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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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적 없이 세상 맞서서 살아가는 아이  성장 이야기 "

 

 츠지 히토나리의 <한밤중의 아이>를 읽고 



“나카스 사람들은 그를 '한밤중의 아이' 라고 불렀다."

-호적이 없는 한 아이의 삶을 다룬 츠지 히토나리의 신작 소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출생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한다.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아이는 호적을 갖게 되고 주민등록번호가 부여가 된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것이 한 아이에게는 평생동안 주어지지 못했다. 그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실제로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호적 아이가 되었다. 이런 무호적 아이는 태어난 후 출생 신고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지 못해서 어떤 신분증도 발급되지 않고 초.중.고등학교 의무 교육을 비롯해 보험 가입, 병원 진료 등도 절대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동안 『냉정과 열정 사이』 ,  『사랑후에 오는 것들』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츠지 히토나리는  이 책 『한밤중의 아이』를 통해 무호적 아이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주로 들려준 작가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어 이 책에서 그는 호적이 없이 살아가는 '렌지'라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유흥가에서 태어난 렌지는 부모의 무관심과 무성의함에 의해 출생신고조차 되지 못한 채 '한밤중의 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밤마다 유흥가를 돌아다닌다. 부모는 둘다 호스티스와 호스트 일을 하며 밤늦게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를 보살피고 돌봐줄 수가 없다. 또한 렌지는 호스티스인 엄마의 불륜으로 나은 자식이기에 더더욱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고 엄마로서의 책임도 지지 않은채 아이를 위험 속에 그대로 방치한다. 

 

“렌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네기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끄응 신음한 뒤에 말을 이어 갔다.
“일단 호적이 없으니까 주민 등록표도 존재하지 않지요. 당연히 건강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합니다. 이대로 가면 의무 교육조차 받기 어려워요.”
저런, 이라고 중얼거리며 히비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p. 31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무호적 아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나에겐 놀라움 그자체였다. 이렇게 부모로서의 역할도 하지 않는 무책임이 부모가 존재할 수 있다니,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로서 무호적 아이인 렌지의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찾아보니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렌지처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아동복지시설에 간 아동은 2년간 146명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146명이나 존재한다고 하니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도 다행히 렌지에겐 이런 무책임한 부모가 아닌 부모는 아니지만 그를 보살펴주고 기꺼이 도와주려는 좋은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든 렌지에게 호적을 찾아주고 그를 학교로 보내주려고 애쓰는 히비키 경찰, 렌지에게 기꺼이 자신의 맨션을 빌려주는 겐타, 렌지를 사랑하고 렌지 곁에서 그에게 힘이 되어주려는 히바나 등 부모 대신 그의 처지와 환경을 안타까워해 그를 도와주려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렌지는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은 받지 못했지만, 나카스의 유흥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렌지는 호적이 없어 학교교육을 받을 수 없었지만, 나카스의 유흥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있는 삶의 교육을 대신 받았다.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닌 자신이 몸소 부딪치고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 아마 나카스 사람들의 도움과 애정이 없었다면 렌지는 진작 자신의 비참하고 힘든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아동 학대에 대한 것도 업무 효율을 따져서 가장 심한 케이스부터 처리하게 되거든요. 순위를 매기는 거예요. 그나마 이 케이스는 아직 어떻게든 헤쳐 나갈 것이다, 아직은 괜찮다, 라고 넘겨 버리는 겁니다. (중략) 그 아이는 강하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을 힘이 있잖아요. 그러니 우리도 자꾸 뒤로 미루게 돼요. 당장 내일이라도 죽을 것 같은 아이부터 먼저 살려야 하니까. 그렇게 렌지 일은 뒤로 밀립니다.”

-p. 89

 

아동종합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의 말처럼 실제로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많고 그 아이들 중 덜 심한 아동 학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처리가 된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상황이 처리되어야하겠지만, 법과 인력난 등 실제 운영의 문제에 부딪혀서 렌지같은 무호적 아이들이 소외받고 아무런 법적 보호나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다는 사실은 씁쓸화기만 하다. 이 책에서도 렌지는 법과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호와 지원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손을 내밀고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들 덕분에 렌지는 더이상 미래가 불투명하거나 비극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한밤중의 아이가'가 되어 유흥가를 누비며 근근히 생계를 이어나가며 살지 않아도 된다. 나카스에 살고 있는 그 주변 사람들이 렌지의 부모이자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렌지가 태어나고 자란 곳인 나카스는 그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것이다. 그는 나카스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보인다. 잠시 아버지인 마사카즈의 폭력사건 이후 엄마인 아카네를 따라 나카스를 떠나게 된 후에 결국 2년이 흐른 후 다시 돌아온다. 나카스는 렌지에게 단순한 지역 중의 하나가 아니라, 그가 편안하게 숨쉴수 있고 고향처럼 그가 살아가는 공간인 것이다. 

 

여전히 세상은 어둡고 무호적 아이가 살아가기엔 무섭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우리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마을 축제인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 신여를 통해 렌지는 꿈을 꾼다. 언젠가는 자신도 신여를 떠매고 싶다는 꿈 말이다. 그 꿈은 아마도 축제를 통해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며. 신여를 떠맴으로써 자신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써 인정받고 싶고. 자신이의 존재를 증명해보이고 싶은 렌지의 간절한 마음이 숨겨져 있다. 

 

"어린 날의 렌지가 길가에 서서 용솟음치는 신여를 흘린 듯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한없이 뻗어 가는 아이의 꿈이 있었다. 언젠가 나도 저 신여를 떠메고 싶다는 꿈. 언젠가 저 장정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는 꿈이 영원히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으쌰 으쌰, 구령을 내지르며 한밤중을 살아가는 아이는 나카스 골목 한 귀퉁이에서 지금도 여전히 필사적으로 꿈을 꾸고 있었다.

-p. 378

 

 

이 책 속에서 등장하는 렌지의 부모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지, 올바르고 좋은 어른들은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서 빨리 이 무호적 아이들이 호적을 얻어 당당하게 삶을 살아가길 바래본다. 

 

첫 페이지부터 작가의 진심과 각오가 느껴진다. 가슴을 찌르는 강렬함 너머로 미래의 빛이 보인다. 츠지 작가의 새로운 대표작이 탄생했다! 황홀하다.
-각본가 오카다 케이와


이 글은 소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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