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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221/pimg_7527051761593604.jpg)
일반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간단하게 생각하는 자유의 의미는 '~으로부터의 자유'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자유'로 구분된다. 전자는 외부로 부터의 자유이고 후자는 내부의 자유, 의지의 자유를 말한다. 밀의 자유론은 의지로서의 자유 보다는 시민적 사회적 자유를 말하고 있다. 즉 사회가 합법적으로 개인에게 행사 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는 자유의 영역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내면적 의식의 영역, 둘째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 할 자유, 그리고 세 번째로 결사의 자유를 말한다. 이러한 자유의 각 부분에 공히 적용되는 자유의 원리는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면, 당사자의 의지에 반해 권력이 사용되는 것도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만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간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당사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당연히 절대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태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인 듯한 인상을 줄 만큼 현재의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인 권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억압과 통제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마도 정치 권력의 탄압에서 벗어 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통념과 관습 그리고 여론이 개인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너무도 간단하게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사회적인 성향에 대한 충고이기도 하다.
밀은 당시 대량생상, 대중교육, 대중미디어 등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개별성과 다양성이 점차 사라지고 우리 모두가 사회에서 요구하는 획일적인 인간으로 변해가는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개별성과 다양성이 죽은 사회란 개인이 원하는 것을 행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런 사회에서 진정한 인간의 행복이란 성립하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개별성이란 인간 행복의 다른 이름이다. 행복의 근원인 개별성은 자유라는 토양에서만 돋아나는 싹이다. 이것을 위해 밀은 자유론을 쓰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그는 자유에 대한 간단명료한 단 하나의 원리를 천명하기에 이른다. 이 원리를 통해 사회가 개인에 행사 할 수 있는 강제와 통제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고자 했다. 이런 목적을 위해 그는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 즉 여론과 사회적 관습 및 통념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해 나간다.
인간은 언제나 오류를 범할 수 있는 불완전 상태에 있고 사회적인 통념이라는 것도 그 시대 또는 그 상황에 한해서 부합할 뿐 절대적인 진리 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사례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 설명한다. 사회적 관습이라는 것도 절대적인 진리 일 수 없으며 일을 해결하기 위해 갈팡이다가 찾아 낸 임시 방편으로, 이리 깁고 저리 기운 만신창이 법도(法道)일 가능성이 많다. 관행이라는 것은 손쉬운 일처리를 하기 위한 나태한 선택일 수 있으며, 일처리의 책임을 과거로 돌리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관행들은 일처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되며 그 모습을 형성해 나간다. 이렇게 형성된 관행들이 시간의 권위를 얻어 마치 진리인 양, 사회적 판단의 잣대로 사용된다. 우리는 이런 문제가 내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사회적 통념과 관행을 비판 없이 받아들여 사람들을 평가하고 억압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우리는 사회가 제공하는 통념과 관행이라는 기준에 맞춰 살도록 무언의 강요를 당하고 있다. 그 기준이라는 것이 궁여지책이고 만신창이 법도일 가능성이 많은데도 말이다. 얼마나 위험한 일이며 오류인가?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고 신이나 절대 권력자의 의견을 맹종 하는 노예적 습성이 있다. 어느 시대이건 이러한 관습에 이견을 제시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모든 인간은 타인과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이 다른 의견이 옳은 의견일 수도 있고 잘못된 의견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들을 억압하게 되면 우리는 중요한 것을 잃게 된다.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진리라 믿고 있는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옳은 의견이 더욱 선명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타인의 자유를 구속하지 않는 한에서 모든 사상과 의사 표현의 자유는 보장 되어야 한다. 타인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의견 뒤에는 자신의 의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절대적 믿음은 오류 가능성이 있는 관습과 통념에 의해 형성된 것일 수 있으며 지배층이 인민들에게 교묘히 뿌려 놓은 안개 장막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의사 표현의 자유는 누리길 원하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형성된 여론은 한 사람의 인격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고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는 폭력적 여론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개인 자유의 범위와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 할 수 있는 간섭의 한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은 타인에게 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사상을 표현 할 수 있는 자유는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는 자유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 없다.
이 책은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총론에 관한 책이다. 총론에서 말하는 자유의 원리는 간단하다. 그러나 각론에서 이 정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에 이르게 되면 자유의 범위와 한계 설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만난다. 아무리 자신에게만 한정된 의견이라 하더라도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생활하지 않는 이상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서라도 타인에게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장되어야 할 자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해야 하는가? 밀은 여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그것은 사회가 끊임없이 토론하고 수정해 나가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를 선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억압하는 원인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해야 하며 자유에 대한 정의, 자유에 대한 총론적 원리뿐만 아니라 자유를 누리기 위한 현실적인 책임과 한계를 고민해야 한다. 자유와 방종은 구별되어야 하며 방종에 대한 책임을 충분히 고려해야지만 자유라는 가치가 오롯이 도드라진다. 인간의 본질적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자유, 함께 살아 가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필요한 자유. 이 두가지는 서로 상충되는 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 두가지가 적절한 수준에서 조화를 이룬 사회를 우리는 희망한다. 밀은 개인적인 자유만 말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책임과 한계에 대해서도 동일한 무게로 말하고 있다. 개별성과 다양성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사회성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한다.
자유론의 핵심은 자유의 기본 원칙에 있다. 모든 위대한 이론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오직 타인에게 해를 끼칠 때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최대한 각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단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인류가 동일한 의견이고, 그 한 사람만이 반대 의견을 갖는다고 해도,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는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장악 했을때 전 인류를 침묵하게 할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예출판사(박홍규 역)보다 책세상(서병훈 역)의 '자유론'이 읽기 쉽다. 박홍규 교수의 번역은 아무리 고민을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맥락이 연결되지 않아 읽기의 흐름이 뚝뚝 끊킨다. 이런 번역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쉽게 지치게 한다. 박홍규 교수의 번역본을 읽다가 던져 버리고 서병훈 교수가 번역한 책을 다시 구입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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