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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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쿠 소설의 콜라보"

미야베 미유키의 

<구름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읽고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 하이쿠,

한 줄의 시에 압축된 세계가 미야베 문학을 통해 새로운  사계(四季)가 펼쳐진다 "

 

-미야베 문학의 새로운 도전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


-



하이쿠는 일본 정형시의 일종이다. 각 행마다 5,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라고 일컫어진다. 이렇게 짧은  시인 하이쿠와 소설이 만난다면 어떨까?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는 아마 아무도 해보지 않은 신선하고 획기적인 도전이지 않을까.

그동안 미스터리 소설을 비롯하여, 사회비판 소설, 시대소설, 청소년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써온 미야베 미유키는 이번엔 하이쿠와 소설을 콜라보시켜 하이쿠를 제목으로 하여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작가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2012년 여름에 만난  『무서운 하이쿠』을 통해 하이쿠 세계에 매료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때 하이쿠를 제목으로 하여 단편 소설을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아이디어가 실행되어 마침내 이 책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四季)가 들어간 구절을 제목으로 한 12편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의 말처럼, 하이쿠의 제목과 소설의 내용이 연관되지 않는 동떨어져 있을지 모르지만, 이 책 속에 담긴 12편의 단편 소설들은 묘하게 하이쿠의 제목과 어울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고 있다. 



비록 하이쿠에서 제목을 따와서 12편의 이야기들을 구성해서 그런지 하이쿠에서 말하고 있는 의미와 소재를 사용하려고 한 작가의 노력과 시도가 돋보였다. 12편의 이야기들 모두가 완성도가 뛰어나 하나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로 구성해도 될 정도였고, 작품들을 읽는 내내, 다양한 12편의 이야기들에 푹 빠져들 만큼 매력적이고 몰입도가 높았다.


그동안 미스터리, 사회 비판, 호러,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넘어 활동해 온 작가였기에 이 책에서도 작가는 아낌없이 미스터리와 호러,  SF 요소들을 사용하여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구성하였다. 미라클 시드를 통해 생명 연장이 가능해진 의료기술이 발달한 미래의 이야기,  한겨울에도 결코 시들지 않는 열매가 등장하는 판타지 요소가 돋보이는 이야기, 귀신이나 유령 같은 오컬트적 요소가 등장하는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들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장르 속에서 작가는 여인들, 특히 상처 받고 학대 당하는 여인들, 슬퍼하고 고통 받는 여인들의 모습을 다루었다.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속는 딸의 삶을 바라보는 엄마, 남자친구에게 스토킹과 가스라이팅 당하는 여자, 시립에 고립된 며느리, 약혼자에게 배신 당한 여자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여성의 슬픔과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그 여성들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다. 


어쩌면 하이쿠에서 제목만 따왔을 뿐 소설 내용과 본질적으로 관련 없는 이야기들도 있어서, 도대체 하이쿠 제목과 이 이야기들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한참 생각한 적도 있기도 했다. 물론 하이쿠와 소설을 접목한 새롭고 혁신적인 도전을 한 것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만, 하이쿠의 제목과 소설적 내용이 좀더 관련이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작가의 말처럼 하이쿠를 감상하고, 소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이쿠를 읽으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 각 장 타이틀이기도 한 하이쿠를 감상하고, 그 후에 소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하이쿠를 읽으면 소설의 독푸감과는 또 다른 새로운 발견이 있을 겁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또한 나에게 일본의 정형시인 '하이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하이쿠 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고 하이쿠를 어떻게 감상하고 해석하는지를 모르는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아직은 하이쿠와 소설의 콜라보인 이번 책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하이쿠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난 후, 이 작품을 제대로 읽어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비록 하이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이 책에 수록된 12편의 이야기들은 하이쿠와 별개로 읽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인상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작가의 팬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들로 즐거움과 재미 그리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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