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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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아무런 의미 없이 일어나는 생명현상은 없다._p54

 

예쁜꼬마선충이 나오는 생물학 이야기,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의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생명현상을 누군가는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누군가는 철학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물리세상에서 동식물의 물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생물학적인 연구일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의의와 이해부터, 모델생물을 이용한 연구방법 및 성과들, 그리고 현대 생물학의 방향성과 노화의 가역성 논란과 같은 이슈까지 고루 다루면서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저자가 계속 언급하는 예쁜꼬마선충은 이러한 생명과학의 발견에 많은 기여를 한 모델생물 중 하나이다. 이과여서 어렴풋이 선충, 초파리 실험 등을 본 기억이 나기는 했지만, 현격하게 발전한 지금의 생물학을 만난 즐거움이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_20세기 들어 모델생물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발생학은 차별적인 유전자의 발현, 세포사멸 등 생명현상의 기전을 밝히고 발생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21세기 발생학은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까?_

 

 

후반부의 유전자에 죽음이나 노화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가 여부에 대한 내용과 최근에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노화의 가역성 주장에 대한 의문관련 파트, 종의 다양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관한 마지막 파트가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로웠다. 아마도 생명공학이 계속 발전해가면서 더 보강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정통 생물학책을 읽은 듯해서 재미있었고 지금의 최고 관심사는 바로 이런 생명관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난이도가 약간 있어서 배경지식이 조금 있는 상태에서 보면 더 유의미한 독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_생명현상 중 가장 멋지고 또 가장 말이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곤충의 변태를 이야기할 것이다. 애벌레일 때 모습과 허물을 벗고 나온 성충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 생명체라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_p22

 

_예쁜유충선충 중 다우어 유충만이 보여주는 닉테이션은 외부 자극을 받은 IL2라는 특별한 신경세포(뉴런)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함으로써 근육이 수축 혹은 이완되며 이뤄지는 행동이다._p49

 

_세포사멸은 예쁜꼬마선충이 얼마나 좋은 모델인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예쁜꼬마선충은 세포 계보가 밝혀진 유일한 동물이다._p80

 

 

_아마도 마지막 관문은 인간의 복잡한 뇌를 어떻게 불멸화할 것인가가 될 것이다. 뇌의 작용은 우리가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선 창발적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극단적으로 창발적이다. 따라서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고 불멸하려면 먼저 뇌를 불명화하는 방법을 밝혀내야 한다._p153

 

 

_..... 그런데 그 유전물질이 가진 엄청나게 낮은 확률의 실수 가능성이 바로 진화의 동력이 된다._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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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 지음, 페르낭 레제 그림, 신옥근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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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그때부터, 달은 백리향의 사막에서 자칼이 길게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고, - 또 과수원에서 나막신 신은 목가가 투덜대는 소리도 들었다. 그런 뒤, 싹 트기 시작한 보랏빛 대수림에서 유카리스는 내게 봄이 왔다고 알렸다._p14

 

 

아르튀르 랭보의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시들과 이 시들을 위해서 그려진 페르낭 레제의 인상적인 그림들이 함께한, 페르낭 레제 에디션, <일뤼미나시옹>. 랭보 탄생 170주년 기념으로 출판된 랭보의 마지막 시집이라고 한다.

 

자칫 글만으로는 독백형 산문들처럼 느껴질 이 시들이 페르낭 레제의 개성 있는 그림들을 만나서, 보고 해석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숨통을 트인다.

 

어느 날, 어린 시절로 가서 풍광에 빠졌다가, 퍼레이드 속 우리를 만난다. 삶의 고찰을 지나 아침에 맞이하는 시간이 나온다. 문장들을 지나 또 사람들을 만나고 상상력을 발휘하게 하는 바퀴자국들을 보게 된다. 만들어 놓은 도시들로 낯설지 않은 세계로 우리를 마침내 던져 놓는다.

 

문득 끝나버린 여행에 아쉬움이 먼저 앞서는 마무리였다.

 

페르낭 레제의 그림들과 천재 시인 랭보의 마지막 시들의 콜라보라는 것만으로도 소장각인 책, <일뤼미나시옹> 이였다.

