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의 계절 - 귀주대첩, 속이는 자들의 얼굴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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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주대첩의 미스터리"


차무진의 <여우의 계절> 을 읽고




고려를 거란의 침입으로부터 구한 고려의 영웅인 겅감찬 장군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란의 침입으로 인해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 고려를 구한 절세의 영웅 강감찬과 그가 대승을 거둔 '귀주대첩 ' , 그런데 정작 귀주대첩은 극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임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사료 연구도 많지 않아 제대로 조명받지도 못해왔다.


이 책 『여우의 계절』 의 작가는 귀주대첩이 일어나기 스무 날 전에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역사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스릴러적 요소, 오컬트적인 소재와 내용 등을 가미하여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으로 창조해 낸 강감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 내용이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소 다를 수 있을지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강감찬이 귀주대첩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라는 것인데, 과연 어떻게 귀주대첩에서 승리를 거두었는지, 귀주대첩이 일어나기 전, 그 성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사실이 없어서 이런 이야기도 가능할지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물론 강감찬 장군이지만, 그의 존재는 원숭이 탈 속에 감춰진 신비롭고 기이한 존재로 여겨진다. 강감찬과 관련된 다른 책에서는 강감찬 장군의 용맹함과 기개같은 영웅적인 면모를 다루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강감찬 장군을 '눈이 네 개 달린 원숭이탈을 쓴 왜소하고 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허는 노인, 불쏘시개를 뒤적여 화로 안에 묻어둔 도라지 뿌리를 꺼내 부실해보이는 뻐드렁니로 이것을 오물거리는 노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모습만 보아서는 우리의 영웅 강감찬이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작가는 강감찬을 겉으로 보기에 왜소한 노인의 모습으로 그리면서 내적으로는 눈빛만으로 상대에게 암시를 걸어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기묘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하였다.


어쩌면 이 책의 주인공은 강감찬이 아니라 미래를 보는 신기를 가진 '설죽화' 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거란의 지명을 받고서, 갓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고려의 방어성인 구주성으로 오게 된다. 설죽화가 역사적 사료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이 책 속에서 설죽화는 귀주대첩의 승리에 큰 역할을 하는 안물로 그려진다.

구주성에 온 그녀는 갓난 아이를 넘겨주고 쿤 포상을 받고 죽은 동생 설매화를 데리고 가려 하지만 그녀는 군영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만나게 된다. 원숭이탈을 쓴 대원수 노인에게 대마신군 여섯 명을 살해하고 도망간 병마판관인 김종현을 찾아내라고 한다.

성 내부의 기운은 어수선하고 군사들 사기는 떨어져간다. 10만 대군의 거란에 대항하여,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는 가운데, 과연 대원수 강감찬의 계략은 무엇일까?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거란의 10만 대군에 맞서서 이기는 것이 가능한가? 정말 강감찬은 귀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기고 싶은 것일까?퇴각하는 거란군의 구주성 침략에 앞서서 고려군은 과연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작가는 이미 귀주대첩의 결과를 알고 있지만, 어떻게 강감찬이 전세로 봤을 때 승리가 불가능했던 전투를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한다. 

죽어서 혼령이 되어서도 북신의 모습으로, 강감찬에서 고려군의 미래와 귀주대첩의 전세를 예언해준 설죽화, 고려군에 대한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밀접자가 되어 고려군에 침투한 각치이자 거란의 총대장, 각치를 속여 거란의 10만 대군을 구주로 유인하게 만든 강감찬, 속고 속이는 자들 속에서 진정한 승리자는 강감찬이었다. 죽은 혼령까지도 조종하고, 적의 대장까지도 암시를 걸어 조종하는 그의 신비하고 뛰어난 능력이 강감찬 장군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준다. 

 

그는 고작 귀신의 말을 듣고 대사를 결정하는 어설픈 자가 아니야.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그것도 모라자 귀신까지 이용하는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이지. 

-p. 530-531

 

귀주대첩의 승리 속에는 이렇게 모든 것을 준비하고, 모든 것을 예견하고, 조종한 강감찬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강감찬과 더불어 이 책에 등장하고 있는 설죽화, 설매화 자매와, 밀접자로 위장한 거란 대장 각치, 강감찬을 도운 고려의 장수들의 활약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설죽화의 활약은 오컬트적 요소가 있어서 실제 사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이끌어갈 정도로 비중이 있는 인물이었고, 귀주대첩의 승리에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속고 속이는 자들의 대립과 작가가 숨겨둔 복선과 같은 요소들, 조금씩 실마리가 드러나는 사건의 진실 등을 통해 역사 이야기가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릴러 소설로 재탄생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냐, 허구를 따지는 것보다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인물들과 사건들의 창조를 통해 새롭게 귀주대첩을 조명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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