에 남겨질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네가 부러웠다. 그리고 나는 당신이 고마웠다. 말을 내뱉는 순간의 당신이 너무나 건강해보였기에, 그 두려움의 실체가 견딜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 모든 감정을 당신에게 전했고, 당신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나를 찾는 여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_p140
_넘어지면 혼자 우뚝 일어나는 사람도 강하지만, 손을 내뻗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실로 단단한 사람임을. 사랑하는 이가 떠나지 않을 믿음으로 온 마음과 나누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큰 용기라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강하지만 사실은 가장 약한 사람이라는 것._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