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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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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달만 더 버티면 혹독한 7년간의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그는 폐암 진단을 받습니다. 수련 기간 동안 어려운 신경외과 수술을 대부분 익혔고, 전국 규모의 권위 있는 상도 받아 여러 일류대학에서 교수 자리를 제안받은 36살의 젊은 그에게 폐암은 그동안의 모든 것과 앞으로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선고였습니다. 하루아침에 최정상의 의사 신분에서 환자의 신분으로 바뀐 그는 절망하지만, 사려 깊게 받아들입니다. 자신이 폐암에 걸린 건 특별한 일도 아니며 충분히 비극적이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학을 배웠고 영문학 석사 학위를 가진 문학도였으며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과학사와 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에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학문이 바로 의학이라고 판단하고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원에 진학합니다.

 

"내가 이 직업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을 뒤쫓아 붙잡고, 그 정체를 드러낸 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기 위해서였다. 신경외과는 뇌와 의식만큼이나 삶과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아주 매력적인 분야였다. 나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찮은 물질주의, 째째한 자만에서 최대한 멀리 달아나 문제의 핵심, 진정으로 생사를 가르는 결정과 싸움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곳에서 어떤 초월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학부에서 공부한 분야와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에서 이미 그는 인간과 죽음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소명의식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전공을 선택하는 대학원 4학년 때, 대부분의 의과대학 학생들이 근무 조건이 더 좋고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원하는 생활방식에 중점을 두고 선택하는 건 직업이지, 소명이 아니다"라고. 그는 인간을 더 이해할 수 있고 도전적이며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소명의식에 이끌려 신경외과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명의식도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근무하는 혹독함으로 희미해질 때가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격무에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동료가 9시간 동안 수술실에서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자 환자의 암이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전이되어 수술없이 그냥 덮어 버리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본격적인 수술을 하기 전에 확인해보니 그가 기도했던 것처럼 심각한 전이가 확인되어 15분 만에 수술을 포기하는 상황이 되자 그녀는 수술실을 나와 수치심에 눈물을 흘립니다. 저자도 자신의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 하며 의사라는 고된 길은 도덕적으로 나아지기는 커녕 퇴보하는게 아닌가 반성합니다.

 

그는 의사로서의 소명과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실패하면 괴로웠고, 기술적인 탁월함이 곧 도덕적 요건이라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내 기술에 정말 많은 게 걸려 있거나, 불과 1~2밀리 차이로 비극과 성공이 갈릴 때에는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의사의 책무는 무엇이 환자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지켜주려 애쓰되 불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을 허용해주는 것이다… 의사의 의무는 죽음을 늦추거나 환자에게 예전의 삶을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삶이 무너져 버린 환자와 그 가족을 품고 그들이 다시 일어나 자신이 처한 실존적 상황을 마주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것이다… 커다란 그릇에 담긴 비극은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주는 것이 최고다. 한 번에 그릇을 통째로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많은 환자를 치료하고 그들에게 삶의 희망과 가치를 조언해 주었지만, 막상 자신에게 죽음과 싸우는 상황이 찾아 왔을 때, 그도 죽음을 앞에 두고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의사인 그도 자신을 치료하는 주치의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예전에 내가 맡았던 환자들처럼 나는 죽음과 마주한 채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에마(주치의)의 도움이 필요했다... 죽음과 마주하며 나는 예전의 삶을 복원하기 위해서, 아니면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서 부단히 버둥거렸다." 결정적인 전환점에서 단순히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고민하고, 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를 찾습니다. 그는 다시 신경외과로 복귀를 결심합니다. 죽기 전까지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외치며. 그리고는 마지막 남은 레지던트 과정을 초인적인 의지로 마무리합니다.

 

"여느 때처럼 나는 통증을 느끼며 깨어났고, 아침을 먹은 다음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에 대한 응답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오래전 학부 시절 배웠던 사뮈엘 베케트의 구절이기도 했다.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나는 침대에서 나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는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I can't go on. I'll go on)'. 그날 아침 나는 결심했다. 수술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왜냐고? 난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나니까.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마지막은 언제일지 알 수 없는 불안과 항암 치료의 힘든 상황에서 그는 이 책의 집필을 시작하고 마지막까지 전념합니다. 책을 쓰는 이유를 친구인 루빈에게 말합니다.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라고.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라"고. 죽음 없는 삶은 없다고.

