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가 전하는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
오은영 지음 / 오은라이프사이언스(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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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우리에게 깜깜한 밤하늘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에요.

그리고 우리는 그 별을 품고 있는 아이의 단 하나뿐인 우주입니다. 별이 귀한 만큼 우주도 소중합니다. _ 프롤로그 중




'안 보는 게 속 편해.'

아이의 생활을 두고 하는 말이다.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주변을 신경 쓰게 되고 그 관계 속에서 튀는 행동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입이 자동으로 열린다. 하나하나 잘잘못을 따지고 관계를 불편하지 않게 만들려는 내 마음엔 CCTV와 어설픈 솔로몬(지혜로운 해답)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짜증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아... 버겁다.'

힘들다 와 달리 버겁다는 말이 한숨에 딸려 나왔다. 아이가 학교에서 '버겁다'라는 글을 인용하고선 '엄마! 근데 버겁다는 게 뭐야?' 물었다.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엔 5개의 챕터가 있다.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를 정리해두었다. 막상 서평 신청하고선 이전 책들과 비슷한 건 아닐까 했던 의심은 유아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있는 아이와 내게 유용한 글이 있을까 하는 데 있었다.

챕터별, 상황별, 시기별 아이들의 사정과 아이들이 솔직하게 느끼는 짜증스러운 상황이 나와있다. 골라 먹는 맛처럼 처음부터 순차적으로 읽지 않고 목차를 보며 나와 아이 사이에 가지고 있던 고민을 찾아 들어갔다.

챕터 1, 2를 지나 챕터 3부터 자세까지 고쳐먹고 밑줄을 쫙쫙 그어갔다.



Chapter 3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학교생활

아이의 입장: 관계가 넘쳐나고, 규칙은 빡빡하고, 공부도 괴로워요.

아침 기상 / 담임교사 / 학교 규칙 / 공부 / 단체 벌 / 학원 / 방과 후 보충



실제로 나는 아이에 관해 고민이 있을 때 오은영 박사님의 영상을 찾아 듣곤 한다. 가끔은 너무 이상적인 조언들에 피곤감이 들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우리는 존중하고 나답고, 너답도록 노력한다지만 완벽한 인간상을 요구하고 있진 않나..'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 뭐하나 결국 내 깊은 내면엔 그럼에도 그렇게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넘실거리는걸. ^^

챕터 3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아이가 담임교사와 맞지 않아 힘들어하는 경우 선생님과의 대화법에 관한 것이었다.

말할 때는 잘못을 지적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게 부탁하듯이 해야 해요.

"저희 아이가 문제가 많은 것도 알고 있고, 선생님이 힘드신 것도 충분히 알겠어요. 그래서 너무 죄송해요. 선생님이 지도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것 또한 저희가 잘 알고 있어요. 지금 저희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저도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어요. 그래도 잘 키워보고 싶어요. 선생님, 제발 도와주세요"라고 말하세요. <230p>

담임교사와 맞지 않아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너하고 잘 맞는 선생님이었다면 좋았겠지. 하지만 누구도 이 선생님을 너에게 일부러 배정한 것은 아니야.

-

그 선생님께서 너를 표적으로 정해서 괴롭히면 그건 정말 안 되는 거야. 그 선생님이 나쁜 사람인 거야.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스타일이 너하고 맞지 않는 것이라면 너도 이런 일을 계기로 조금씩 다듬어지고 무뎌질 필요도 있어.

-

엄마가 선생님께 양해를 구할 거야. 하지만 네가 점점 커가면서 상대방만 너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는 없어. 너 또한 상대방을 이해하고 처한 환경에 맞춰 나가야 해." <232p>

중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대화를 보면, "학원 갔다 왔니? , 학원 숙제는 다 했니? , 내일 학원 갈 것 챙겼니?, 씻고 빨리 자"가 대부분이에요.

이것보다는 학원은 흡족한지, 학원을 다니면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는지, 그 학원에는 문제가 없는지, 계속 그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충분한지, 학원 교사들은 너를 존중해 주는지를 더 궁금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267p>

Chapter 4 아이들의 최고의 난제, 부모

아이의 목소리: 세상에서 제일 좋은데,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직장 엄마 / 바쁜 아빠 / 엄마 친구 / 부모 말투 / 혼내는 것 / '책 좀 읽어라'는 말 / 부부 싸움 / 안 놀아주는 것 / 스마트폰 / 미디어 콘텐츠 & 게임 시간 / 부모 약속

아이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부모 유형

: 무서운 엄마 무서운 아빠 / 자주 우는 엄마 / 나라도 강하게 키우겠다는 아빠 / 뭐든 조건부터 다는 부모


<직장 엄마>

서운하면 더 들러붙어요. 아이는 뭔가 채워지지 않은 사랑 때문에 엄마 타령이 더 심해집니다. 애정을 확인하려 뭔가 자꾸 요구하고, 요구하는 대로 안 해주면 지나치게 화를 내고 문제 행동까지 보여요. 그리고 엄마가 뭘 하는지 자꾸 추적합니다. 실제로 일하는 엄마한테 불만이 많은 아이들은

"우리 엄마는요, 나랑은 놀아주지도 않으면서 엄마 친구하고는 핸드폰을 30분이나 해요"라고도 말해요. <290p>

<이렇게 말해주세요>

"세상 어떤 것보다 엄마는 네가 소중해. 엄마는 너와 보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지만 경제적 활동을 하는 것 또한 너보다는 아니지만 필요하고 중요해. 엄마 나름대로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래도 엄마는 언제나 너를 제일 사랑하고 너를 염려하고 너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어. 엄마가 집에 있는 것보다는 못하겠지만 일을 하더라도 너와 대화하고 놀아주는 것에 최선을 다할게. 휴일에는 너를 최우선으로 시간을 보낼게"

뭐 이렇게 길고 자세하게는 아니지만 늘 바쁜 엄마의 꽁무니에 자신에 대한 사랑도 가득 묻어있음을 알려줘야겠구나.. 싶다.

