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찻잔 1
함정호 지음 / 북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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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학창 시절을 지난다.

누구나 학창 시절이 즐겁지만은 않다.

다만 퉁쳐서 그리운 그 시절이라 말하지만, 평생 남은 흉터가 생긴 시절이기도 하다.





저자 함정호 님의 장편소설 [마지막 찻잔]을 읽게 되었다.

읽게 된 이유라기보다는 끌린 이유를 말하는 게 좋겠다.


'초등학교 교사가 마지막 찻잔에 담은 희망의 장편 소설'


많이 힘드셨겠어요.  -18p





한 공간에 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에게 따듯한 차를 권한다. 그 앞에 앉은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다.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을 형상화하면서 읽게 되니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아 책 속에 빠져들었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사람이 한 명씩 등장한다. 특이할 것도 없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사람들이다.

차를 마시며 고통과 슬픔이 가시지 않은 이에게 남자는 차를 내어준다. 그리고 차가 식기 전에 이야기를 듣는다.



저는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기 위해

존재해요.







누군가의 마지막 이야기

세상엔 사연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하지만 그 많은 무덤들의 사연은 이야기로 전해졌을까 아니면 그대로 함께 묻혀버렸을까?


누군가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 존재가 된 '나'라는 인물은 사연 많은 죽음 중 자살을 한 사람들의 마지막을 맞이한다. 마지막 찻잔을 마시며 상대의 오른손을 잡으면 그의 지난 날로 들어가 죽기 전까지의 인생을 보게 된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내 이야기가 있다. 외면했던 순간들도 있다. 자살을 하기 전까지의 시간 안에 분명 골든 타임들이 있다. 하지만 실제에선 '나 하나 챙기기 바빠' 못 본척했던 일들이다. 





[마지막 찻잔] 책은 질문하고 넌지시 던져준다.

그들은 마지막 찻잔 앞에서 말한다.

'만약... 그랬더라면... '

그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만약... 내가 그래줬더라면...'


힘내! 할 수 있어!라는 희망찬 말은 무딘 칼날 같다.

힘내지 못하고 해내지 못하는 절망으로 밀어붙인다. 몰라서다. 우리는 방법을 몰라서 힘내지 못하고, 제대로 된 걱정이 가닿지 않기도 한다.


순식간에 빠져들어 다 읽고 나니 멍해졌다.

학교 안과 밖에서 세상 속에서 하늘을 찢고 떠나버린 이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희망을 잃은 당신에게,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전하는 첫 번째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


지켜주지 못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같은 고통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학교라는 공간을 지나왔다.

그 안에서 우정, 관계, 사랑, 위로, 희망, 꿈, 기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을 지나는 학생이 있고, 맞이하는 선생님이 있다.

오래 머물진 않지만, 그 시간들은 가정 말고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요즘 그 공간에 그늘진 곳을 많이 본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초품아를 부러워한다.

학교를 둥글게 둘러싼 아파트.

어항 속에 살고 있는 금붕어.

훤이 보이는 공간.


이 책은 서평 하기가 꽤 어렵다.

서평 하기 어렵다는 건 너무 많은 생각을 일깨워서다.

나를 돌아보고 '만약'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이들의 아픔을 조금은 더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최근 들어 다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이 우선이 아니라 '나'만 우선시 되는 경향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장편소설 [마지막 찻잔]은 참 감사한 책이다.


스포를 할 수 없다.

그보다 2권이 너무 궁금하다.

자살한 이들에게 차를 전하는 '나'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등장했던 인물들과 연관성이 있는 듯한데...

이건 60초 뒤에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처럼 '하아~' 아쉬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마지막 찻잔 2]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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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찻잔 1
함정호 지음 / 북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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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래줬더라면... 후회하지 않기 위한 책, 지켜내기 위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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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 박웅현의 조직 문화 담론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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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책이다.
주문 후 기다리는 책이다.
읽은 후에는 뭐라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책이다.
변화하는 시대는 줄곧 이어져왔다.
나를 위한 나의 변화에서 이제 조금은 다른 움직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하나라는 뭉텅이 화합이 아닌

우리는 지금

˝어떻게!˝

그래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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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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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인데 여름을 보이고 단풍이 아닌 초록빛을 띄는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는 단박에 마음을 당기지 못했다. 이 마음을 잇게 해준 건 <페인트>다. 청소년 소설로 인기를 끌던 책인데도 선뜻 손이 닿지 않았던 <페인트>를 사춘기를 앞둔 딸에게 읽히려 빌려왔다. 아쉽게도 표지가 딸의 눈을 사로 잡지 못한 채 반납 기한이 다가왔다. 마땅히 잡히는 책이 없던 나는 한번 읽어 볼까 하는 가벼운 심사로 책을 폈고, 이희영 작가의 책을 검색하는 모습을 이끌어내며 책을 덮었다. 




