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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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퐁>이 이랬던가? 이런 두 가지의 결말 제시는 무엇이며 도대체 갑자기 착한 결말은 뭣이며, 당치도 않게 사랑예찬론은 시시때때로 출몰한단 말인가. 이제 갓 장가간 것도 아닌 작가가, 그것도 인생 말년에 접어든 것도 아닌 작가가 이런 착한,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유도하는 이런 소설을 써도 된다는 말인가. 참 사실 실망이다. 박민규한테는 그만의 독보적인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완전 ‘기욤뮈소’의 소설 같기도 하고 시니컬한 말투나 그 많은 음악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식의 흐름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건 또 유행지난 하루키 붐도 아니고, 이렇게 답답할 수가. 더 답답한 건 이렇게 실망하고도 박민규의 소설을 또 사게 되리라는 것이다. 아, 제발 더 많은 소설가가 나의 발목을 잡아주기를.

그래도 소설 이야기는 잠깐 하고 지나가야겠지. 아주 못생긴 여자를 아주 잘생긴 남자가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그것도 박색이었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어머니가 있다는 어릴 적 트라우마가 있긴 하지만, 우리는 또 생각하게 된다. 이 또 무슨 신파란 말인가. 이제는 하도 읽어서 버림받은 여자 이야기는 평범하다. 더 이상 이것이 상처인가? 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드는. 설마 박민규가 지금 일부러 시대를 역행하고 있단 말인가.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라서?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착해진 박민규의 소설. 상상력은 고스란히 고갈된.

아^^ 그리고 이 책이 좋았던 센스 두 가지. 4곡이 들어 있는 음악 씨디와 4장의 엽서. 난 참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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