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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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늑대는 말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이해하기도 쉽다. 늑대가 못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래서 늑대는 문명사회에 맞지 않는 것이다. 늑대도 개도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_p88

 

 

철학과 교수 마크 롤랜즈가 늑대와 함께 지낸 11년의 시간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 <철학자와 늑대>.

 

동물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의 환경에서 성장한 배경부터 시작해서, 늑대 브레닌과의 만남, 브레닌의 우아한 몸에 대한 서술과 라이프서클에 따른 에피소드들, 서로 적응해 가는 과정, 규칙 만들기, 산책하는 것, 함께 여행하며 대학강의에 함께 출퇴근하는 내용, 그리고 브레닌과의 이별까지.....

 

브레닌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인간에 대한 고찰이 깊어지고, 철저히 인간위주로 정의 되어진 관점들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을 하고 재정립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동물권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어 있으며 저자는 이에 대한 책도 냈다고 한다.

 

철학에세이라고 하지만, 이런 내용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 것은 참 오랜만이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철학이론관련 내용보다도 브레닌이나 다른 동물들과의 기억을 넣어놓은 곳들이 훨씬 흥미롭고 집중되었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브레닌이 아플 때는 나도 같이 가슴이 철렁했었고, 세상을 떠났을 때는 그 마음을 익히 알 것도 같아서 슬픔이 더 앞섰다. 저자가 시작에서 말 했듯이 브레닌과 함께 있을 때보다 없는 지금이 훨씬 못한 존재가 되었다는 깨달음은 정말 공감되었다.

 

우리는 시간의 피조물이고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이렇게 기억으로 그들을 기억하고 이렇게 삶에 녹여서 우리를 돌아보는 지도 모르겠다. 브레닌의 죽음 앞에 냄새만을 맡고 돌아선 니나를 통해 순간, 그 자체를 사는 법을 배워가고 싶다.

 

참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참 행복한 독서였다.

 

 

_프리드리히 니체가 한때 말한 것처럼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신 통제해 줄 누군가를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것은 엄연한 진실이다. 그리고 브레닌에게는 내가 그 역할을 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규율과 자유 사이의 관계는 심오하고 중요하다. 규율은 가장 소중한 자유의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 규율 없이는 잠시 허가된 자유일 뿐,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_p59

 

 

_그러나 사르트르 철학의 이면은 인간 이외의 모든 존재가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것들, 심지어 그 어떤 생명체조차 주어진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 그러나 나의 관심은 그 주장의 진위보다는 존재의 유연성에 대한 보편화된 생각들에 가 닿는다. 왜 오로지 인간만이 수천 가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고, 다른 생명은 생물학적 유산에 속박되고 자연의 역사에 종속되어 살아야만 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인간의 오만함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_p63

 

 

_사랑에는 여러 얼굴이 있다. 사랑한다면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 본질적으로 필리아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어 하는 것보다 훨씬 가혹하고 잔인하기에. 필리아의 꼭 한 가지 필요조건은 감정이 아닌 의지이리라. 동료에게 느끼는 사랑인 필리아는 그에게 무언가를 해 주려는 의지이다. 정말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로 인해 소름 끼치고 메스꺼워져도, 결국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대가를 치를지라도 그렇게 하려는 의지 말이다._p250

 

 

_늑대나 개에게 죽음이란 정말로 삶의 한계라고 할 수 있겠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죽음은 그들을 지배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늑대나 개의 본질이라고 믿고 싶다._p292

 

 

_우리는 시간적인 존재이기에 우리가 겪는 커다란 고통 역시 시간적인 상처일 뿐이다. ....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시간은 매 순간에 충실한 존재들에게는 무력하지만 우리에게는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것이다.

늑대는 매 순간을 그 자체의 보람으로 받아들인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 영장류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인간에게 매 순간은 끝없이 유예된다. ...... 우리는 시간의 피조물이지만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다._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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