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불운 - 2024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
베로니크 오발데 지음, 이세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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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카페 거리는 사람들의 물결로 가득하다.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 다양한 사람들.
책의 커버 사진이다.

이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며
낯선 타인이 되기도 하고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이 되기도 한다.

바로 《한낮의 불운》 속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 ⠀

프랑스 작가 베로니크 오발데의
연작소설집 《한낮의 불운》은
2024년 공쿠르 단편소설상 수상작이다.

여기에 수록된 여덟 편의 단편들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를 펼쳐지만
인물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신의 불운을 끝내고 싶은 남자,
지금의 불운 속에서도 미래를 긍정하는 여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녀,
인생이 웃기는 남자와
재능을 펼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남자,
그리고 오랜 우정의 상처를 뒤늦게 극복한
동네의 여왕까지.

작고 사소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삶의 ❛불운❜은
이들의 삶을 조용히 통과하며 지나간다.

⠀ ⠀

작가는 어디에서나 스쳐 지나칠 법한
이 평범한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삶의 흐름을 보여준다.

불운은 때로 삶을 흔들어 놓지만
삶을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연결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우리의 삶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 ⠀

불운을 이야기하는
베로니크 오발데의 문체는 간결하고 덤덤하다.
게다가 은근한 유머가 있다.
그래서 작품은 무겁지 않고 오히려 경쾌하다.

정서는 독특하면서도
불행을 다루지만 우울하지 않고,
아이러니를 담고 있지만 냉소적이지 않다.
웃음과 씁쓸함이 동시에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불운은 때때로 각자의 삶 속에서
❝자기중심적 체계로 급격히 둔갑❞하며
마치 자신만이 겪는 특별한 고통처럼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운은
❝별들이 안타깝게 겹치면서
일어나는 문제❞(p.15)일 뿐이다.

삶은 이런 크고 작은 낭패와 불운이 남기는
좌절로 차 있을지언정
우리는 그것을 지나가며
또 다른 사소한 즐거움과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한다.

⠀ ⠀

각자의 불운은 거대한 삶의 퍼즐처럼 맞물린다.

우리가 겪는 우연한 사건들도
누군가의 삶과 조용히 이어져 있다.

불운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일 뿐이다.

도서제공 @dasanbooks

#한낮의불운
#베로니크오발데
#다산책방
#공쿠르수상작
#프랑스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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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뱀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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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포슈 가의 늦은 밤.
자동차 안에서 한 남자를 관찰하는 여자가 있다.
차문을 연 그녀는 닥스훈트와 산책하는 남자에게
거침없이 다가간다.
그리고 꺼내 든 이글 권총.

잠시 후, 여자는 차에 오르고, 유유히 떠난다.
포슈 가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살인 사건은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예순 셋. 작달막한 키에 몸이 딱 벌어지고 뚱뚱한 체격.
세월로 느슨해진 나이지만 관리만은 철저하다.
값비싼 옷과 화장, 세련된 미용과 완벽한 네일.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건 참을 수 없다.

그녀의 이름은 마틸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직업인 여자다.
피가 있는 곳에는 언제가 마틸드가 있다.

⠀ ⠀

파리의 번화가에서 살인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중심에는
노년의 킬러와 잃어가는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레지스탕스 출신인 마틸드는 한때 완벽한 킬러였지만
이제 그녀의 세계는 조금씩 흔들린다.

기억은 흩어지고, 판단은 어긋난다.
조직은 점점 그녀를 쓸모 없는 존재로 밀어내고
사회 역시 흔한 노년의 그녀에게는 기대치가 없다.

무너져 가는 존재는
더 이상 킬러로 기능할 수 없다.
남는 것은 기억의 균열과 판단의 실패 뿐이다.
이 세계에서 윤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상적인 도구였던 존재가 위험한 변수가 되는 순간,
그 다음 단계는 제거 대상이 된다.

⠀ ⠀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이러한 설정은
기존의 누아르 장르를 비틀어 놓는다.

완벽을 요구하는 킬러에게
기억의 상실이라는 치명적인 장치를 씌워
냉혹한 범죄 서사 속에
인간적인 불안과 혼란을 끌어들인다.

