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하다. 예술평론가로서의 뛰어난 안목과 해석,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솜씨는 가히 일품입니다. 평론가로서 그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일반대중을 상대로 자신이 느끼고 해석한 감상을 글과 말로 표현하는 재주는 최고입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그림이 그의 설명을 통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입니다. 그림은 붓으로만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붓없이 그리는 그림... 손철주가 말과 글로 그리는 그림이 바로 그런 그림입니다.

이번 책은 2015년 여름 두 달 동안 재계 CEO를 상대로 강의한 내용을 묶은 것이라 합니다. 옛 그림속에 나타난 음악적 요소를 소재로, 그것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면서 세상사는 이야기를 구수하게 풀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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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음악은 정이 깊습니다. 음악은 '소리가 그리는 그림'이요, 그림은 '붓이 퉁기는 음악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림 속에 박자와 가락이 있고, 음악 속에 묘법과 추상이 있습니다. 게다가 둘 다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지요. 우리 옛 그림과 옛 소리는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다운 정서의 산물입니다. 서로 통해서 어울리고, 어울려서 신명을 빚어 내지요. 붓질이 끝나도 이야기와 뜻은 이어지고, 소리가 멈춰도 여운은 남습니다. 모름지기 흥이 나야 신이 나지요."

"자, 지 괴상한돌 하나 그린 그림에 여기저기 찍어놓은 도장들을 가지고 제가 지금 너무 수다스럽게 말이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작품 하나를 봐도 이렇게 포를 뜨듯이, 하나하나 찢어발기듯이 해집어봐야, 이 그림이 정말 가지고 있는 궁극적 가치와 때로는 뜻밖의 메시지를 알아먹을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눈에는 저건 그저 괴상한 돌 하나 그려놓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모아 봐야 작은 도장 하나에서 화가의 생각을 찾아낼 수 있고, 찾아낸 그것을 같은 취향의 친구들과 함께 궁구하고, 그 순간 그 앎이 주는 충격에 모공의 털이 바짝 서는 전율을 느끼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카타르시스죠. 우리가 그런 도반들을 많이 찾아내고 서로 북돋을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너 무나 황잡하고 모조가 득세하니까 우리는 점점 더 그렇지 않은 아취를 찾아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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