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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 새로운 시대의 탄생, 르코르뷔지에가 바라본 뉴욕의 도시
르 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동녘 / 2024년 10월
평점 :
_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온 세계는 에너지와 미래와 문명의 조화로운 창조에 대한 엄청난 믿음으로 일어섰다._p56
20세기 근대 건축에 큰 영향을 끼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 17개의 건축 작품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50여 권의 저서, 회화와 조각 작품도 많이 남겼다고 한다. 평소 건축에 관심이 많아서 무척이나 르코르뷔지애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대성당들이희었을때 를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근대를 넘어오며, 마천루들이 공간을 채우며 대성당들이 최고치로 지어지던 시대와 같이,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 그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뉴욕을 방문했을 때의 기록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1부에서는 당시 유럽전반, 특히 프랑스의 건축과 흐름에 대하여, 2부는 미국 여행기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열어보기 전에는 사실 건축사나 건축에 대한 전문가적인 기록에세이 일 것이라 추측했었다. 그래서 지적인 면에 집중해 보리라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서론과 본문 첫 문장부터 나를 사로잡았는데 그의 비판 가득한 시니컬함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_오늘날 세상에 소동이 한창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졌기 때문에, 이 책은 다시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것이다._p7
_나는 이 나라 프랑스와 이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것들, 특히 건축 관련 발명과 용기 그리고 창의적 천재성을 파괴하거나 공격하는 데 악착같이 힘쓰는 자들을 양심의 가책과 후회로 이끌고자 한다. 건축은 이성과 시가 공존하며, 지혜와 기획이 연합하는 분야다._p17
건축과 예술, 공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그는,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마천루를 보며 유럽과는 다른 발전을 이룬 신대륙의 문명에 감탄하는가 하면, 비판적인 분석도 거침없이 하고 있었다. 인간 생존 요구에 부합되는 건축과 이에 어울리는 도시계획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 지에 대하여 맨해튼, 브루클린,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장소들도 언급하면서 생각을 풀어놓았다.
마천루 가득한 뉴욕에 더 높이를 높이고 나머지 공간을 녹지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내용에 ‘인간을 위한 건축’을 추구한 르코르뷔지에의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건축적인 면뿐만 아니라, 당시의 전반적인 예술과 문화도 함께 들어있는 점이 정말 좋았던 책이다.
신랄한 문체로 읽는 이를 쥐락펴락 하다가 마지막 장에서는 공동체 계획과 사업의 필요성을 통해서, 새로운 기계화 시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인간의 주거지, 빛나는 주거지’를 강조하고 ‘진보와 조직화의 모든 이점을 결합’하여 ‘태양, 하늘, 공간, 나무 같은 인간 본성의 가장 심오한 요구를 고려하여 설계‘를 강조 또 강조 하고 있었다.
읽으며, 도시계획과 관련된 집단들의 이익상충, 건축가, 인문학, 인간의 조건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이였다. 르코르뷔지에에 대한 뜻밖의 발견이였고 단순히 시대에 순응하는 이가 아니라 비판하고 관철시킬 줄 알았던 인간주의 건축가 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였다. 한편 우리나라 도시계획들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던 시간이였다.
건축관련서, 사회비평책, 예술서로도 적극 추천하고픈 책이다.
_브루클린 미술관은 밖에서 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학문적 무대 세트 같다. 하늘을 배경으로 뮤즈나 반신반인 또는 미국독립전쟁 장군들이 일렬로 얹혀 있는, 화려한 건물 정면이 보인다. 당신은 실망한 기분으로 입장한다.
놀라운 일이다! 분위기가 살아 있다. 합리적으로 배치된 진열장들에 의해 동선이 정리된 드넓은 백색 공간이다. 여기에 건축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_p236
_마천루에서 강제되는 노동도 질산칼륨이다. ..... ‘비즈니스’가 질산칼륨이다. 미국은 고립 상태에 있다. 그 나이대의 어두운 병폐에 시달리는 큰 청년이다._p260
_세상의 귀가 위대한 시로 채워지고 있다. 음악성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정신은 살아 있다._p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