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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전쟁 - 우리는 왜 이 전쟁에서 실패를 거듭하는가
요한 하리 지음, 이선주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9월
평점 :
_너무 많은 스트레스와 절망에 허덕이는 한국인들은 중독에 빠지기가 아주 쉽다. 살아가기가 너무 고통스러워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상태가 중독의 핵심이다. 그러니 중독의 해결책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사회로 새롭게 재건하는 일이다._p405
#도둑맞은집중력 과 #매직필 로 우리 정신을 번쩍 들게 했었던 #요한하리 가 이번에는 마약을 주제로 들고 나왔다. 한국도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뉴스에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나오고 있어서 남의 나라 일이 아니게 되었다.
매직필은 자신을 실험대에 올리고 그 경과과정에 대한 경험과 조사자료, 등을 중심으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서 알려줬다면, 이번에 만난 #신간 #마약전쟁 은 일단 마약이라고 불리는 성분들의 근본적인 약리작용과 당시 전문가들의 입장, 자연에 작용하는 마약, 그리고 어떻게 미국 내에서 중독자를 만들어 내었고, 어떤 과정을 통해 범죄가 되었는지, 여기에 엮어져 있는 사회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개인과 대중심리에 관한 내용까지..... 좀 더 자료조사 및 보고서적인 성격이 강한 저널리즘이 느껴지는 책이였다.
편견으로 가득 찬 백인, 해리 앤슬링어에 의해 조작된 - 당시 의사들의 전문적인 소견을 무시한 채 - 마약에 관한 프레임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이 너무 안타까웠고, 한 사람의 잘못된 집념이 이렇게 까지 영향을 미치고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음에 화가 났다.
마약을 불법으로 하고 구하기 힘들게 됨으로서 오히러 범죄 집단의 수단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그래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중독자들의 상태가 책을 읽다보면 이해가 된다.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보다, 하나의 질병으로 관리하고 따듯한 연대와 관심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훨씬 많이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 내 자신도 반성을 하게 되는 내용 이였다.
특히 #중독 이라는 것이 신체적으로 금단증상을 지나오면서 해당 성분을 몸이 더 이상 필요치 않아도, 지지해 주는 심리적 기반-사람들-이 없다면 다시 중독에 빠져든다는 내용은, 굳이 마약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중독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멍하게 쇼츠 같은 단편적인 영상들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나 외롭나?” 하고 질문을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또한 요한 하리는 마약문제에 대한 해결법에 대해서도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었는데, 마약의 비범죄화를 선언한 포르투갈의 예를 언급한 13장의 내용이 참 인상 깊었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마약중독자를 범죄자 이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들 스스로도 자신을 ‘아픈 사람’ 으로 여기면서 이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는 것이였다.
물론 마약의 유통과정에서 벌어지는 범죄, 점점 중독성이 강해지는 마약성분들의 출현, 이 모든 과정에 얽혀있는 각종 이익집단의 숨은 배경 등 그냥 억누르기만 해야 하는 범죄로 생각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중독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벗어날 수 없는 것이고 되풀이되기 쉽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들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재활시설 확충과 적절한 프로그램, 고립이 아닌 심리적인 지지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응법이 필요할 것 같다.
저자도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심란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덕분에 하나의 패러다임이 생성되어 고착되는 과정, 왜 팩트첵크가 중요한지에 관한 확인, 마약과 중독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 등을 하게 되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요한 하리는, 마약은 ‘언제나 감정적이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퇴폐적이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사악한 계층들이나 그런 일을 당한다고’ 주장하며 인종차별적인 조사와 처벌을 했었던 해리 앤슬링어가 결국에는 마약 중독자가 되었고 마약상 역할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마무리 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은 이들이라면 뭔가 위로가 되는 끝이였다. _... 그가 인간의 조건에서 그런 느낌을 없애버리려고 애쓰면서 비명을 지르게 했던 그 모든 사람들을 떠올렸을까?_p407
_“의사들은 이제 설사 원한다 해도 중독자들을 치료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해리는 으스댔다._p86
_그는 그런 폭력조직이 마약을 팔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마약 때문에 그런 조직의 힘이 더 커질 수 있어. 총을 사고, 사치를 부리고, 거물이라도 된 듯 행동할 돈과 수단을 얻을 수 있으니까. 옷과 보석도 사고.”_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