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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걷기 수업 - 두 발로 다다르는 행복에 대하여
알베르트 키츨러 지음, 유영미 옮김 / 푸른숲 / 2023년 5월
평점 :
_한가로이 거니는 것은 무위에 해당하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음은 채워지기 쉬워라.
무욕은 힘이 들지 않으니.
옛 현자들은 그것을 진리를 캐는 방랑이라 불렀다네._ 장자
<철학자의 걷기 수업>, 이 제목을 찬찬히 곱씹어 본 이가 있을까? 어쩌면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른다. 두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선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걷기’라는 동작에 수업이 필요할까? 그것도 ‘철학자의 걷기’ 라니... 혹시 상징적인 의미는 아닌가?
아니다, 저자 알베르트 키츨러는 단순히 상징적인 의미로 철학자의 걷기 수업이라 칭한 것이 아니다. 독일의 철학자, 변호사, 영화 제작자이자 법학과 철학까지 섭렵한 저자는, 코르시카섬으로 떠난 도보 여행을 계기로 고대 그리스, 중국, 인도의 실천 철학 연구를 시작하여, [절도와 중용] 학교를 세워서 고대의 지혜를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고 한다.
주로 고대 실천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강연, 상담 등이 이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하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걷기’를 통한 마음 다스림과 균형에 대한 철학자들의 가르침으로 실천 철학의 한 가지로 ‘걷기 철학’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서의 내용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떠나, 자연의 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였다. 본래 걷는 존재였던 인간은 문명의 발달로 점점 더 그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서 자연 흐름을 망각하고 갇힌 사고와 몸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리듬이 깨진 지금의 우리에게 걷기가 미치는 건강 메카니즘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아주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고 있었다.
‘걷기’를 통해 영혼 깊숙이 자연을 끌어오고 삶을 사유하고 느끼고 지혜를 향해 나아가는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듯하였다. 성경과 코란, 고대 철학자들, 괴테, 루소 등의 폭넓은 인용과 해석들로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찾을 수 있는 법에 대해 되풀이해서 이해를 도와주고 있었고, 그런 삶의 필수요건으로 걷기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하고 있다.
특히 각 챕터 끝에 달린 ‘산책 노트’의 글은 마치 명상하듯이 읽고 스며들 수 있어서 해당 챕터의 본문이 이해가 되지 않았더라도 이 산책 노트들만 잘 가져간다면 이 책을 성공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자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읽는 동안에는 ‘철학책이구나!’ 했다가, 다 읽고 나니 심신을 돌보는 명상책이였구나 싶어진다. 저자가 운영하고 있다는 학교도 가보고 싶어졌다. 편안한 시간이였다.
_걷기는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행복감을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인 민간성은 줄인다._p47
_고대의 실천 철학은 당대에 마음의 의학으로 인식되었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철학적 훈력을 통해 지혜로운 사고를 습득하고, 이를 삶에 적용함으로써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_p46
_자연을 걸어 다닐 때면 그런 피상적인 만남과 정확히 반대되는 경험을 한다. 모든 가면이 내게서 떨어져나가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동시에 나의 중심에 이른다. 그럿은 아마도 자연이 우리에게 - 자연에 겸허하게 순응하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것 외에는 -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_p129
_삶은 끊임없이 변하고, “모든 것은 흐른다.” 자연 속을 정기적으로 걸어 다니는 일은 산만한 마음을 한데 모으고, 조화를 이루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내면의 안식과 함께 일상을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다._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