핵개인 시대라고 한다. 가족도 저마다 개인적 취향을 존중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산다. 한 집에 살지만 나무판 하나로 문을 세우고 그 안에 자신만의 세상을 구축한다. 그 문이 튼튼하지 않다 여긴 것일까 우리는 쉼 없이 어딘가에 아지트를 소망한다. 메타버스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나만의 집. 보이지 않기를 바라나 누군가 봐주기를 바란다. 보이지 않게 지은 집에 유일하게 허락된 사람이 있다. 내가 가진 또 다른 모습을 편히 보일 수 있는 사람. 

선우혁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입학하는 날 교복 입은 모습을 보고선 엄마는 운다. 감긴 눈을 베기라고 하여 피가 흘러내리 듯. 



베인 상처에 피가 흐르듯, 눈에서도 왈칵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가슴속 상처가 벌어지면, 두 눈에서는 피 같은 눈물이 흐른다. 그 사실을 나는 엄마를 보며 알았다. _007


십이 년 전 형이 다니던 고등학교다.


내가 기억하는 형은 사진과 동영상 속 모습이 전부였다. 메타버스에서 퇴장하듯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형은 두 번 다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입장하지 못했다. 그것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024

나는 엄마의 기록 속 고등학생 형을 알고 있다. 그러나 형은 고등학생이 되어 버린, 형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나를 전혀 알지 못한다. 025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내고 추억을 박제한 채 보낸 시기의 나이를 부여잡고 사는 사람들의 그리움과 아픔은 빠지지 않은 가시 같다. 가시라는 표현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가늠할 수 없는 고요한 숨소리 안에 선우혁이 십이 년 전 고등학생이던 그대로 봉인된 형의 방에 들어선다.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같은 나이가 되어 또래가 되어버린 형의 흔적을 만진다. 


어쩌다 선우혁은 형이 지은 가상세계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십 년이 넘도록 그 집을 관리하는 아니 그리워하는 곰솔을 본다. 

어린 시절 자신을 소중히 사랑해 준 형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친구관계는 어땠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하고 그 사람이 지나온 길을 가늠하며 걷는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혁이 기억하지 못하는 형을 알아가고 형의 푸른 감정과 고민들을 마주하며 자신을 바라본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워하는 마음 미안한 마음이 아닐까. 이 세 가지 마음은 상하는 법이 없다. 형(선우진)을 여전히 놓지 못하는 부모님, 곰솔 그리고 선우혁.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은, 타인이 아닌 낯선 스스로를 만나는 시간인 것 같아. 그 사실을 너를 통해 배웠어. _121


무언가를 기다릴 이유가 있다면, 그게 뭐든 행복하고 좋은 거야. _124


비밀은 그림자 같은 게 아닐까? 세상에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잖아. 오히려 빛이 밝을수록 그늘도 선명하고, 해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잖아. 비밀도 때에 따라서는 많아졌다 적어졌다. 심각해졌다 가벼워졌다 하겠지. _166


우리는 우리 나름의 법칙과 진리대로 형을 조금씩 놓아주고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는 한 가지 배운 게 있다.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하는 게 아니라 되는 것이다. 자연스레 잊힐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바위가 비바람에 조금씩 깎이고 닳아 없어지는 것처럼.... _197


왜 귤이었을까?라는 의문은 그것이 무엇이건 떠나보낸 이의 슬픔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겨울에 떠났다면 겨울이 잔인할 테고 눈부신 어느 날이었데도 눈부신 날이면 눈이 부셔 아팠을 테다. 그런데 귤이었던 거다. 

귤이었기에 귤이어야 했다. 귤을 좋아했던 사람이 귤을 싫어하게 되었다. 좋아했노라 편히 말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닫힌 문이 열리고 다시 바람이 통하며 그리움을 불러와 서로 끌어안는 일을 말한다. 닫힌 문안에 삭힌 눈물이 고여 만든 웅덩이를 시냇물로 만든다. 


다 읽고 보니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여야 했다.

자잘한 일들도 크게 울고 웃던 생의 모든 순간들을 영화처럼 배치한 책이었다. 티비 뉴스로 보아온 사랑하는 사람을 불시에 잃은 이들의 닫힌 문 앞에 달콤 새콤 시원한 귤을 놓고 싶게 만든다. 

그 귤이 썩더라도 아마 작가는 끊임없이 그렇게 누군가의 집 앞에 놓아두는 이야기를 쓰겠구나 싶었다. 


그리운 사람을 향한 이들의 그리운 회복기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여러 갈래의 비밀과 소문 숲을 지나는 청소년들의 생채기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우리의 또 다른 이면이 지어 놓은 안락한 공간과 함께 하고픈 사람과의 온기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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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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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던 걸 싫어하게 되는 일은 흔해도 다시 좋아지도록 하는 일은 흔치 않다. 흔하지 않은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에 깃든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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