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삶 클래식 라이브러리 2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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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운 삶 속에서 자기 성찰"

 

마르그리트 뒤라스 < 평온한 삶 읽고 



“그래도 언젠가 권태롭지 않은 날이 오겠지. 머지않았다.

나는 그럴 필요조차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평온한 삶이 오고 있다.”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숨은 걸작-

 

영화 <연안>으로 유명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숨은 걸작이 이번에 아르테 클래식 라이브러리로 출간이 되었다. 그의 초기걸작으로 알려진 작품인 이 책 『평온한 삶』에서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가족관계가 주는 불안과 절망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하고 있다. 

 

이 책 『평온한 삶』에서 작가는 프랑스 남서부 시골 마을의 뷔그 농장을 배경으로 하여 그 농장에서 살아가는 스물여섯 살 프랑신 베르나트를 화자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녀의 가족은 20년 전 쫓기듯 프랑스로 와서 뷔그 농장에 정착했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는 삶에 너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프랑신과 니콜라 남매는 그런 절망 속에서 살아간다.

 

소설의 시작은 '제롬'이라는 프랑신의 외삼촌과 니콜라의 싸움으로 부상을 당한 제롬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외삼촌인 제롬이 니콜라의 아내와 관계를 맺었고 그 사실을 프랑신이 니콜라에게 알림으로써 싸움이 시작되었다. 외삼촌의 배신과 아내인 클레망스의 불륜에 화가 난 니콜라가 제롬을 때렸고, 심지어는 제롬을 죽게 했다. 비록 니콜라가 제롬을 죽을 정도로 심하게 때렸지만, 프랑신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도 공범이나 마찬가지였다. 집안의 사고뭉치였고 사기꾼이었던 제롬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그가 죽었으면' 하고 바랬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제롬이 고통에 울부짖어도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지도 않고 죽게 내버려둔 것이 아닐까. 그랬기에 정작 제롬이 그 싸움 이후 10일이 지나 죽었을 때도 가족 중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다. 제롬의 죽음은 마치 장애물 제거처럼 오히려 그 가족들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었다.

 

제롬만 죽으면 모든 것이 다 좋아질거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그 가족의 삶은 불행했고, 변한 것이 없었다. 그런 우울과 절망이 니콜라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것일까. 아내인 클레망스가 떠나고 니콜라를 좋아했던 뷔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지만, 사실은 뷔스는 진정 니콜라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하숙생처럼 그 집에 함께 살던 '티엔'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랑의 배신과 좌절에 슬퍼한 나머지, 니콜라는 차가운 철도 선로 위에 누워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제롬의 죽음에 이어 니콜라까지 죽게 되고 이에 힘들어하던 프랑신은 바닷가 마을로 떠나게 된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제롬의 죽음에서부터 니콜라의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 가족들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2부에서는 프랑신이 니콜라의 죽음 이후 홀라 바닷가 마을로 떠나 15일동안 호텔에 머무르며 생활이 나와있다. 1부와 달리 2부에서는 프랑신의 자아 성찰 과정이 보인다. 갖가기 상념들이 이어지고 그 상념의 꼬리를 물고 늘어지면서  심지어는 자기 분열에 이르기까지 한다. 

 

3부에서 프랑신은  다시 뷔그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녀는 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그녀는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평온한 삶'은 무엇일까. 아마 이러한 삶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는 '권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권태로운 삶이 평온한 삶이지 않을까. 실제로 우리 삶이 별다르거나 특별하지 않지 않은가. 우리는 그렇게 하루 하루가 똑같고 변함없는  삶 속에서 그저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너무 무기력하고 귀찮고 게으른 삶이 어쩌면 평범하고 평온한 삶이라고,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인생이고 삶임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권태는 사라지지 않고 그저 그렇게 우리 삶 곁에 있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권태롭지 않은 날이 오겠지. 머지않았다.

나는 그럴 필요조차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평온한 삶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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