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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행복 찾기 - 인문학과 함께하는
조헌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8월
평점 :
내가 걸어온 길을 터벅터벅 걷은 아이들이 보인다.
다가가 어깨 한번 툭 쳐주고 싶지만 나는 남이다.
아이의 앞에 무심코 책 한 권을 떨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 시절 낙엽만 굴러도 까르르 웃다 넘어가는 그 시절을 이야기하다 보면 나는 조용해진다. 한없이 마음속에 이는 열정들은 무언가에 막혀 표출되지 않았다.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랐고, 막혀있는 것을 치워주길 바랬다. 어른이니까 그들 눈에 나의 시그널이 보일 것이라 여겼다.
나의 답답했던 그 시절 때문인지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서 그러한지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갔다.
'청소년의 행복 찾기' 조헌수 / 지식과 감성
인문학과 함께하는 '청소년의 행복 찾기'
작가는 인문학 강의를 통해 아이들을 만난다. 파트타임, 진로 진학 강의, 짧은 기간제 교사가 전부였다는 그는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의 '당장 행복'을 빌었다. 독서를 통해 자신이 느꼈던 감동과 용기를 아이들에게 전해주려는 그의 마음은 책 안에 빼곡히 박혀있다.
작가는 수업 시작 시 공자의 말을 빌려 인사를 한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고 했다.
"나는 여러분을 만났으니 오늘 저녁에 죽어도 좋다. 목숨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여러분과의 만남이 간절했기 때문이다"라고.
마흔이 넘어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보람을 찾았고, 자신에게 일자리를 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다는 메세지를 남긴 작가의 솔직한 책.
책은 행복, 용기, 절제, 지혜, 행복에 관하여 펼쳐두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마음은 책이 조금 예쁘지 않다는 것이다. 모양이 뭐가 중요하냐면 할말이 없지만 결국 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나의 눈을 끌어 손이 닿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청소년의 행복을 찾기 위해 작가는 우리가 아는 동서고금 성인들의 이야기들을 차례에 맞추어 불러와 주었다.
이 책 한 권으로 수십 권의 책을 떠올리고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제공해 준다.
수많은 인문학의 제목만 접했을 뿐 읽어본 적 없는 내게 책은 궁금증을 던져준다.
그중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인물을 소개한다.
'체 게바라'
최근 체게바라 책 이야기를 하며 20대에 읽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알기라고 하듯 체 게바라의 짧은 일화를 소개한다.
쿠바 혁명을 앞두고 체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글
".........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어머니가 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항상 절제된 이기주의에 관한 충고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단어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혐오스러운 단점일지 모릅니다. 저는 절제를 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말하는 절제된 이기주의는, 다시 말해서 천박하고 비겁한 개인주의는 제 삶에서 영원히 제거한 채로 살려고 합니다. ..... 중략 ........ 어머니도 현실과 타협하는 나약한 아들보다 자신이 의무라 믿는 것을 끝끝내 완수하고 의미 있는 곳에서 흔쾌히 목숨을 던지는 아들을 더 자랑스러워하시리라 믿습니다....."
어느 부모가 목숨을 내던지는 아들을 응원할까. 체게바라 책을 10대, 20대에 읽었더라면 내 안에도 소신을 갖춘 혁명의 피가 끓어올랐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인물들은 청소년기에 가져야 할 꿈과 의지를 제공한다. 미리 미래의 직업에 촛점이 맞추어져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그들의 피를 끓게 한다.
핀란드는 '실패의 날'이라는 것이 있다. 매년 10월 13일 핀란드에서는 성공이 아닌 실패를 기린다. 실패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위대한 정신이다. 마치 적을 사랑하는 것과도 같다. 맘껏 실패하라고 용기를 준다. p92
핀란드식 육아법 서적이 많이 나오는 건 알고 있지만 첫째 아이 키우며 육아 역시 어떠한 유행에 따라 제공하는 책의 양상에 내 아이와 다를 수 있다는 걸 느낀 후 육아서와 멀어져서 핀란드 육아서의 내용은 모르지만 '실패의날'이 있다는 그 나라의 문화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실패의 날을 통해 실패를 부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 보니 나의 역경은 정말 축복이었습니다. 가난했기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기에 '미운 오리 새끼'를 쓸 수 있었습니다."_안데르센 p93
"삶의 폭풍이 그대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폭풍을 헤쳐 나가기 위해 짐을 줄여야만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통에서 환희를 맛보기도 한다. 그들은 폭풍이 밀려오는 구름 너머를 사랑하는 자들이다. 배가 뒤흔들릴 때마다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 행복을 찾아낸 것이다."_ 니체 p95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아는 것이다"_소크라테스 p130
그리고 여기. 청소년기에 빠지지 않는 소설과 영화가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이 영화 역시 근래 함께 이야기 나누었기에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나 역시 시를 들으며 흥에 취해 춤을 추는 한 학생이고 싶다는. 지금 시를 들으며 춤을 추면 이상한 사람이겠지만 그건 조성된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표현과 감정이 존중되는 공간과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우리는 기꺼이 춤 출수 있으리라.
책은 용기와 절제, 지혜에 힘을 실어 수많은 성인들의 글을 적어두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읽으면 충분히 밑줄 그으며 '오늘의 명언'으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글을 사랑하는 작가는 자신의 시도 함께 적어두었다.
청소년기에 책을 많이 접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시험에 나오는 단문들로 접하게 된다. 책에 빠질 시간이 없다. 근래에 그림책이나 인문학 등 짧은 글들을 청소년에게 읽어주며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들이 있다고 한다. 그 말에 가슴이 너무 따듯해졌다. 이러한 작은 움직임과 노력들이 조금씩 보태지면 청소년의 행복을 찾는 길이 밝아질 것 같다. 조헌주 작가님의 아이들을 향한 사랑에 응원을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