 

 

_오 성스러운 나라의 거대한 가로수길이여, 사원의 테라스여! 내게 잠언을 설파한 브라만은 어찌 되었나? ..... 난 이미 당신들도 발견했을지 모를 보물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다음 이야기도 보인다! 내 지혜는 혼돈만큼이나 무시당했지. 당신들을 기다리는 놀라움에 비하면, 나의 허무란 무엇이란 말인가?_p31

 

 

_... 축축한 길을 재빨리 지나간 수천의 바퀴 자국이 나있다. 요정들의 행렬. 정말이다. ..... 푸르고 검은 굉장한 암말들의 속보를 뒤따르는 관들의 행렬도._p50

 

_정열의 꽃과 바쿠스 축제의 광란을 삽화처럼 그려놓은 모래 언덕. 카르타고의 거대한 수로와 물이 탁학 어느 베네치아의 강둑길. 에트나 화산의 희미한 폭발, 그리고 빙하의 꽃과 물이 만든 크레바스._p80

 

 

_- 판매함. 육체들, 목소리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어마어마한 부유, 사람들이 절대 팔지 않을 것. 판매자들로선 바겐세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_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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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스케일의 감 - 공간의 치수, 면적, 길이를 우리의 오감으로 파악한다! 더숲 건축 시리즈
나카야마 시게노부.덴다 다케시.가타오카 나나코 지음, 노경아 옮김, 임도균 감수 / 더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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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네 발로 걷던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부터 양손을 자유롭게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원시시대에는 사냥에 쓸 활이나 창 같은 도구를 만들어 썼습니다. 이후 인간의 신체는 주변 물건의 길이나 거리를 가늠하는 측정 도구처럼 쓰이며 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 대개 엄지의 폭, 혹은 검지의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렸을 때의 두 번째 마디 길이를 라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이 단위를 인치로 부릅니다._p10

 

 

공간의 치수, 면적, 길이를 우리의 신체를 잣대로 설계하는 법을 배워보는 <건축 스케일의 감>.

 

일본의 예들이 주로라서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신체를 척도로 이용하는 기준과 방법들부터 이를 응용하여 쾌적하고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어느 정도 높이와 넓이여야 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보다보면 오래된 아파트의 세면대나 주방의 가구들이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책상이나 의자를 세팅하는 경우 고려해야 하는 점들이 단순히 가구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 공간에 따라 어느 정도 여유공간이 어느 지점에 필요한지 등에 대하여 배울 수 있어서, 일상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였다.

 

후반부에는 주택에 투시도, 설계도까지 예시로 들어있고, 부록의 스케일에 대한 연표는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일상공간을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책이였다.

 

 

_실제 건축에서 공간을 설계하거나 도면을 그릴 때는 여기에 여유 공간을 추가하거나 사용자의 신체 상태를 감안하여 수납장의 치수를 정합니다._p23

 

_천장이 높으면 개방감이 느껴지지만 너무 높아도 공간에 안정감이 없습니다. 반면에 천장이 너무 낮으면 답답합니다. 이처럼 방의 면적과 천장 높이는 매우 중요하므로, 어디선가 쾌적하게 느껴지는 공간을 발견했다면 그곳의 치수를 측정하고 기록하여 스케일감을 익히기 바랍니다._p58

_주택의 높이는 동작과 구조로 결정된다._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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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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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늑대는 말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이해하기도 쉽다. 늑대가 못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늑대는 문명사회에 맞지 않는 것이다. 늑대도 개도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_p88

 

 

철학과 교수 마크 롤랜즈가 늑대와 함께 지낸 11년의 시간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 <철학자와 늑대>.

 

동물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의 환경에서 성장한 배경부터 시작해서, 늑대 브레닌과의 만남, 브레닌의 우아한 몸에 대한 서술과 라이프서클에 따른 에피소드들, 서로 적응해 가는 과정, 규칙 만들기, 산책하는 것, 함께 여행하며 대학강의에 함께 출퇴근하는 내용, 그리고 브레닌과의 이별까지.....

 

브레닌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인간에 대한 고찰이 깊어지고, 철저히 인간위주로 정의 되어진 관점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을 하고 재정립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동물권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으며 저자는 이에 대한 책도 냈다고 한다.

 

철학에세이라고 하지만, 이런 내용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것은 참 오랜만이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철학이론관련 내용보다도 브레닌이나 다른 동물들과의 기억을 넣어놓은 곳들이 훨씬 흥미롭고 집중되었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브레닌이 아플 때는 나도 같이 가슴이 철렁했었고, 세상을 떠났을 때는 그 마음을 익히 알 것도 같아서 슬픔이 더 앞섰다. 저자가 시작에서 말 했듯이 브레닌과 함께 있을 때보다 없는 지금이 훨씬 못한 존재가 되었다는 깨달음은 정말 공감되었다.