 

자신은 무언가를 성취하기보다는 이해하려 노력하는 일에 더 끌리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문학에 대한 그의 애정을 이야기 합니다. "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그에게 문학이란 모든 학문이 그렇듯 인간의 삶을 특정 방향으로 이해하는 일련의 도구, 즉 어휘를 만들어 주는 존재였습니다. 그런 문학도가 혹독한 수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문학에 대한 관심이 과학 분야로 옮겨갔었지만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코 앞에 실체로서 죽음을 경험하면서 다시 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과학이 지니는 한계와 의학이 어찌하지 못하는 무력한 지점을 경험한 그는 문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죽음의 단조로운 황무지에서 방황하던 나는 수많은 과학연구들, 세포 내 분자 통로, 생존 통계의 끝없는 곡선에 아무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결국 문학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중략) 죽음에 관한 글이라면 뭐든지 읽었다. 죽음을 이해하고 나 자신을 정의하고 다시 전진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어휘를 찾고 싶었다. (중략) 내게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글들이 필요했다. 결국, 이 시기에 내게 활기를 되찾아준 건 문학이었다."

한 젊은 의사가 죽어가며 쓴 글은 숙연하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시간과 싸우는 절박함은 독자를 안타깝게 만듭니다. 마지막 몇 달 동안 그는 이 책을 마무리하는데 온 힘을 기울입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딸 케이티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정도까지만 삶의 시간이 허락되길 희망합니다. 그 아이는 죽음을 앞두고 체외수정으로 얻은 아이였습니다. 그 딸을 향한 마지막 말로 글은 끝납니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죽음을 깊이 생각하는 이유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겠지요. "좋은 죽음"이란 결국 "좋은 삶"을 말합니다. 죽음 앞에서도 의미 있는 삶에 대해 끝까지 성찰하고 행동한 작가에게 경의와 존경을 바침니다. 

 

http://blog.naver.com/cjdtks9848/22089870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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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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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문이 매끄럽지 않다. 몇번을 다시 읽어야 하는 문장이 많았다. 개정판에서는 매끄럽게 수정됐으면 좋겠다. 번역은 맘에 안들지만 책 내용이 좋아 별점은 4개로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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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 - 옥스퍼드대 물리학자 데이비드 도이치가 바라보는 세상
데이비드 도이치 지음, 김혜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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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1장을 읽었다. 나의 이해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님 문장 해석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 많다. 진입부가 어려운 책이다. 뒤는 어떨지 모르겠다. 충분히 이해하고 번역한 책은 아닌 듯... 암튼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간다. 큰 주제는 충분히 이해되는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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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하다. 예술평론가로서의 뛰어난 안목과 해석,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솜씨는 가히 일품입니다. 평론가로서 그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일반대중을 상대로 자신이 느끼고 해석한 감상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재주는 최고입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그림이 그의 설명을 통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림은 붓으로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붓없이 그리는 그림... 손철주가 말과 글로 그리는 그림이 바로 그런 그림입니다.

이번 책은 2015년 여름 두 달 동안 재계 CEO를 상대로 강의한 내용을 묶은 것이라 합니다. 옛 그림속에 나타난 음악적 요소를 소재로, 그것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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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음악은 정이 깊습니다. 음악은 '소리가 그리는 그림'이요, 그림은 '붓이 퉁기는 음악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림 속에 박자와 가락이 있고, 음악 속에 묘법과 추상이 있습니다. 게다가 둘 다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지요. 우리 옛 그림과 옛 소리는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다운 정서의 산물입니다. 서로 통해서 어울리고, 어울려서 신명을 빚어 내지요. 붓질이 끝나도 이야기와 뜻은 이어지고, 소리가 멈춰도 여운은 남습니다. 모름지기 흥이 나야 신이 나지요."

"자, 지 괴상한돌 하나 그린 그림에 여기저기 찍어놓은 도장들을 가지고 제가 지금 너무 수다스럽게 말이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작품 하나를 봐도 이렇게 포를 뜨듯이, 하나하나 찢어발기듯이 해집어봐야, 이 그림이 정말 가지고 있는 궁극적 가치와 때로는 뜻밖의 메시지를 알아먹을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는 저건 그저 괴상한 돌 하나 그려놓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모아 봐야 작은 도장 하나에서 화가의 생각을 찾아낼 수 있고, 찾아낸 그것을 같은 취향의 친구들과 함께 궁구하고, 그 순간 그 앎이 주는 충격에 모공의 털이 바짝 서는 전율을 느끼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카타르시스죠. 우리가 그런 도반들을 많이 찾아내고 서로 북돋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너 무나 황잡하고 모조가 득세하니까 우리는 점점 더 그렇지 않은 아취를 찾아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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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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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간단하게 생각하는 자유의 의미는 '~으로부터의 자유'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로 구분된다. 전자는 외부로 부터의 자유이고 후자는 내부의 자유, 의지의 자유를 말한다. 밀의 자유론은 의지로서의 자유 보다는 시민적 사회적 자유를 말하고 있다. 즉 사회가 합법적으로 개인에게 행사 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자유의 영역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내면적 의식의 영역, 둘째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 할 자유, 그리고 세 번째로 결사의 자유를 말한다. 이러한 자유의 각 부분에 공히 적용되는 자유의 원리는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만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간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당연히 절대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태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인 듯한 인상을 줄 만큼 현재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인 권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억압과 통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마도 정치 권력의 탄압에서 벗어 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통념과 관습 그리고 여론이 개인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너무도 간단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사회적인 성향에 대한 충고이기도 하다.