우리는 마틸드와 같은 시선에서
그 불안정한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 ⠀


살인은 충분히 파괴적이며,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인물들조차
예외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

그 배경에는 효율성과 통제 가능성으로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는 현대 사회의
냉혹한 구조가 그대로 겹쳐지며
읽는 내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또한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재형 시점으로 쓰여져
사건의 긴장과 속도감을 높이며
생생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
❝마틸드는 어떤 존재였느냐면...
앙리는 적당한 단어를 찾아본다..

그녀와 함께 일하기를 피하는 이들과,
이와는 정반대로 오직 그녀만을 신뢰하는 이들,
이렇게 두 부류로 선명하게 나뉘었다.

그녀는 유령이자 수호신이었고,
뮤즈이자 부적이었으며, 여신이자 악마였다.❞

⠀ ⠀

❛내가 가진 확신은, 누아르 독자는 피와 죽음,
즉 불공정함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문자 뱀》에서
피에르 르메트르가 보여주는 누아르의 방식이다.

⠀ ⠀
도서제공 @openbooks21

#대문자뱀 #피에르르메트르
#열린책들 #누아르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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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칼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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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의 자아 정체성은 기억에서 생겨나는가?
배양육에 기억을 이식하면 인간이 되는가?
이것이 최초의 질문이었다.❞


소년은 아름다웠다.
그들의 언어는 달랐고,
전쟁 포로인 소년과 그녀는
제국인들의 명령에 따라
이곳 행성의 괴물을 물리쳐야만 한다.

하얀 세계의 낯선 행성.
하늘은 뿌연 회색이고
땅조차 사방이 하얀 안개로 덮여 있다.

그곳에서 마주친 괴물은
사람의 형체를 한 하얀 유령같다.
반투명한 둥근 헬멧을 쓰고
하얀 빛기둥을 휘두르는 하얀 생명체.

이 행성에서 반드시 물리쳐야 할 ❛괴물❜은
정작 전혀 괴물처럼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죽었으나 죽지 않았고,
남자가 죽었으나 죽지 않았고,
녹색 치마의 여자는 죽지 않았으나
다른 곳 어딘가에서 죽었고...❞

기이한 일들의 연속.
벗어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이 고립된 행성에서
그들은 과연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붉은 칼》은 정보라의 SF소설로
일부 챕터가 추가되고 개정되며
이번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다시 출간되었다.

작품은 전쟁의 폭력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식민인들의 절박함을
기괴하고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도
생존을 향한 강한 집념은 여성의 시선으로 이어지고,
처절하게 싸우며 연대하는 이들의 시간 속에서
우정과 사랑 역시 점점 짙어진다.

⠀ ⠀

소설을 관통하는 핵심은 ❛기억❜이다.
유전자가 조작되어도 기억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의 존엄성을 인정할 수 있을까.

나의 기억을 갖고 있는 그는 과연 나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인 건가.
그렇다면 진짜 ❛나❜는 누구인가.

이 작품은 이러한 질문을 따라가며
존재의 이유와 정체성의 경계,
그리고 진정한 해방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 ⠀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이 서사는
현실의 정보라 작가와도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조리를 향한 그녀의 투쟁이 현실 곳곳에서 이어지듯,
소설 속 주인공 크라스나 역시
자유와 생존을 향해 치열하게 싸워 나간다.

서툴렀던 포로의 모습에서
어느새 여전사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녀는
전쟁에서 마주한 참혹한 진실과 절망에서도
굳건하고 명료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분명 정보라 작가의 모습이었다.

⠀ ⠀

인상적인 부분은 색으로 표현된 인류의 정체성이다.

지배하려는 제국군인들은 모두 회색빛이었으며
행성의 외계인들은 하얀색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오로지 제국의 포로만이 색깔이 있었다.

하얀 외계의 행성에서 색이 주는 강렬함.
그 의미를 곱씹게 된다.

⠀ ⠀

❝내가 아는 영웅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뛰어들어
옆 사람의 잡은 손을 절대로 놓지 않는
그냥 보통의 평범하고 용감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 ⠀

《붉은 칼》은 지금과도 같은
전쟁의 폭력과 인간의 존엄을 끈질지게 파고다.

이 소설과 닮아 있는 지금의 현실이
어쩌면 진짜 SF일지도 모른다.


