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자를 쓴 여자
장병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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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땅에 닿지 아니하고
손은 무언가를 잡지 못하고
표정은 읽을 수가 없었다.
살아있음일까..
살아내고있음일까..
그렇지만 .
무엇을 잡으려는지
무엇을 쫒으려는지
무엇을 느끼려는지
알수있다.
손끝을, 발끝을,눈길이 닿는끝을
함께
보아줌이였다.
그거면되었다.


"벨자를 쓴 여자, 장병주 지음, 지식과 감성 펴냄"은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의 소설이다.
나와는 다른 삶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안락함에서 두려움으로 내몰릴 수 있는 현실의 우리들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위해 불륜이라는 소재를 넣었다는 사실에 많은 염려를 하셨던듯 싶다. 왜 안그러겠는가..
그런 그분께 둘째 딸이 건낸 말이 인상깊었다.

"엄마는 글 쓸 때가 가장 행복해 보여"
이 한말로 온갖 걱정을 거둬내고 용기를 얻었을 작가님. 엄마의 행복을 읽고 알아주는 멋진 딸이 있으시다니 얼마나 고마우실까 싶었다. 그런 따듯한 믿음을 안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책은 병원에 누워있는 엄마를 두고 가버리는 아버지와 큰형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둘째아들 재웅도 엄마의 병실에서 마주한 낯선 남자와 그의 따듯한 간호를 받는 낯선 표정의 엄마를 보면서 아버지를 따라 외국으로 떠난다.
가족들이 엄마곁의 남자를 보고 모두 떠난것이다. 도대체 이 가정에 무슨일이 일어난걸까.. 어찌하여 그들은 엄마에게 따지지도 못하고 돌아섰을까..

늘 집안일에 충실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기만했던 엄마가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였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인지하고 뒤돌아서는 아들의 모습. 그 장면 하나로 엄마에게 아빠가 아닌 다른 남자가 생겼음을 알 수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동안 집에서 어떤 존재였을까도 엿볼 수 있었다. 감히 따질수도 없게 그저 가정을 원만히 지켜내는 구성원으로 당연한 존재로 그곳에 있었을 엄마. 그게 아빠 그리는 이상적인 가정이였고 그의 꿈이였다. 그의 꿈속에서 그녀는 그렇게 시들어갔다. 그러다 그녀에게 삶을 다시 열어 준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써 가지말아야하는 길을 겁내면서 한편으로는 열망하면서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에게 죄를 씌우고 벌을 받으며 찰나의 살아있음의 열정을 누린다. 아슬아슬한 삶의 행복과 지옥. 죄의식.

그녀를 그 길로 내민건 무엇이였을까..누구를 탓해야하고 누구를 질타해야할까..
다양한 사람들 틈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각자가 그리는 내일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펼칠 수 있는 자기만의 탈출구가 있기마련이다. 없다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그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여행길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열정은 살아있음을 느끼는 유일한 친구는 바이올린이였다. 그렇지만 그녀의 남편은 오롯이 가정에 열정을 쏟는 엄마가 되길 바랬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남편이 꿈꾸는 이상을 알지 못했고, 그 또한 그녀에게 바이올린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지 못했다. 단지 그는 아내가 바이올린에 열정을 쏟으면 그가 원하는 꿈의 가정에 소홀할까싶어 그녀의 바이올린을 그녀가 보는 앞에서 부숴버렸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도 부서진다. 그녀는 훗날 이 순간을 가장 후회한다. 그에게 맞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야했다고. 겁먹지 말고 용기를 냈어야했다고. 서로가 원하는 꿈을 잘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것이 문제였던 이들의 이야기는 지나고나면 이렇듯 놓치고만 순간과 대화들이 우리 삶의 and를 제공해 다음을 이끌어내게 해준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남편의 강압에 순응하며 살던 그녀가 아이를 낳고 키우며 반복되는 일상을 소화해내는 동안 벽은 두꺼워지고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에 목말라있던 그녀에게 피아노치는 남자가 나타난다. 자신의 열정을 알아주고 함께해주는 그, 미래나 꿈을 그리지않던 남자에게 꿈을 꾸게 만들어주는 그녀. 이 두사람이 사랑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지만 그들로인해 상처받을 가족들 생각에 그녀는 심한 죄의식을 갖게되고 벌을 받게 되리라여긴다.
결국 모두 상처를 받고 제자리가 아닌 불완전한 자리로 되돌아가 삶을 이어간다.
엄마에게서 떨어져 지냈던 아들은 시간이 흘러 엄마를 만나 바이올린을 가르치는거 외에 소통하지 않는 그녀에게 왜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 않느냐 물었다.
"너무 가까워지면 사람들은 많은 걸 알고 싶어 하고 또 참견하려고 해. 난 그게 별로 좋지가 않아. 그냥 약간 거리가 있는 게 좋아"

모두에게서 혼자가 되어 자유롭게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이전의 엄마는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었던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잘 알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이 나의 이름을 내려놓고 다른 미지의 세계로 가는것이 아님에도 가끔은 주저없이 그렇게 나를 내려놓는 순간이 생긴다. 내게 엄마라는 새로운 타이틀이 생기면서이다. 그러면서 많은 규정안에 스스로를 가두게된다. 벨자. 유리제의 종모양으로 다양하게 쓰인다고한다. 이해하기 쉽게 내 머리와 얼굴을 가리워 씌운 커다란 유리종. 제목에서 주는 궁금함이 이해가되었다. 그녀는 스스로가 벗길 수 없는 그 벨자를 지후라는 남자를 통해 벗을 수 있다 여겼다. 사랑이기도하고 소통이고 위로였던 지후는 그녀에게 새로운 열정이였고 그 열정만큼의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하는 이중적인 삶이였다. 결국 그녀는 그에게조차 자유를 얻고 싶어했다. 결국 벨자는 스스로 씌운것이고 자신이 벗어던지고 살아야함을 많은 이들의 상처와 함께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은 자존감있는 죽음.
그녀의 마지막 남은 자유.

우리의 삶이 글로 쓰여진 소설과 같다면 읽어본 후 우리에게 빚어진 갈등의 순간으로 들어가 수정해 볼 수 있을텐데.
그렇지만 지금 시간위에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현실의 우리에게 수정의 기회는 책이나 극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용기를 얻어 소통의 기회를 가져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진심을 다해. 나를 이야기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새로운 장에서 다시 노력의 시작을 펼칠 수 있는 것.

최근 종영한 고백부부도 결국 우린 서로에 대해 알지못했고 말하지 않았던 것에서 오해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벨자를 쓴 여자에서도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오롯히 나 혼자있음이 아닌 서로에 대한 소통과 믿음속에서 자신을 잃지않고 함께 해나가는 가운데 있다고.
저마다 각기 다른 해석으로 책은 읽힌다.
나의 상황, 마음, 그릇의 크기.
책을 통해서 내가 지키려는 신념들, 가족과의 소통, 나를 나답게 하는것들의 지켜냄 그가 꿈꾸는 내일을 이야기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복습과 예습의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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