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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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운명의 상대가 있다"

-만나기 전부터 계속되어 왔고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사랑 이야기-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은 얼마나 정확할까. 우리는 기억을 통해 과거가 존재함을 안다. 그러나 진짜라고 알고 있는 기억이 정말 진실된 것일까. 그 기억이 조작되고 왜곡된 것은 아닐까. 우리의 과거 속 아름다운 기억 속에서 존재하는 그 사람은 정말 실존하는 사람인 것일까. 만약 과거 기억 속에 사람이 지금 현재에 나타난다면 어떨까.



이 책 『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을 읽으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책 속 소꿉친구인 소녀에 대한 기억은 과연 진짜일까 아니면 나노 기술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기억일까.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이고 허구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책 속 주인공이 말하는 내용이 과연 주인공이 실제로 겪은 일일까. 아니면 주인공의 기억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그 사실을 잊은 채 진짜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



시작된 순간 끝나버리는 사랑과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끝나버린 사랑, 어떤 사랑이 더 슬프고 비극적인 사랑인 걸까. 한번도 만난 적 없고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어릴 적 소꿉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당신 곁에 나타난다면 당신은 어떨까. 그런 일이 이 책의 주인공 아마가이 치히로에게 일어난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소꿉친구가 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몸에 닿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 손이 얼마나 따스한지 잘 알고 있다.
- p.10



부모님의 애정을 받지 못하고 친한 친구도 하나 없이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스무살 여름, 어린 시절 기억을 '레테'로 지우고 싶어 한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을 지우는 약대신 이상적인 청춘의 기억을 심어주도록 프로그래밍된 나노로봇이었다. 그리고 실수로 그것을 복용해버린 그는 그때부터 나쓰나기 도카라는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얼굴도 본 적 없는 소꿉친구의 기억을 가지게 된다. 더군다니 그 소꿉친구가 그의 앞에 나타나기조차 한다. 마치 어린 시절 자신과 함께 놀던 그녀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에게 잘해주다가 어느 순간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녀는 과연 그의 어릴 적 소꿉친구가 맞는 것일까. 그녀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 『비록, 닿을 수 없는 너의 세상일지라도』을 통해 겹핍투성이 청춘의 사랑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잠시나마 첫사랑의 풋풋한 기억을 추억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과 현대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것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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