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의 계곡 - 눈을 감고 길을 걷는 당신에게
유병률 지음 / 알투스 / 2012년 2월
평점 :
현재 한국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곳이 '축복'과는 정반대의 전설이 만들어 지고 있다. 분명 기회는 더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데, 그 기회를 잡기 위한 경쟁은 더 처절해졌다. 성공의 틈새는 더 넓어진 듯 한데, 그것이 잘 보이지는 않는 것이 현실일 것이다. 이렇듯 기회와 풍요의 사다리를 추구하면서, 마음 한 구석으로는 죽어가고 있음을 느끼는 상황, 주위의 아무도 이런 상황을 벗어나려 하지 않기에 감히 누구도 벗어나지 못하는 '죄수의 딜레마' 같은 현실이 반복되어 바로 옆에서 그렇게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자신도 그렇게 죽어나가는 게 두려워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스스로 내면화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죽음의 계곡의 실체는 바로 '기회와 보상의 늪'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이 된다.
전설, 야만, 타협, 해체, 은폐, 탈출이 그것인데, 이 타이틀이 내포하는 의미 처럼 이데올로기를 내면화 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경제 역사를 통하여 그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탈출을 통하여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전설 / 죽음의 계곡은 어디서 유래 되었는가? 지역명은 미국 오리건주 윌래밋밸리. 윌래밋이라는 그 어원이 질병을 뜻한다고 한다. 전설은 여름만 되면 칼라푸야의 많은 주민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나갔다고 한다. 해마다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엄습하였지만, 적당히 죽어나가면서 부족하지 않게 먹고사는 그런 균형이 수백년 동안 지속되었다. 저자는 고통도 되풀이 되면 길들여진다고 하며, 죽어서야 나가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살야야 한다는 집단의식이 대대로 내면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죽음과 더불어 살아남은 사람들이 계곡에 머물러야 하는 이데올로기를 내면화 하는 문제의식에서 착안하여, 경제학적인 역사를 통하여 풀어내고자 하였다.
야만 / 야만의 시대에는 사육사의 코끼리처럼 아무런 자유도 주어지지 않으며, 잘 훈련되어 조련사가 시키는 대로 링도 돌리고 갖가지 재주를 펼쳐 보이지만 겨우 배고픔을 면할 뿐이다. 자유가 무엇인지 모른채 그저 하루 하루 사는 모습들을 통조림 공장의 아이들 등을 통하여 다루고 있다.
타협 / 자유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의 사람들은 야만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한다. 그래서 굳이 울타리 밖에 어떤 삶이 있는지 그려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적당히 배부른 타협에 길들여져가면서 대신 농장 주인들을 위해 평생 열심히 알을 낳으며 살아가고 있다.
해체 / 무한경쟁으로 접어들어 인간 본연의 것들은 주머니 속에 넣어 둔 채, 경쟁상황에서 남을 무너뜨리고 더 높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 최면을 걸고, 그렇게 사람들은 하나둘 하이드로 변해 간다.
은폐 / 자신의 본질적인 소망과 생존을 분리시키는 이중적인 인간을 양산하고 자신의 본질적 소망이 어디 붙어 있는지 몰라 자기 자신에게조차 깊이 소외되는 하이드형 인간 이것이 죽음의 계곡에 갖혀버린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탈출 / 그러나 현재 정보기술혁명으로 촉발된 전 세계적인 변화 들을 통하여, 이 세계의 전통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새로운 가치관의 이행으로 변하고 있다. 창조공생의 가치기준을 세우고 경제적이기만 한 인간형에서 벗어나 진짜 민주주의를 상상해 보고, 탈출은 가능하리라 말한다.
이 책은 사실 쉽지는 않은 책이었지만, 큰 줄기를 통하여 미국 경제사를 통하여 한국 사회에 대입해 보니, 그 의미에 대해서 공감을 하였으며, 저자의 말처럼 두 눈 부릅뜨고 앞으로 갈 수 있도록 자신을 잘 제어 하고 보다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로 마음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