<부모 말투>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중에는 본인의 말투가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기도 해요. 쉽게 "아들 키우면 엄마들 다 깡패 되거든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깡패가 왜 되나요? 깡패 안 되고도 아이 키울 수 있습니다. 남자아이도 아이이기 때문에 다정하게 말해주는 것을 좋아해요. 남자아이라도 성향이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잘 울고 섬세한 아이들은 부모가 이렇게 키우면 화들짝 놀라면서 '불안'이 심해집니다.<312p>

어떤 부모는 "원장님, 저는 전혀 화낸 것 아니에요. 제 말투가 원래 좀 그래요"라고 대답하기도 해요. 그런데요, 원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는 아니었습니다. 지금 바뀐 상태가 부모예요. 부모에 맞게 말투도 바꿔야 합니다. 아무리 '원래'라고 해도 바꾸면 바뀝니다. <314p>

어느 계기로 딸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고 있다. 아이를 향한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 아이의 마음은 어떤지 묻는다. 누군가는 '피곤하겠다'라고 하지만 '내 아이니까 할 수 있어요' 라고 답한다.

전에는 나 역시 이 과정들이 피곤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감정들을 나누면 되려 더 피곤한 삶이 되진 않을까 염려해서 무뎌지게 하려 대수롭지 않게 대했다. 그랬더니 아이는 입을 닫고 엄마가 듣기 좋은 내용만 전하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음소거시켰다. 그 사실이 드러났던 날 나는 엄마로서 무책임함에 깊은 반성과 책 넘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내 아이와의 대화를 진심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 변화에 아이가 즉각 느끼고 반응했다.

'엄마가 내 말에 집중하는 게 느껴져'

'이렇게 말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

나는 그제야 아이에게 안식처가 된다는 것을 어렴풋 느끼기 시작했다. 이 과정이 늘 쉽진 않으나, 그럼에도 지금은 이게 옳다.

부모들은 '일관성'을 무조건 한 번 정한 원칙대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원칙을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든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믿어요. 하지만 일관성은 그러한 것도 포함하지만 훨씬 더 깊고 넓은 개념입니다. 일관성에는 부모가 정한 규칙이나 원칙에 대한 것 위에 아이를 잘 자라도록 돕는 대원칙이 있어요. 아이를 잘 관찰해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어떤 능력에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가 일관되게 잘 돕는 것이 가장 상위개념입니다. 부모가 고수하는 원칙이나 규칙은 '아이를 잘 자라도록 돕는 것'이라는 목표 아래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아야 해요.<367p>

Chapter 5 아이의 마음은 언제나 신호를 보낸다

-불안하고, 외롭고, 억울하면 마음이 힘들어지는 아이들

-부정적인 감정을 말할 수 있어야 아이의 마음이 건강

-아이의 모든 스트레스에는 반드시 도움이 필요

-스트레스가 너밀 때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내 아이가 '아 스트레스 받아'라고 말한다면

-아이의 마음은 아이 것, 불편한 마음도 아이 것

-모르면 모르는 대로, 마음에는 언제나 진솔한 것이 최선


혼을 내기보다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를 더 고민할 거예요. 그게 '부모'라는 사람들이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하게 되는 일관된 행동입니다. <381p>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마음이 편안한 아이로 키우는 겁니다. 그러려면 아이의 반응에 민감해야 해요. 아이의 비위를 맞추라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에 대한 '배려'이고 '존중'에 대해서 늘 고민해 보자는 말입니다. <383p>

수없이 다른 일로 고민을 끌어안는 것보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마음이 편안한 길을 찾아 걷는 게 더 아름다운 고민이다. 부모와 불편한 감정에 대해 느끼고 소통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를 배워가는 일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한다. 불편한 일을 겪으면 '엄마는 이럴 때 어떻게 해?'라며 묻는 아이에게 이상적인 답을 하고 나면 '엄마도 그렇게 말했어?' 재차 묻는다.

언제부턴가 아이의 이 되물음이 내 스승이 되어 내가 알던 나를 넘어서는 날이 생겨났다. 그런 날은 아이에게 자랑한다.

'엄마도 말할 땐 떨렸는데, 말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어~'

아이들은 아낌없이 엄마를 칭찬한다.

책을 읽고 있자니 지나간 시간의 미숙한 부모로서의 모습이 아쉽기도 하지만 여전히 늦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첫째에게 어떤 위치에 있어줘야 하는지 가늠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그때는 철저히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조력자는 먼저 나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조언을 구하면 도와주는 사람이에요. <395p>

함께 나눈 소통의 시간이 없다면 아이가 부모를 조력자로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렇게 버겁던 감정들이 긴 시간 대화를 통해 옅어진다. 버거운 감정이 아니라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흘러들어간다.

막연히 좋은 부모, 행복한 가정, 단단한 자녀를 꿈꾸지 말고 알아야 함을 다시금 굳게 새긴다. 같이 손잡고 걷던 아이의 손을 놓고 저만치 내달리는 아이를 바라보며 산들산들 바람도 느끼다 뒤돌아 달려오는 아이에게 두 팔 벌려주는 일.

진짜 마음을 알려면 마음 곁에 가서 앉아있어야 했다.



<이 책은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책만 제공받아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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