도서제공 @rabbithole_book

#붉은칼 #정보라 #래빗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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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로의 살아있는 생각 라 클래시크 시리즈
헨리 데이비드 소로.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은영 옮김 / 윌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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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명사들이 사랑한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가 남긴 저서들은
제목으로도 워낙 유명하지만
방대한 기록이 세세한 사유로 이어져
완독이 쉽지 않을 뿐더러
짧은 시간에 읽어내기도 만만치 않다.
(무려 240만 단어에 이르는 소로의 기록들..)
⠀ ⠀


《소로의 살아있는 생각》은
미국 작가 시어도어 드라이저가
소로의 문장과 사유를 정리한
일종의 선집이다.

소로의 대표 저작인 《월든》과 《시민불복종》,
그리고 일기와 에세이 등에서
핵심적인 문장들을 발췌하여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였다.

이 책은 소로의 생각을
단순히 인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살아 있는 사유로 전달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돋보인다.
⠀ ⠀


여기에는 자연과 우주적 관점에서 본
다양한 주제들이 12개의 챕터로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다.

소로의 문장은 자연과 인간, 자유와 도덕,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문장 하나 하나에는
그가 삶을 바라보는
철학적 시선이 응축되어 있다.
⠀ ⠀


소로는 인간이 문명과 속도의 압박 속에서
본질적인 삶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신의 삶을 실험했고,
이를 통해 ❛진정한 삶은 내면에서 시작된다❜는
경험의 메시지를 전한다.
⠀ ⠀


소로의 사상에서 자연은
인간 존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인간이 본래 지니고 있는
자유와 자립의 정신을 발견하였다.

자연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묘사하는 기록은
곧 인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즉 자연은 소로에게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철학적 장소였다.
⠀ ⠀


또한 그는 개인의 양심과 자유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한다.

사회적 규범이나 권력이
늘 정의로운 것은 아니며,
인간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후에
시민운동과 비폭력 저항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 ⠀


소로가 남긴 글은 자칫
진부한 19세기의 삶이라 치부될 수도 있지만
그의 사유를 따라가다보면
지금까지도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발견하는 인간의 본질.
그리고 시대를 넘어서는 윤리적 질문들.

이 책은 지금의 삶을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철학적 자극이 되어 주었다.
⠀ ⠀

도서제공
@wilma.pub
@hyejin_bookangel

#소로의살아있는생각 #시어도어드라이저
#월마 #헨리데이비드소로
#헤세드_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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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양장)
타샤 튜더 지음,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공경희 옮김 / 윌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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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에 닿는 곳에 행복이 있습니다.❞

⠀ ⠀

버몬트 숲의 드넓은 정원.
이곳에서 아름다운 꽃을 가꾸며
자신의 삶과 세계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 ⠀

이 책은 미국의 동화 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가
느린 시간 속에서 살아온 삶을 통해
행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사진 에세이다.

⠀ ⠀

자연에서 노동을 하며
직접 천을 짜 옷을 짓고
꽃과 동물들을 그리며 살아가는 삶.

사계절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행복을 발견하는 그녀의 철학이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펼쳐진다.


⠀ ⠀
❝나는 요즘도 골동품 식기를 사용해요.
상자에 넣어두고 못 보느니,
쓰다가 깨지는 편이 나으니까요.
왜 멋진 걸 갖고 있으면서 즐기지 않죠?
인생은 짧으니 오롯이 즐겨야 해요.❞


⠀ ⠀
타샤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결혼과 이혼,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을 키우며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그녀의 인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샤는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걸어가며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태도를 보여준다.

100권이 넘은 그림책을 남긴 그녀는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이 꿈꾸던 삶과 성공,
그 두 가지 모두를 이루어냈다.

⠀ ⠀

❝자신 있게 꿈을 향해 나아가고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라면,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성공을 만날 것이다.❞

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이자
타샤 튜더가 평생 믿어온 삶의 신조였다.

⠀ ⠀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는
행복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풍경을 보여준다.

행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차를 끓이고, 씨앗을 심고, 고요한 저녁을 맞이하는
작은 일상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타샤 튜더에게 행복은
삶의 방식이었다.❜

⠀ ⠀

도서제공
@willbooks_pub
@happiness_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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