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초록빛 정원에서 온 편지 - 2020 생명나눔 사례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하움출판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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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마다

바다를 이루고 있다.



20대 어느 날 친구는 내게 어떤 카드를 하나 내밀었다. 초록빛으로 가득 한 카드는 '장기기증 증서'였다. 그리고 주민등록증엔 '장기기증'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나는 친구가 멋있어 보여 냉큼 따라 등록을 했다. 그리고 주민등록증에 딱 붙이고 다녔다.


한 번의 죽음이 의미 있는 일이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었다. 시간이 흘러 주민등록증은 잃어버려 다시 갱신하였고 초록빛을 띠던 카드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금세 그 모든 걸 잊고 일상을 살아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다.

어릴 때는 불쑥 내가 갑자기 사고로 잘못되더라도 괜찮다 여겼다. 부모님이 마음 아프시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 시간 속의 나는 산다는 것의 정의를 잘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버텨내야 했던 아주 작은 아이였다. 하지만 소중한 이들이 생기며 나는 순간순간 두려웠다. 지켜야 할 아이들이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매사에 조심스러웠다.


책은 주는 사랑(기증자 가족 편지)과 받는 감사(수혜자 편지), 생명을 잇는 다리(코디네이터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주는 사랑의 편지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떠난 자신의 가족들을 향해 있었다. 나는 편지 한편을 보고 책을 덮었다. 마음이 너무 울렁거려서 다음 편지를 이어 볼 수가 없었다. 편지 안에는 그들의 추억과 그리움이 눈물로 범벅된 채 놓여있었다. 장기기증 카페를 통해 곁을 떠난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편지들.. 슬픔으로 가득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그 편지들을 통해 살아가고 있었다. 세상 어딘가 꺼져가는 누군가의 삶을 되살린 고귀한 선물들이었다.

나는 현기증이 일었다. 나 자신은 그럴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그 이상의 상상조차도 힘겨웠다.

'초록빛 정원에서 온 편지'는 생명을 나눈 기증자 가족의 애틋하고도 아름다운 사연과 이식 수혜자의 깊은 감사, 그리고 생명을 이어주는 코디네이터의 진솔한 마음을 모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소설가나 글을 전문으로 쓰는 작가가 아닌 우리 주위의 이웃이고, 그중에서도 생명을 나누었다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 보통 사람들입니다. _서문

나는 누군가에게 '장기기증 신청하세요!'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말할 수 있다. 그 언젠가의 나처럼.

그리고 다시 신청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말한다.

"많은 이들의 기다림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와 그 용기에 대한 감사함을 표현하는 일은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꽃 피어' 중에서, 시인 조병화_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으로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서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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