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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 종말을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다"
김지숙의 <종말주의자 고희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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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가올 먼 미래의 종말을 상상하며 펼쳐지는 우리 삶 이야기-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과 전 세계에서 보이는 이상기후 현상에 종말론이 고개를 든다. 이러다 정말 우리 종말을 맞이하는 것은 아닐까. 사실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인구 중 6억 명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뉴스 기사를 보면서,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인구 감소가 일어나고 점점 종말로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다.
정말 종말이 올지 안 올지 그것은 알 수는 없지만, 지구에 위기에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상기후와 생물의 다양성 감소, 전염병의 출현 등 그런 종말의 징후가 보여서 우리는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책 『종말주의자 고희망』도 인간이 종말하는 세상을 글로 쓰고 종말을 믿고 상상하는 종말주의자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은 중학생 '고희망'이야기이다.
중학생인 희망이는 세상이 언젠가는 멸망할 거라 믿으며 종말에 대한 소설을 쓴다. 그러나 사실은 희망이가 종말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종말이 오지 않았으면,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이런 자신의 삶을 앞으로도 계속 살아나갔으면 하는 마음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희망이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노느라고 어린 동생을 돌보는 것을 소홀히 했고, 그 결과 동생이 트럭에 치여 죽었다는 그런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이 동생의 사고를 막았더라면 하는 죄책감으로 우울하게 살아가고 부모님도 희망이에게 마음의 문을 닫으며 무관심하게 행동한다. 희망은 그렇게 우울하고 힘들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서 인류가 멸망하는 종말 소설을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달랜다. 희망이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모두 다 죽이면서 인류는 멸망하고 인간이 아닌 동물이 지구의 주인이 되는 발상을 가지고 있다. 희망이는 정말로 왜 사람들을 왜 모두다 죽이는 것일까. 살아남은 주인공 마저도 말이다.
이렇게 힘든 희망이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삼촌 요한은 그런 희망이의 마음을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희망이의 편이 되어준다. 그런 삼촌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었고, 그 비밀이 폭로되어 모두가 삼촌을 비난하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이만큼은 삼촌을 이해하고 지지해준다. 희망이 곁에는 희망이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도 있다. 희망이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고, 좋아하는 마음을 품고 있는 도하가 있다. 도하와 희망이는 서로 좋아하지만, 도하의 고백에 희망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도화와 친구관계를 유지한다. 지수는 희망이가 쓴 소설에 대해 댓글도 달아주고, 희망이가 악플에 시달릴 때도 그녀를 지지해주고 보호해준다. 그런데 서로의 오해로 지수와 희망이가 서로 싸우고 사이가 틀어져버리게 된다. 자신의 유일한 편이었고 지지자였던 지수마저 등을 돌린 상황 속에서 희망이는 혼자라는 외로움과 고독을 겪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이의 죽음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지금까지 사랑이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미안함 때문에 항상 희망이는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힘든 삶을 살아왔던 것이다.
"소망아, 누나 왔어. 사실은 계속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왔어. 미안."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널 만날거야. 나도 언젠가는 죽을 거니까. 그리고 늙어서 죽기 전에 지구에 종말이 올 수도 있고. 그럼 널 더 빨리 볼 수 있겠지."
-p. 170~171
희망이가 종말을 믿은 것은, 종말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것은 사랑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을까. 종말이 오면 죽을 테니깐, 그러면 사랑이를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희망이는 결국 깨닫게 된다. 자신이 종말에 관심이 많다고, 종말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죽음에 대한 생각은 살고 싶다는 생각의 반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희망이는 죽음이 아닌 삶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것임을,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바램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나는 줄곧 삶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서 말이다.
-p. 215
어쩌면 종말은 먼 미래에 다가올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너무나 짧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더 소중히 하고 살아야 함을 우리는 희망이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이 삶을 계속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희망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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