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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세대
백온유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이사갈 때면 보이지 않게 모여든 먼지들을 보게 된다.
보이지 않지만 그 안에 먼지가 가득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가구를 들어내서까지 청소하지 않았기에 오랜 시간 알지만 모른체했던 먼지들은 가구를 빼자마자 준비된 티슈로 걷어낸다. 숨겨둔 치욕이라도 되듯이.
백온유 작가의 <약속의 세대>가 그랬다.
분명 내 안에 있는 먼지같은 마음들, 들어내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는 부끄러움에 대한 확대경 같은 이야기였다.
단편들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이어진 듯한 착각이 드는 것은 당신도 나도 별반 다를 것 없이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한채로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끈다.
책 뒷표지에 간결히 이 책을 소개한다.
우리는 왜 희망을 내팽개치지 못할까.
조여드는 긴장, 반전의 아이러니, 마음을 시험하는 대사
헌신했지만 기만당하고 인내했지만 배신당한 이들이 비로소 발걸음을 뗐을 때 펼쳐지는 일곱 편의 소용돌이 같은 이야기
작가는 말한다.
"소설은 기만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지키려한 이들을 위한 게 아닐까.
앞으로도 나는 그들을 위한 이야기를 쓸 것이다."
글들은 채도가 낮다.
봄과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면서도 붕 떠오르는 봄에 걸맞은 무게로 중심을 잡아준다는 생각도 든다.
봄날이라고 모두가 살랑이고 있지 않으니까.
단편 속 인물들처럼 누군가는 병간호로, 일과 자신이 하나가 되어버려 무뎌진 감각으로 사는 사람, 자신을 지키려 타인을 기만해버린 이의 죄책감, 무능함이 싫어 시작된 거짓이 족쇄가 되버린 관계의 노예... 캐릭들이 평범하다.
일상 속 묵묵히 감춰진 감정들이 주인공이다.
그 민낯들에 욕할 수 없는 건 나에게도 있는 비슷한 감각들 때문이겠다.
그리고 거기에서 위안을 얻어버린다는 것이다.
짧은 단편에서 느껴지는 힘에 청소년문학 <유원>도 함께 읽었다.
작가는 사람의 가느다란 신경줄을 훑는 재주가 있다. 심리적인 접근에 우리가 두리뭉술하게 표현하는 어떤것들이 해체된다.
봄에 추천하긴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지만 재밌는 단편집, 무거운 글로 위안을 얻고 싶은 이들에게는 추천해보고 싶다.
이왕이면 백온유 작가의 다른 소설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