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평점 :
_내 몸이 쌓아온 서사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깨끗함’의 기준을 한참 벗어나 있다. 이미 얼룩진 몸인데, 타투를 한들 뭐가 대수인가. 나는 자신의 삶과 몸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할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겐 타투가 그 수단이었다._p96
전혀 관심 없었던 타투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치앙마이 방문이 계기가 되었다. 여기저기 1주일짜리부터 영구문신 까지 가게의 형태도 다양하게 있어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야시장이나 주말마켓은 길거리에 화려한 문양들을 쭈욱 전시해놓고 골라서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도 많이 해주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도 꽤 있었고, 정교하고 다양한 문양들에 깜짝 놀랐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몸에 하는 것에는 그닥 관심이 없어서 보기만 했었지만, 거기에 머무는 동안에 한국에서 잠깐 왔었던 친구는 일탈의 수단으로 몸에 1주일짜리 문신을 했었다. 일종의 해방구로서 하고 싶었다고 했었다. 이 친구를 떠올리게 한, 타투사진집 <가장 밝은 검정으로>를 만났는데, 의외로 들어있는 글들이 훌륭해서 탐독하게 되었다.
각자 몸에 타투를 하게 된 역사를 멋진 사진들과 함께 실어놓았는데, 직업군도 다양했다. 시인, 래퍼, 배우, 비건 식당 운영자, 작가, 무당, 시인, 사진가, 상담심리사, 타투이스트.. 직업들의 열거만 보더라도 얼마나 온도가 다른 글들로 풀어져 있는지 짐작 가능할 것 같다.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이 카메라의 시선으로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사진과 이미지가 주는 의미의 강력함과 거기에 이들의 목소리가 입혀졌을 때 얼마나 밀도 있는 책이 되는지를 실감한 시간이였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언젠가 내가 몸에 그림이나 글을 새기고 싶어진다면, 어떤 상태, 어떤 그림일지... 궁금해진다.
_죽을 때까지 영감을 줄 만한 게 아니면 새기지 말자고 나와 약속했다.
내 몸엔 타투가 두 종류 있는데 하나는 라이도헤드, 다른 하나는 프레데릭 쇼팽에 관한 것이다._p63
_타투는 스스로 타자성을 몸에 입히는 행위라고 들었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험으로서 ‘자발적 얼룩’을 새기는 것이다._p96
_귀걸이 대신 귀 뒤에 타투를 새겼다. 머리를 묶었을 때 예뻐 보일 것 같았다. 내가 볼 수 없는 위치라 자주 잊고 살지만, 누군가 발견해줄 때마다 보물처럼 발견되는 기쁨이 있다._p107
_통증으로 내 몸에 노크하듯 타투를 해왔다. 합리적 자학이랄까? 몸을 깨우고 싶은데 나를 해치고 싶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바늘로 나를 찌르는 행위를 ‘깨어 있음, 살아 있음’으로 느낀 것 같다._p175
_빛이 없다면 아무것도 찍을 수 없는 카메라. 카메라에 비친 타투는 강렬한 빛으로 생긴 실루엣 같기도 했다. 그 빛은 어디서 왔고, 그들 몸에 드리운 무늬는 무엇의 그림자였을까._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