밀은 당시 대량생상, 대중교육, 대중미디어 등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개별성과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획일적인 인간으로 변해가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개별성과 다양성이 죽은 사회란 개인이 원하는 것을 행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 진정한 인간의 행복이란 성립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개별성이란 인간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행복의 근원인 개별성은 자유라는 토양에서만 돋아나는 싹이다. 이것을 위해 밀은 자유론을 쓰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그는 자유에 대한 간단명료한 단 하나의 원리를 천명하기에 이른다. 이 원리를 통해 사회가 개인에 행사 할 수 있는 강제와 통제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고자 했다. 이런 목적을 위해 그는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 즉 여론과 사회적 관습 및 통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나간다.
 
인간은 언제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불완전 상태에 있고 사회적인 통념이라는 것도 그 시대 또는 그 상황에 한해서 부합할 뿐 절대적인 진리 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사례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 설명한다. 사회적 관습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진리 일 수 없으며 일을 해결하기 위해 갈팡이다가 찾아 낸 임시 방편으로, 이리 깁고 저리 기운 만신창이 법도(法道)일 가능성이 많다. 관행이라는 것은 손쉬운 일처리를 하기 위한 나태한 선택일 수 있으며, 일처리의 책임을 과거로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관행들은 일처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되며 그 모습을 형성해 나간다. 이렇게 형성된 관행들이 시간의 권위를 얻어 마치 진리인 양, 사회적 판단의 잣대로 사용된다. 우리는 이런 문제가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사회적 통념과 관행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사람들을 평가하고 억압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사회가 제공하는 통념과 관행이라는 기준에 맞춰 살도록 무언의 강요를 당하고 있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궁여지책이고 만신창이 법도일 가능성이 많은데도 말이다. 얼마나 위험한 일이며 오류인가?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고 신이나 절대 권력자의 의견을 맹종 하는 노예적 습성이 있다. 어느 시대이건 이러한 관습에 이견을 제시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인간은 타인과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 다른 의견이 옳은 의견일 수도 있고 잘못된 의견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들을 억압하게 되면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진리라 믿고 있는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옳은 의견이 더욱 선명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타인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 한에서 모든 사상과 의사 표현의 자유는 보장 되어야 한다. 타인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의견 뒤에는 자신의 의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절대적 믿음은 오류 가능성이 있는 관습과 통념에 의해 형성된 것일 수 있으며 지배층이 인민들에게 교묘히 뿌려 놓은 안개 장막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의사 표현의 자유는 누리길 원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형성된 여론은 한 사람의 인격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고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폭력적 여론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개인 자유의 범위와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 할 수 있는 간섭의 한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은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사상을 표현 할 수 있는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는 자유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총론에 관한 책이다. 총론에서 말하는 자유의 원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각론에서 이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에 이르게 되면 자유의 범위와 한계 설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만난다. 아무리 자신에게만 한정된 의견이라 하더라도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생활하지 않는 이상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서라도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장되어야 할 자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해야 하는가? 밀은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회가 끊임없이 토론하고 수정해 나가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를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억압하는 원인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해야 하며 자유에 대한 정의, 자유에 대한 총론적 원리뿐만 아니라 자유를 누리기 위한 현실적인 책임과 한계를 고민해야 한다. 자유와 방종은 구별되어야 하며 방종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고려해야지만 자유라는 가치가 오롯이 도드라진다. 인간의 본질적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 함께 살아 가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필요한 자유. 이 두가지는 서로 상충되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두가지가 적절한 수준에서 조화를 이룬 사회를 우리는 희망한다. 밀은 개인적인 자유만 말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책임과 한계에 대해서도 동일한 무게로 말하고 있다. 개별성과 다양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사회성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한다.

 

 

자유론의 핵심은 자유의 기본 원칙에 있다. 모든 위대한 이론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오직 타인에게 해를 끼칠 때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최대한 각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 했을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예출판사(박홍규 역)보다 책세상(서병훈 역)의 '자유론'이 읽기 쉽다. 박홍규 교수의 번역은 아무리 고민을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읽기의 흐름이 뚝뚝 끊킨다. 이런 번역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지치게 한다. 박홍규 교수의 번역본을 읽다가 던져 버리고 서병훈 교수가 번역한 책을 다시 구입해서 읽었다

 

http://blog.naver.com/cjdtks9848/10129878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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