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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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두번 째 장편소설. 

그녀의 첫번 째 소설인 '달콤한 나의 도시'와 같은 로멘틱하고 대중적인 소설 을 

기대하면 이 책을 절대 집어들지 마라.  

대중적인 소설을 즐겨 읽지 않지만 가끔 그래, 정이현이 쓴 소설이라면 

어느 정도 즐길 정도가 되어 있다고 믿는 나인데. 

'너는 모른다'는 미스테리소설인지 스릴러소설인지 탐정소설인지 

가족소설인지 분간이 안된다치더라도 그 뻔한 결말은 인내했던 순간을 참으로 허무하게 만든다. 

아니면 그 결말이 모든걸 처음부터 드러내 놓으려고 했던 의도가 있었거나.. 

그냥저냥 정이현을 다시 한 번 돌이켜보기 위해서 그녀의 단편집 '오늘의 거짓말'을 

읽어보기 바란다. 대중적이고 문학적인 것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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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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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디어디에 연재되었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바심 내서 기다리며  

봐야하는 드라마도 사실 싫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배우가 나오는 작품이라면 더더욱.  

공지영의 작품은 <별들의 들판> 빼고는 모두 그런저런 대중소설이라고, 그래서 나는  

공지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도가니>는 그러니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 

이 ‘아니라고 말해! 어서!’라고 부르짖고 싶을 정도로 악의에 차 철철 넘친다. 나는  

어느새  가해자가 되어 ‘무진여고’이 졸업생이자 아버지가 저질러 놓은 만행을 덮으려고  

현실을 비껴보는 짓을 하고 있다. 너무 무섭고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눈에서는 눈물조차  

흐르지 않는다. ‘내 아이에게 이런일이 생긴다면’이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나는 분명 가 

해자이다. ‘내 아이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나는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믿고 싶기 때 

문이다.

사회의 일부를 아무리 잘게 쪼개보아도 세계의 틀이 그대로 그곳에 박혀 있음을 우리는  

사는 내내 느낀다. 드러내지 않은 다수의 침묵이 소수를 아무렇지 않게 죽이며 산다는 것 

을 안다. 
 

여기서 결말의 강인호를 우리가 손가락질 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라면 그 순간 

에  우리는 더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을 거라는 아주 정확한 사실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누구에게 미안하다고 중얼거리고 있는가....  내가 너를, 사회를, 세계를 바꿀  

수  있는가. 그럴 용기를 가지라고 이 책이 나를 비웃고 질책했다면 나는   

어디서 부터 출발해야되는가. 무엇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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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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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 때문에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발자크와 바느질 하는 중국 소녀, 『어두운 상점 들의 거리』, 『달의 궁전』,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이게 다예요』, 『사랑의 역사』라는 여덟 권의 책을 주문했다. 참 행복하다. 내가 누운 곳, 어떤 곳이나 다 나의 독서장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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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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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이 이랬던가? 이런 두 가지의 결말 제시는 무엇이며 도대체 갑자기 착한 결말은 뭣이며, 당치도 않게 사랑예찬론은 시시때때로 출몰한단 말인가. 이제 갓 장가간 것도 아닌 작가가, 그것도 인생 말년에 접어든 것도 아닌 작가가 이런 착한,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유도하는 이런 소설을 써도 된다는 말인가. 참 사실 실망이다. 박민규한테는 그만의 독보적인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완전 ‘기욤뮈소’의 소설 같기도 하고 시니컬한 말투나 그 많은 음악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흐름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건 또 유행지난 하루키 붐도 아니고, 이렇게 답답할 수가. 더 답답한 건 이렇게 실망하고도 박민규의 소설을 또 사게 되리라는 것이다. 아, 제발 더 많은 소설가가 나의 발목을 잡아주기를.

그래도 소설 이야기는 잠깐 하고 지나가야겠지. 아주 못생긴 여자를 아주 잘생긴 남자가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그것도 박색이었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어머니가 있다는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또 생각하게 된다. 이 또 무슨 신파란 말인가. 이제는 하도 읽어서 버림받은 여자 이야기는 평범하다. 더 이상 이것이 상처인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설마 박민규가 지금 일부러 시대를 역행하고 있단 말인가.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라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착해진 박민규의 소설. 상상력은 고스란히 고갈된.

아^^ 그리고 이 책이 좋았던 센스 두 가지. 4곡이 들어 있는 음악 씨디와 4장의 엽서. 난 참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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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벤자민
구경미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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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주인공인 ‘나’의 시점과 그 외 부수적인 인물들이 그 사이사이에 서술자로 등장한다. 아무리 시점이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도 끝까지 일관되지 못한 ‘나’의 성격은 마지막에 이르러 말끔한 결말을 짓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인생에 대해 의욕도 없고 시니컬하고 그러기에 당당한 그녀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삶에 애착을 갖는 어이없는 성격이 드러나고 만다. 자기의 상처(대학교 때 자기를 좋아하던 선배가 자살한 일) 때문에 말뿐인 경고를 진짜로 받아들여 한 사람을 매장시킨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말 황당한 인간이라도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들이 비일비재하니까. 그러나 그 일관적인 성격이 어떤 상황에도 변함이 없을 것 같은 부동이 인물이 갖는 삶에 대한 애착은 갑자기 돌출되어 있어 참 감당하기 힘들다.

하지만 구경미 소설은 재미있다. 그 만큼 내가 기대하는 것이 많다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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