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저는 글을 쓸 때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글쓰기'를 목표로 합니다.
그에 맞는 가장 좋은 글은 과학 논문이라고 생각했었죠. 실험과 이론으로 객관적 사실만을 담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이웃집 식물 상담소> 책을 펼치기 전에 아기자기 예쁜 식물과 꽃, 감미로운 글귀들로 가득 한 책이라 생각했다. 자연에 자꾸 눈이 가는 이유가 이 책에 이끌었다고 여겼다. 적잖이 흘러가는 동안 이유 없이 닿는 곳은 없었기에 그런 기대감만으로 읽지 않고 품고만 있어도 포근한 느낌.
제대로 방심했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물어보고 싶다.
"그 식물의 꽃과 열매를 본 적 있나요?"
"그 식물의 진짜 이름과 고향을 아세요?"
나는 식물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게 이롭게 배치하고 있었구나.
기분에 초록이를 들이고 방치하거나 생각나면 며칠분의 미안함을 물로써 보상하고 축 처지고 죽어가는 것 같으면 수액 한번 놓듯 영양제를 꽂았다. 고백하건대 그 이상의 사랑을 들이지 않았다. '나는 식물을 좋아는 하지만 키우진 못해.'라며 차마 숨이 붙은 채로는 내버리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섰을 때 안녕을 말했다. 나름 예를 갖췄다고 생각하고 살았음을 이 책을 통해 뼈져리게 느낀다.
힐링을 읽으려다 무책임을 읽어버렸다.
책은 식물학자가 식물 상담을 해주는 형태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그저 식물을 잘 키우는 방법이 아니라 생명과 생명을 사이로 아니 식물 입장에서의 상담이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불편했던 내 마음은 그저 예측했던 식물의 마음을 글로 읽어버려서다.
오랫동안 실험을 한 연구자들은 윤리 교육을 들으면 들을수록 이런 생각이 든다.
'고통의 기준을 꼭 신경계에 두어야 할까?'
'고통이 없다 해도 다른 관점에서 아플 수 있잖아?'
'결국 죽이는 건 똑같은데....'
'생명을 죽이는데 죄책감의 강도가 달라도 될까?'
가장 와닿았던 상담 이야기가 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상담자: 자연이랑 떨어질수록 사람은 불안감을 느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데도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선생님: 우리가 편리함을 쉽게 누리고 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가진 거에 대한 감사함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내가 가진 거는 자꾸 잊어버리고 없는 거에 자꾸 목표를 가지다 보니까 결핍을 느끼고 초조해지고요. - 도시에 살 때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것 같았지만, 평생 이대로 살아가도 괜찮을지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지 못했고 불안감도 계속되었다.
자연은 당연한 듯 곁에 있지만, 그 당연한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관심 없고 예쁜지 몰랐다가 불현듯 옆에 있는 자연이 너무 완벽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깨달았을 때, 나는 그 사람 곁에 있어주고 싶다.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도시에서 누리던 것들을 끊고서 시골에 살아도 내 한 몸 건사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면서 깨달은 것들이 인생의 축이 되어 항상 언젠가는 시골로 돌아가야 한다, 정확하게는 '자연으로 회귀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모든 생물은 다 죽어서 사라지고 자리를 비워준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연은 그걸 흡수하고 순환시킨다. 종종 인간은 영원한 것을 좋아해서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낸다. 도시에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썩지 않는 물건들이 많다. 우리가 모두 죽어 사라져도 그대로 남는 물건들 말이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고 누려도 계속 결핍을 느끼는 건 변하지 않는 것들에 둘러싸여 사라지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불편하다. 채식주의자가 늘어나고 이제껏 당연시했던 용어들이 서서히 변화해 가고 있다. 그 흐름은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기에 아마 지속적으로 흘러 변화될 것이다. 편의함을 쫓다가 멀어져 버린 자연에 다시 다가서려는 움직임들과 허기진 시선이 닿고 싶은 곳의 목적지가 한 곳이지 않나. 여전히 내 몸은 편리함을 원하고 마음은 고요한 초록을 바란다. 그래서 집 안으로 식물을 들여온다. 나만의 편의함 속에 마음까지 채우려. 책에서 말하는 고향도 모른 채 말이다. 식물이 제 살던 곳을 그리워하다 시름시름 앓는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한 채.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마주하고 질문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속 용기를 행동으로 실천하려면 절제와 어려움도 뒤따른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손쉬운 편리만을 추구할 때 더 큰 어려움과 불편함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지금도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마주하고 실천하는 작은 용기들이 모여 조금씩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간다고 믿는다. " _154p
식물을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식물이 아프면 몇 날 며칠 매달려 이유를 알아내려 한다. 벌레가 생기면 약이 아닌 것으로 없애 줄 방법을 찾는다. 친구야말로 식물을 자신을 위한 용도가 아닌 가족으로 함께하고 있었음을 새삼 느낀다. 그래서 그렇게나 꽃이 잘 피었구나.
"인생의 답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베란다에서 기르는 식물 하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명한 지혜를 품고 있답니다. "_식물 상담소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인생의 답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베란다에서 기르는 식물 하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명한 지혜를 품고 있답니다.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마주하고 질문하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음속 용기를 행동으로 실천하려면 절제와 어려움도 뒤따른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손쉬운 편리만을 추구할 때 더 큰 어려움과 불편함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지금도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가. 불편한 진실을 기꺼이 마주하고 실천하는 작은 용기들이 모여 조금씩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간다고 믿는다. - P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