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레이철 워프 시리즈 5
팻 머피 지음, 유소영 옮김 / 허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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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SF 소설 새로운 시작"

 

팻 머피 <사랑 빠진 레이철> 를 읽고 



“이제, 페미니즘 SF의 계보는 다시 쓰여질 것이다."

-표제작인 <사랑에 빠진 레이철>을 비롯한 20편의 SF 단편들 모음집-

 

SF의 소설 속에서 보이는 작가의 상상력은 무제한적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시간여행자도 될 수 있고, 영화 <스타워즈> 처럼 우주 공간을 여행하며 외계인도 만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SF 영화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이 책  『사랑에 빠진 레이철』을 통해 우리는 20편의 SF 단편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각 단편들은 다양한 SF적인 무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다채로운 SF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한다. 저자인 팻 머피는 페미니즘 SF 여성 소설가로서,  괴롭힘을 당하고 매맞는 아내와 부랑자 여성들, 가난한 노파, 비천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을 구원하는 SF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다양한 SF 상상력으로 쓰여진 20편의 단편들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는데,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몇 작품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먼저 표제작인 <사랑에 빠진 레이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레이철' 이라는 이름만으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침팬지였다. 이 침팬지는 다른 여타의 침팬지와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레이철이 10대 소녀의 뇌를 이식받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겉모습은 침팬지이지만 내면은 10대 소녀의 마음을 가졌다. 집 안에만 갇혀있던 침팬지 레이철은 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자아 정체감 측면에 있어서 혼란을 겪는다.  

과연 우리는 레이철은 겉모습 그대로 침팬지의 모습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10대 소녀인 레이철의 뇌로부터 이식받았기 때문에 겉모습은 비록 인간이 아니지만, 그 자체로는 사람으로 봐야 하는 것일까.


난 진짜 소녀가 되고 싶어요, 그녀는 수화로 말한다. 

-p. 90

 

침팬지인 레이철조차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레이철은 수화를 통해 인간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덕분에 청소부인 제이크와 이야기를 나누고, 청소하는 것도 도와주며 인간 대접을 받으며 감금된 유인원센터에서 생활하게 된다. 또한 잡지를 통해 인간의 성과 사랑에 대해 처음으로 배우게 된다.

그러나 구속과 억압을 못 참고 레이철은 수컷 침팬지인 존슨과 함께 우리를 탈출해서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다가 소녀로서, 침팬지로서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괴물이라고 인정하게 된 레이철은 존슨의 손을 잡고 더이상 사막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집으로 가게 된다. 

특히 작품의 제목처럼 처음으로 침팬지인 레이철이 성과 사랑을 알아버리고 난후 받은 충격을 솔직하게 나타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인간과 동물의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괴물과 같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겪을만한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레이철의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두번 째 작품인 <채소 마누라>에서는 저자는 여성을 식물처럼 구매해서 심을 수 있고 수확할 수 있는 존재로 설정한다. 이 채소 마누라는 마치 식물처럼 모래땅과 햇빛을 좋아하고 식물처럼 싹이 나고 60센티미터로 자라면 옮겨 심을 수 있다. 다 자라면 여성의 몸을 가지며, 구매한 농부의 아내가 되어서 성적으로 착취당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여성을 성적으로 폭행하고 착취하는 남성들의 모습과 그런 남성들에 의한 성적 억압과 폭행에 항거하며 마침내 땅 위에 우뚝 선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저자인 팻 머피가 페미니즘 SF 소설의 계보를 이었다고 평가를 받나보다. 

 

또한 매 맞는 아내에 대한 묘사와 가정폭력에 대한 고발이 두드러진 작품인 <숲속의 여자들>속에서도 작가의 페미니즘적 생각을 잘 엿볼 수 있다. 땅 주인의 할머니가 어렸던 시절에도 참나무는 늙은 나무였고 숲은 늘 그곳에서 달아난 여자들을 보호해 주었다. 남성의 가정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 작품 속의 '숲'과 같은 안전한 공간이 우리 사회에서 있기를 바래본다. 

 

이 외에도 시간여행자를 소재로 한 <오렌지 꽃이 피는 시간>, 외로운 중년 여성이 외계인을 만나는 이야기인 <유성은 우주에서 날아온 돌멩이다>등 여러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SF 상상력이 만든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 

 

이 책 『사랑에 빠진 레이철』 속 20편의 단편들을 통해 제임트 팁트리 주니어상 창설자인 팻 머피가 안내하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SF 셰계와 페미니즘적 요소를 만나보길 바란다. 

 

이 글은  동아시아 허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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