 

우리는 시간의 피조물이고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렇게 기억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이렇게 삶에 녹여서 우리를 돌아보는 지도 모르겠다. 브레닌의 죽음 앞에 냄새만을 맡고 돌아선 니나를 통해 순간, 그 자체를 사는 법을 배워가고 싶다.

 

참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참 행복한 독서였다.

 

 

_프리드리히 니체가 한때 말한 것처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신 통제해 줄 누군가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것은 엄연한 진실이다. 그리고 브레닌에게는 내가 그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규율과 자유 사이의 관계는 심오하고 중요하다. 규율은 가장 소중한 자유의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 규율 없이는 잠시 허가된 자유일 뿐,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_p59

 

 

_그러나 사르트르 철학의 이면은 인간 이외의 모든 존재가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것들, 심지어 그 어떤 생명체조차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 그러나 나의 관심은 그 주장의 진위보다는 존재의 유연성에 대한 보편화된 생각들에 가 닿는다. 왜 오로지 인간만이 수천 가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고, 다른 생명은 생물학적 유산에 속박되고 자연의 역사에 종속되어 살아야만 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인간의 오만함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_p63

 

 

_사랑에는 여러 얼굴이 있다. 사랑한다면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 본질적으로 필리아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어 하는 것보다 훨씬 가혹하고 잔인하기에. 필리아의 꼭 한 가지 필요조건은 감정이 아닌 의지이리라. 동료에게 느끼는 사랑인 필리아는 그에게 무언가를 해 주려는 의지이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로 인해 소름 끼치고 메스꺼워져도, 결국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대가를 치를지라도 그렇게 하려는 의지 말이다._p250

 

 

_늑대나 개에게 죽음이란 정말로 삶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죽음은 그들을 지배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늑대나 개의 본질이라고 믿고 싶다._p292

 

 

_우리는 시간적인 존재이기에 우리가 겪는 커다란 고통 역시 시간적인 상처일 뿐이다. ....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시간은 매 순간에 충실한 존재들에게는 무력하지만 우리에게는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늑대는 매 순간을 그 자체의 보람으로 받아들인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영장류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매 순간은 끝없이 유예된다. ...... 우리는 시간의 피조물이지만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다._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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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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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오래된 상처니까 아프지 않을 거라고 그랬다. .... 하지만 이글비의 귀를 만질 때면 늘 조심스러웠다. 상처가 오래됐다고 아프지 않을 리 없다. 그건 내가 잘 안다.

 

할아버지는 이글비를 데려오던 날 나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네가 이 녀석의 세상이 되는 거다.”_p11

 

 

실험용 비글이였던 강아지, 학교에서 유전자 조합 인간이 아닌 단 한 사람 나, 버려진 구형 로봇 미래가 만났다.

 

주류에서 거리가 먼 나, ‘인류와 로봇 미래는 서울 탐방 영상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_세계관은 중요하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증명하니까. 이 로봇을 만나면서부터 나의 세계관은 흔들리고 있다.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나의 세계관을 증명하거나 잘못된 세계와 싸우거나. ..... 나는 몸을 낮춰서 로봇과 눈을 맞추며 말했다. “밖으로 세상 보러 가자. 같이.”_p74

 

 

서울 거리를 걸으면서, ‘엄마에게 학대당한 미래의 아픔이 표면으로 들어나고, 경복궁을 들르고, 해체중인 패션디자인센터를 가게 된다. 도시 미관을 채친다는 이유로 철거를 한다고 한다. 도시의 외관을 해치는 것들은 무조건 다 없어져야 하는 것일까? 구형 로봇도 유전자 조합이 아닌 인간도 없어지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 둘의 여정은 어떻게 끝나게 될까?

 

사회문제의 한 복판에 뛰어들게 된 이들은 어떻게 사회에 대항을 하게 될까?

 

새로운 것과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SF로 잘 풀어낸 이야기였다. 생각보다 설득력 있었고 문제의식과 해결점도 있어서 청소년소설이였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다.

 

 

_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건물과 그렇지 못한 건물. 법이 바뀌면서 사라져야 할 로봇과 새롭게 만들어지는 로봇. 어쩌면 저 건물 역시 구형이어서 해체되는 게 아닐까._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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